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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1 (반양장) - 발칸반도.그리스.터키, 봄꽃들이여, 무얼 기다리니 ㅣ 세상의 용도 1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평점 :
지혜의 책.
삶을 바꿔놓는 힘을 가진 마술의 책들 중 하나.
얼마나 대단한 책이기에 이런 수식어까지 붙혀가면서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 봐서는 한낱 여행기로만 보이는 책인데 말이다.
특이한 점은 여타 여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제목이 붙혀있다는 것 뿐.
세상의 용도.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혔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왜 이 책을 지혜의 책이라 소개를 한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의 동기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2년의 시간과 넉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된다.
계획 자체는 확실치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선 떠나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특별히 정해진 계획없이 한 사람의 작가와 화가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인 카이바르 고개에 이르는 1년 반 동안의 여정의 결과를 '세상의 용도'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게 된 것인데, 기존에 700페이지에 가까운 하드커버 형식의 책에서 휴대의 편리를 위해 이번에 3권으로 분권하여 재출간을 한 책이다.
1권은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을 거쳐 터키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고, 2권은 중앙아시아의 이란이 주 무대이고 마지막 3권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여정을 담고있다.
첫 페이지에 작고 초라한 자동차와 한 남자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아마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 부비에로 보여진다. 1953년 7월의 어느 날 출발할 즈음에 찍은 사진이 아닐까 여겨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10년 정도인데다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냉전시대라 어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여행의 동기는 필요치 않은가 봅니다. 그리고 20대 중반의 청춘이라는 나이도 한 몫을 했겠지요?
저자가 작가여서일까요?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 모두를 다 담아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수박씨를 잘근잘근 씹는 아코디언 주자의 모습을 언급하기도 하고 지나던 길에 눈에 띈 벗긴지 얼마되지 않은 곰가죽의 생생함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행길에 마주한 세상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어 그들의 삶을 깊숙히 들여다 보기도 하네요. 그러면서 세상의 용도가 뭔지 저자의 생각이 하나씩 담겨갑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 그들은 왜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잇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동안 저자가 간직한 세상의 지식들이 이것들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삶이 나타난 것이지요. 그동안 자신의 간직하고 있었던 건 한낱 지식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지혜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누군가가 이 책을 '지혜의 책'이라고 소개를 한 것 같습니다. 이제야 세상의 용도가 무엇인지 감이 오네요.
아직 나에게 이 책이 전해주는 건 그저 지식일 뿐일겁니다.
아직 나는 세상의 용도를 제대로 써 보지 못했으니까요.
세상을 제대로 써 볼 시간이 내게도 주어지리라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