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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평점 :
우화(寓話)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우화(愚話:어리석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이야기의 속 뜻이야 지혜로움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이야기 자체만으로 보면 어리석고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우화(愚話)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우화(愚話)의 의미에 아주 걸맞게 세상의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가 왕창 담겨있다.
그것도 세상의 모든 바보들의 이야기가...
인간을 창조한 신은 인간들이 세상에 내려가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더 지혜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어리석은 자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한 명의 천사에게는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에 모두 고루 떨어뜨려 어리석은 자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고 또 한 명의 천사에게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하였다. 신이 직접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세상에 내려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지혜로운 자를 모으는 천사의 일은 큰 어려움 없이 수훨하게 끝이 났으나 어리석은 자를 모으는 두 번째 천사의 일은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어찌어찌하여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신이 계신 곳으로 날아올랐으나 그만 나무가지에 걸려 산 아래 마을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곳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죠.
이를 본 신은 어리석은 자들이 모여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갈지 지켜보기로 합니다. 어쩌면 좋은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며서요.
이렇게 해서 헤움이라는 한 마을에 온 세상의 모든 어리석은 자들이 모여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에 그들이 남긴 이야기.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상상하지도 못했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소개된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편에서도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죠. 아마 이 질문은 지혜로운 자들에게도 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일꺼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해 자신의 믿고 의지하던 것에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원했던 '세상에 내려가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더 지혜로운 세상'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신을 먼저 제대로 알아야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지혜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나를 알아간 지혜로운 자들이 세상을 기쁘게 사는 법을 알아갑니다. 나무를 비라 부르고 다시 비를 나무라 부르는 지혜를 얻게된거죠.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어리석은 자들이 보여주는 45편의 어리석은 이야기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우화속에서 담겨있는 숨은 뜻은 읽는 이마다 다르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어쩌면 모두 비슷할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