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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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몇년전에 처음 소개받아 읽기시작한 수상작품집.  매년 끊을수가 없다. 아. 이런일이 있었지 싶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들이 가득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기쁨을 주는 책.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은 김지연 작가님의 반려빚. 처음에 빚을 빛으로 읽고서는 빛에 반려라.. 뭐지? 싶었는데 빛이 아니라 빚이라니... 빚에 허덕이는 모습에 반려라는 표현이라. 정현의 빚의 대부분은 사랑했던 서일로 인함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빚만남은 정현. 닥치는 대로 일을했지만 빚은 줄지 않고, 내 목을 옥죈 빚은 꿈에서조차 내가 먹고싶은 커피한잔을 하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서일. 하지만 정현은 서일을 매몰차게 끊어내지못한다. 이혼 후 돌아온 서일은 제법 큰 돈을 나에게 입금했으나 이자는 계산하지 않은 금액이였다. 하지만 나는 서일이 남기고 간 빚을 다 해결하고, 카드로 살아간다. 또다른 빚의 시작인걸까. 어느 날 반려빚은 너무나 당연히 나의 꿈속에 나타난다. 나는 이미 그 빚을 다 떠나보냈음에도. 너무나 당연히. 
정말 놓은 것일까.
이 시대 안에서 그저 나의 힘으로만 서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빚은 정말 평생의 반려처럼 붙어있다. 그 끔찍을 '반려'라는 말과 붙인 작가가 가혹하다 해야 할지, 긍정적이라 해야할지. 이 소설을 읽으며, 그저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김지연 작가님의 파주. 군대 선임의 폭력에 시달렸던 피해자 현철이 가해자 정호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철은 정호에게 한달에 백만원씩 당신이 나를 괴롭힌 벌로 1년을 달라한다. 그러면 사라지겠다고. 그런 현철을 바라보며 정호는 욕을 해대지만, 돈을 입금하고, 정해진 날짜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현철은 정호의 곁을 어김없이 헤매인다. 어떤 언급도, 해악도 끼치지 않지만, 정호는 현철이 두렵다. 왜일까. 현철은 아무것도 안하는데. 돈을 주기 싫어서이지만 정호는 현철에게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현철은 딱 1년 한달에 백만원을 요구한다. 
그것 만이라도 해야겠다는 현철은 1년이 지나 정호의 곁을 떠났지만, 이제는 과거를 떠나보냈을까. 수년이 지나고도 잊지 못해 결국은 그것만이라도 해야겠다 찾아오는 현철을 떠나보낸 정호는 다시 원래의 일상을 찾는다. 현철은 위로 받았을까. 정호는 현철을 정말 잊었을까. 최근 밀양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고, 피해자는 아직도 고통속에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감히 피해자의 상처를 가늠할 수조차 없기에 파주라는 이 작품이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에 대해서 말이다.

대상 작품인 김메라 작가님의 <이응이응>.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 사랑의 묘한 대응이랄까. 그리고 선택적 공감으로 인한 혐오가 일상이 된 지금 공감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어차피 세상은 멸망 할 텐데>, 교육자에 대해 학생에 대해, 지금의 학교가 학생에게 가르치고하는 것과 학생이 학교로부터 원하는 것의 괴리랄까. 묘한 씁쓸함을 남긴 <보편 교양>,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진심을 다한 가짜가 스스로 진짜가 되어버린 <혼모노>, 그리고 스릴러일까. 돈과 권력의 수직적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등장 인물 모두가 회색 빛처럼 보이는 <언캐니 밸리>. 지금의 시대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였다. 그래서 늘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즐겁다.

올해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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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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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OTT 에서 드라마로 먼저 알았지만, 지인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는 추천에 드라마보다 책을 먼저 집었다. 

그리고 한숨에 읽었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따라 떠난 덴마크 브리쉘. 그곳에서 기사로만 만난 이니셜 'L'의 흔적을 따라간다. '내'가 'L'을 찾는 여정속의 '박'의 이야기도 함께다.

책은 타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3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윤주의 병을 뒤로하고 'L'을 쫒아 덴마크로 왔다.

'박'은 누군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 인물이다.

'L'은 어머니의 죽음을 값으로 치르고, 덴마크로 왔다.

'나'가 윤주에게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묻은 채, 'L'의 일기를 토대로 그의 흔적을 쫒아 덴마크로 온다. 

