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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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가 함께 서려 있었고 무엇보다도 분노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친구의 배신으로 20여년을 가꾸어 온 농장과 집을 하루 아침에 잃게된다. 그리고 곧이어 들이닥칠 집행관들을 피해 계단 아래쪽에 웅크려 숨어 있는 한 남자의 모습에서 그의 아내 또한 그 동안 가꿔온 삶이, 인생이 다 끝나버리게 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불쑥 아내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걷는 건 할 수 있어."

"걷는다고?"

"그래, 무작정 걷는 거야."

더는 숨을 곳이 없었기에 남편 또한 어두컴컴한 계단아래에서 기어 나오며 아내를 돌아봅니다.

"함께 가자고?"

"늘 그래왔잖아."

그렇게 이들은 자신들이 가꾸어온 농장과 집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당장 모든 걸 뒤로하고 어디론가 무작정 걷을 수는 없었기에 잠시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려했지만, 이들 부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녹녹치 않습니다. 게나가 남편인 모스는 피질기저퇴행이라는 희기병에 걸려 그저 진통제만으로 버텨야 하는데다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아내인 레이나는 마지막까지 모스와 함께하고 싶었기에 결심을 하게됩니다.

"그러면 배당을 꾸려서 어디든 떠나보자고."

"그래, 우선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로 가보자."

[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SWCP)는 영국의 16개의 트레일 코스중 가장 킨 코스로 영국의 남서부 끝의 해안선을 따라 1,014km에 이르며, 최소 한 달이 소요되는 코스이다. ]

60리터 배당을 채운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에다 병까지 얻는 몸이기에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무게를 줄 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수중에 남아있는 돈이라곤 겨우 320파운드(약 50만원)뿐이라 텐트나 베낭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경매 사이트에서 고작 3킬로그램쯤하는 텐트를 낙찰받는데, 겨우 텐트하나 얻었을 뿐인데 2주동안 우울했던 기분을 어느정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아마 앞으로 이들 부부에게 다가올 희망이 이때부터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들 부부가 희망이라는 작은 씨앗과 함께 꾸린 배낭을 매고 첫걸음을 내딛게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보증금과 한 달치 집세를 낼만한 돈이 남아있었고 배낭에는 국수도 있었다. 게다가 몇 주안에 학생 융자금도 계좌로 들어올 예정이고 무엇보다 집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부부에게는 첫걸음을 때기전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절망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는 새로운 희망이 시작됩니다.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에서 지내는 동안 이들 부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첫 발을 내딪었을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리고 그들의 걸어온 길이 어떠했기에 치유의 소금길이 되었을까요?

이들 부부가 전해주는 소금길은 직접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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