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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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제목과 함께 무표정한 사내의 표정, 그리고 그 사내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들어올린 사람이 보이는 표지.  약한 다홍빛을 띠는 표지에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그림. 궁금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 슐레밀은 부유한 욘씨에 갔다가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는 슐레밀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자를 가졌다며, 그에게 원하는 것을 줄테니 당신의 그림자와 맞바꾸자고 한다. 그는 그가 가진 마법 주머니와 자신의 그림자를 맞바꾼다. 그 주머니는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꺼낼 수가 있었다. 그렇게 교환 후 그는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에게 그림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만나며 깨닫는다. 나의 부와 상관 없이 그림자가 없는 삶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누구도 그의 곁에 남지 않았고, 사랑했던 여인도 떠난다. 오직 그가 고용한 벤델만이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킬 뿐.
그렇게 은둔 자로, 밤에만 움직이며, 사람들을 피하는 그에게 다시 나타난 의문의 남자. 그는 그림자를 돌려줄터이니, 사후 당신의 영혼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슐레밀은 그 제안에 응할까. 그림자를 받는다면, 그는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주머니도 당신의 것이라 말하는데.

이 책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스토리와 작가 샤미소에 대한 소개 및 본 작품의 해설부로 나뉜다. 한마디로 스토리 자체가 길지는 않다. 
 나는 책을 읽으며, 왜 하필 작가는 그림자와 자본을 교환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것 같은 나의 그림자와 돈이라. 내가 가진 것이 없을 때, 그 교환을 응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심지어 지금같은 자본주의 사회인데...

그림자는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지만, 없다면 타인이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들중 하나이다. 그것은 양심일수도, 도덕일수도, 이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물성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져갈 순 없으니, 그래서 작가가 택한 것이 그림자 였을까.
인간성과 자본의 교환 가치는 동등한 것이 아니라는 해설을 읽으며, 나는 저자의 시대는 여전히 인간성, 이성, 도덕, 상식이 더 중요한 사회 였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지금이라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라도 가진자가 행했을 때, 이토록 관대해지는 사회에서 나는 여전히 책속의 거래를 뿌리칠 힘이 있을까? 하는 냉소만이 떠오르는건 내가 너무 비관적이서 인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슐레밀의 두번재 거래, 그리고 그가 택한 선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 이성, 어쩌면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꼭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유혹은 언제나 그리 아주 가볍게, 아무것도 아닌듯,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정말...나는 첫번째도, 두번째도 거절 할 수 있을까.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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