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영어 어원 책이라고 하면, 라틴어나 그리스어 어근을 기준으로 이 단어는 어디서 유래했으며 단어의 형태와 의미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영어 단어를 좀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그런 책들이었다. 딱딱한 사전과는 달리 이야기 식으로 풀려 있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단어가 머릿속에 남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그런 책들을 찾아보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그 동안 봐온 영어 어원 책들과는 조금 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 앤서니 존스라는 영국 작가가 쓴 책인데, 통상 어원 책이라면 단어의 어근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책에서는 어근이 아닌 그 단어가 어떻게 해서 그런 뜻을 갖게 됐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저자의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는데, 단순히 도시 이름일뿐이라 여겼던 런던이 고대 켈트어에서 온 말로 '걸어서 건널 수 없는 강의 한 지점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처럼 어떤 지명이나 사물 등의 이름이 어떻게 단어가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우연과 오해와 역사가 스며들었는지를 찬찬히 풀어주는 식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80군데를 여행하며 영어가 세계속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런던에서 시작해서 유럽을 지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북아메리카를 돌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그 여정속에서 단순히 단어의 배경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마치 여행기를 읽듯이 자연스럽게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고 있어, 꽤 흥미로운 여행기를 읽고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 이제 저자가 들려주는 80일간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그 여정속에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쓰는 말일수록 그 유래가 의외로 멀다는 걸 자주 만나게 된다.
‘turkey’가 왜 칠면조를 가리키게 됐는지, ‘Panama hat’이 왜 파나마가 아닌 에콰도르에서 왔는지, ‘dollar’가 체코의 작은 광산 마을 이름에서 비롯됐는지 같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나온다. 그리고 ‘bikini’가 핵실험을 했던 섬 이름에서 왔다는 것과 ‘limerick’이 아일랜드 지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hooch’가 알래스카의 어느 섬에서 빚던 술에서 나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내용을 읽다 보면 영어가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