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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희한한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저자도 한 사람이 아니고 수십명이나 되고, 지금도 같은 주제를 가진 단편들이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냥 욕심이죠.
시작은 몇 컷으로 이루어진 공룡만화에서 시작됩니다.
만화의 주인공은 티라노사우르스인데, 역사상 최고의 이야기를 쓸거라며 자신이 찾아 낸
환상적인 소재를 알려줍니다.
그것은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 알게되는 세상이죠' 그것도 한 방울의 피로 말이죠.
한 방울이 피로 혈액 검사를 받게되면 기계(데스머신)에서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단어가 적힌
종이조각을 뱉어냅니다. 문제는 그 단어가 자신의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령'이라고 적힌 종이가 나온다면 나이가 들어 죽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고령의 남자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데스머신에 대한 개념을 공개하고 공모를 하게되는데, 이를 본 수 많은 독자들이 이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들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들 중 34편을 담아 낸 것이 이 책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게되는 세상
어찌보면 늘 죽음을 염두해 두고 사는 삶이라 암담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자신의 죽음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이야기도 있고, 이해가 잘 안되지만 데스머신의 본질에 접근하는 이야기도
있다. 어째든 등장하는 소설 대부분이 데스머신이라는 제목이나 소재에서 풍기는 어두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밝은 결말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세명의 역자들이 일부러 추려낸 것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같이 극복해보자라는 의미를 담고 써 내려간 작품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비록 데스머신에서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단어를 보여주지만, 그 단어가 보여주는 의미의
모호성으로 인해 어찌보면 데스머신을 접하지 않은 상황과 별반 다른게 없다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데스머신에서 던져 준, 단어의 의미를 겨우 알 수 있고, 그런
행운(?) 조차도 모두에게 허락된게 아니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안다는 것과 모르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모호해 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미래에 일어날 죽음에 대해 굳이 지금 현실에서 죽음을 염도해
두고 있을 필요가 사라지게 된다.
아마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도 나와 같지않나 생각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