그리고 'L'이 머물렀던 장소를 찾고, 그곳에 머물고, 그가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윤주에게 해야 했던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여정을 함께 하여주던 '박'은  '나'에게 타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덧 '나'는 그것이 '박'의 이야기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에게 위로를 건낸다. 침묵으로. 그의 말을 들어줌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공감이라는 감정은 요즘 사회에서 보여지는 선택적 공감이 아니다. 

이 책이 내게 신기했던 점은 이 책의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로기완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내가 로기완의 삶을, '나'의 삶을, '박'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꽤나 신기한 경험이였다. 작가가 써놓은 감정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로만 접했다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타인의 삶을, 책 속 화자의 '나'의 눈을 통해 이해하게 한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란 이런 것이지.

타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세사람의 이야기를 그저 사실로만 읽었다면,

나는 어떤 입장이였을까.

아마도 판단을 하고 비판을 했겠지. 어떻게 저럴 수 있어.라며 쉽게 말이다.

하지만 책 속 그들의 삶을 알아가며, 가장 감정의 바닥까지 떨어진 인물들이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그 사실을 감히 공감하게 했다.

'나'가 윤주에게 해야했던 말.

'L'이 로기완이 되어서 살아야했던 삶.

그리고 '박'이 가지는 죄책감이 어쩌면 그가 아닌 그녀의 선택이였다는 것. 감히 누가 그 상황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슬펐다.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책.

그것을 책을 읽으며 알았지만,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지만,

읽으며 행복했고 슬펐던 책.


추천.


"희망은 하나여서 절박했고 절망은 그 후를 약속해주지 않아서 두려웠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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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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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라는 제목이 뭔가를 탁 치게 만들었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인해 학살당한 유대인과 지금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 그 모순이 이 책의 제목을 통해 드러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만'을 사랑하는 것일뿐이라는 저자의 말들.

나는 동양인이기에 유대인에 대한 역사나 현재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좋지 않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가 떠올랐다. 나의 한글이름이 발음이 어려우니, 다른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호스트 아주머니의 말에 내가 '쥬'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했었다. 그 때 아주머니가 하던 말. '나는 편견이 없다. 오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유대인을 싫어해. 쥬라는 발음은 그들을 연상시킬 수 있어서, 니가 위험해질 수 있단다'라고 했었다. 그 때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대화가 어려웠(...?)던 관계로 그 이상을 묻지는 못했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 그 때 나의 질문에 답을 주고 있었다.

안네 프랭크. 누구가 아는 인물. 13살의 소녀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었다. 그녀가 나치를 피해 숨어들었던 곳은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하지만 그곳에 젊은 직원이 유대인이 쓰는 모자(야물커)를 쓰려고 하자, 고용주는 그 모자를 야구모자 속에 보이지 않게 쓰라고 했단다. 박물관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안네프랭크의 집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 대체 왜? 물론 4달의 심사숙고 끝에 그 박물관의 입장은 철회되었지만, 왜 그것이 4달이나 걸려야 했을까.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유대인이 유대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 말한다. 홀로코스트 앞에서 눈물짓는 이들이 실제 유대인 앞에서는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그것은 유럽의 역사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예중 하나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예로 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대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도 같은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속에서 죽어야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애도에 눈물지으면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사투에는 국가이익이니,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손가락질을 말이다. 왜 우리는 이런 모순적 행위를 행하는 것일까. 나와 '타인'을 구분함으로써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공감이라는 말 뒤에 혐오가 함께 따르는 지금. 내가 공감하는 대상이 그저 누군가 쳐놓은 울타리속만은 아닌지. 죽은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것은 그들이 그저 죽었기에 더이상 타자로써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길.

개인적으로 저자의 글이 그저 내게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만을 하게 하지는 않는다. 살짝 불편함이 느껴졌달까..저자의 글속에서 유대인은 한없는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모습이.. 그러했다.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행하는 가해행위는 그저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보여지지는 않기에 그러했다.

뭔가 뜨뜨미지근함이 남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하다.


"홀로코스트는 사랑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일은 전 세계 모든 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하고, 그 대신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즉 책임을 대변하는 - 이 세계에 '명령받음'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래 언제나 그것을 대변해온 -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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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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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누구의 추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내 장바구니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기에 얼른 주문한 책. 상받은 책은 읽어줘야지. 싶어서.
그리고도 꽤 오랫동안 내 책장에 꽂혀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와 읽었다.

작가의 책을 읽은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것 같다라는 말.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며, 작가의 흐름을 잘 따라가보자...하며 읽었는데, 대체 뭐지? 무슨 이야기인거지?하면서 알쏭달쏭하던 순간 어느 순간부터인가 앞의 내용이 사-악..하며 다가오고, 책의 말미에서 다시 첫 페이지를 펴게 만들었다.

