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세울때면 종종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곤 한다.
'거기까지 갔으니 남들 다 가는 명소는 꼭 봐야지' 하는 생각과 '그저 한적한 언덕길이나 골목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이나 하며 쉬고 싶다'는 생각 사이에 고민을 하게된다. 그리고 여행지가 파리라면 더욱 고민에 빠질 것 같다.
그래서 손지연 작가의 '한 조각씩 걷는 파리'를 읽으며 내 시선이 오래 머문 곳도 바로 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이었다.
전직 파리 가이드이자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는, 욕심내어 도시를 뒤지고 다니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볼 수 있는 10개의 코스로 파리를 소개하는데,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강하게 끌었던 건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두 번째 조각, 루브르 박물관'과 '여섯 번째 조각, 몽마르트'였다.
하나는 오랜 역사와 거대한 명성으로 사람을 기죽게 만드는 웅장함을 보여준다면, 다른 하나는 굽이진 골목길과 언덕 어귀에서 현지인의 일상과 낭만이 편안하게 흐르는 곳이다. 화려한 관광지로서의 파리와 발걸음 가볍게 거니는 산책자로서의 파리. 이 두 조각을 번갈아 읽으며 내가 진짜 원했던 여행의 속도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