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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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처음으로 모두 석권한 작품이란 소개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환상문학이란 것이 아직 현실에서 격어보지 못한 미래의 일이나 결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경외감을 가지는 정도가 내가 가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소개된 저자의 종이 동물원에서는 장르의 범위를 떠나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단편으로 매듭지어진 관계로 그 여운을 더 이어갔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른 독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감동의 여운을 더하고자 그의 단편작들을 보아 출간을 하게된 것 같다. 



꽤 멋있는 종이 호랑이네요.

주인공 칸이 어릴때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로 접어 준 종이 호랑이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종이 호랑이에게 숨을 불어넣자 엄마의 생명을 얻어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염소와 사슴, 물소 게다가 상어까지 등장합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선물해 준 종이 동물원이 만들어 준거죠. 엄마의 생명을 얻어서 말이죠. 이런 엄마의 사랑에 아이는 늘 행복할것만 같았는데...

미국 사람인 아빠와 결혼한 엄마는 영어를 못합니다. 아빠는 엄마를 카달로그에서 골랐다고 합니다. 영어를 잘 한다는 엄마의 소개글에 속아서 말이죠. 사실 엄마는 중국사람입니다.

"영어로 말해요. 영어로"

이 말을 시작으로 칸과 엄마 사이가 조금씩 멀어져 갑니다.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엄마와 대화를 하지도 않았지요. 이런 아이의 말에 엄마는 영어로 말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지는 못하네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는 엄마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자신의 행복만을 찾아 떠나려고 합니다.

이런 아이의 바람 때문일까요. 아니면 종이 동물들에게 자신의 숨을 불어 넣어주느라 그런걸까요.

결국 엄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매년 청명절에 다락에 놔둔 상자를 꺼내어 꼭 엄마 생각을 하라는 마지막 말은 남기고요. 그렇게 2년이 지나 4월 첫째주의 어느날 TV를 보던 중 엄마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죠. 자신이 어릴적 엄마가 처음으로 만들어 준 종이 호랑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릴적 처음 자신에게 오듯이 무릅위로 뛰어 오릅니다. 하지만 그 뿐이네요. 접혀있던 곳이 풀어져 다시 예전의 포장지로 돌아가버린 것이죠. 그리고 하얀면에 빼곡히 적힌 한자를 보게됩니다. 한자 읽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아들을 뜻하는 한자 정도는 알기에 엄마가 아들에게 쓴 편지라는 걸 알게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편지를 들고 중국어를 아는 관광객을 찾아 그 내용을 듣게됩니다. 

내 살갗을 뚫고, 내 뼈를 뚫고, 결국에는 내 심장을 꽉 움켜질때까지 내 안에 스며드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됩니다.

'아들, 왜 엄마랑 말을 안 하려고 해?'

'아들, 왜 엄마랑 말을 안 하려고 해?'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이 글만 귓가에 맴도네요. 그리고 한동안 멍한 마음뿐이었네요.

이렇게 저자의 첫번째 작품인 '종이 동물원'이 막을 내립니다.


이어지는 나머지 작품들은 어느정도 환상문학이라는 작품에 어울리는 내용들이네요.

천생연분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어쩌면 지금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말 미래의 누군가는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한때 과거에 중화민국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를 한 소녀와 파자점술사와의 안타까운 만남을 담아내기도 하고 과거의 한 시점에 역사의 방향이 틀어져서 일본이 만주 지역을 장악하고 미국과 함께 태평양 횡단 터널이라는 대공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틀어진 역사에서도 일본의 만행은 변함이 없네요. 조선과 중국인을 강제로 징용하고 위안부를 둔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으니 말이죠.


이렇게 선물같은 14편의 단편이 담겨있는데, 환상문학계의 상을 휩쓴 저자의 저력이 어떻게 다져졌는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민들레 왕조 전쟁기'라는 시리즈로 출간을 한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그나저나 아직까지 엄마가 전하는 편지글이 눈에 남네요.

'아들, 왜 엄마랑 말을 안 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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