1장이 요하네스의 탄생이였다면, 2장은 요하네스의 노년이다. 그러다 문득 노년의 요하네스가 다시 젊은 시절의 모습이기도하고, 다시 노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요하네스의 친구인 페테르 역시 그의 곁에 있다가, 없다가. 그가 한 때 좋아했던 페테르센의 모습도 그러했다.
아내 에르나와 함께 했던 부엌. 그녀가 끓인 뜨거운 커피한잔과 담배 한대. 그리고 그녀와의 소소한 대화들.
그리고 그와 그녀의 막내딸 싱네의 모습.

이 이야기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같이 요하네스의 시작과 요하네스의 죽음을 말하면서도, 그의 죽음은 다시 삶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책 속 문장엔 마침표가 없다. 그 마침표가 없음이 처음엔 굉장히 생소했음에도 문득 요하네스라는 '나'의 삶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 어디서부터 시작, 어디가 끄읕이라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그들 만났던 마지막이 아니라,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나의 할머니의 마지막보다, 나와 함께 했던 할머니의  훨씬 젊었을 때를 기억하고, 또한 나의 친구를 이미 20년이나 흘렀지만 중년의 모습이 아니라 처음 만났던 교복입은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었던 모습으로 상대를 추억한다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 삶은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모습, 그대로 말이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제 5도살장에서 외계인이 모든 시간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계속해서 본다는 말. 그 말은 우리의 추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욘 포세가 그리는 인간의 노년은 삶의 끝, 곧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 아니라 나에게도, 나를 기억하는 이에게도 저녁이면서도, 깊은 밤을 지나 다시 아침, 새벽이 함께 느껴진다.

요하네스 역시 가장 사랑했던 이들을 그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회하고, 그의 막내 딸 싱네 역시 아버지 요하네스를 죽음이아니라, 자신이 사랑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추억하니까.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죽음을 삶으로 다시 생각케하는 이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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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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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전작도 유명한 작품인줄은 알았는데, 제목에 거식증인가.. 식이장애에 관련 소설인건가 싶어서 읽었는데, 정말 '못'먹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어렸을 적 아버지 공장의 사고로 인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제영은 먹을 때마다 아는 이의 죽음을 본다. 그것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로인해 그는 먹는 행위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 또한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음식, 최소한의 사회생활로만 겨.우 살아가는 중이다.
영양실조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것도 다반사. 그는 응급실의 단골고객인셈. 그런 그를 솔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제영이 다니는 조그만 인테리어 회사의 사장은 말그대로 갑질의 대명사인 사람이다. 제영은 어느날 그의 죽음을 보았다. 
처음 제영이 죽음을 본 후부터 알게된 사실은 '사'를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즉 죽는 사실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그가 보았던 첫번째 죽음을 막고자했던 그는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간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사장의 죽음을 알려줄 수도, 막을 수도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시간에 사장은 죽지 않았다. 
사장 대신 그 사고로 죽은 인물은 뜻밖의 사람이였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사장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된 그는 중개인이라는 사람을 알게된다.

중개인은 죽음을 중개한다. 즉 죽을 사람을 대신해 대리자를 셋업하고, 대리자에게 돈을 주고, 대리자를 죽게 함으로써 원래 죽을 사람을 살리는 것. 대리자는 자신의 생을 댓가로 돈을 받고, 원래 죽을 사람은 돈으로 생을 산다. 중개인은 그 중개의 댓가로 역시 돈을 번다.
제영은 그 사실이 역겹다. 중개인의 논리가 일부 수긍가는 점이 있지만, 그는 사장 대신 죽었던 이의 장례식을 통해 그가 가졌던 역겨움의 이유를 찾았다. 

그렇기에 제영은 누구든 죽을 이의 생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가 보았던 은파기술의 최중묵 대표가 아닌 대리자의 죽음을 막는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이 책을 보며, 트롤리 딜레마가 생각이 났다. 한명의 죽음과 다섯명의 죽음 그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딜레마를 들으며, 그것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죽음에 경중의 가치를 감히 측정 할 수 있을까. 


'맞아요. 사람은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든 정해진 생을 살아내야 해요." p.135


삶은 불공평 할 수 있으나,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래서 작가는 전제를 '아는'사람의 죽음만이 보인다는 전제를 두었다. '아는'이라는 범주가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일 수 있으나, 내 삶속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아.. 정말 너무 어렵다... 그래서 '못'먹는 거였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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