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존재
김곡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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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을 만났다. 과잉존재라. 책관련 단톡방에서 누군가 이 책을 언급했던 것이 기억나 읽은 책. 포켓사이즈의 얇고 작은 책인데, 이상하다.


21세기는 과잉의 시대다. 슈퍼마켓의 상품이 넘쳐나고, 미디어도 다양화 되어 컨텐츠가 넘쳐난다. 뉴미디어 속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든 이가 컨텐츠다. 그런 컨텐츠는 ‘좋아요’를 통해 드러나고, 우리는 그 ‘좋아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한다. 모든 것이 넘쳐 흐르는 시대가 21세기라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과잉의 반대는 무엇일까? 단연코 과소는 아니다. 그자체가 수량이 아니다. 과잉의 반대는 ’경계‘다.  경계는 그 자체가 균형이고 조절이며 기준이다. 그렇다면 경계가 없는 과잉의 시대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 시작은 ADHD다. 저자는 주의력결핍장애는 경계없는 현재에 감금된 것이라 말한다. 주의산만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일을 지금하는, 그러니 미래가 없고,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을 해도 경계가 있었다. 회사 안과 밖, 시간 역시 출근과 퇴근이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 위에 있는 요즘은 집과 회사의 구분이 없고, 출퇴근 시간이라는 경계가 없다. 매 시간이 반복이고, 그러기에 시간은 순삭되었다. 매일이 동일한 오늘이고 지금이라는 것. 이런 것은 일에서만 나타나진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도 누군가와 만나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순삭되고, 예단한다. 진중함은 사라지고, 오로지 합리화나 등가성과 같은 개념만 남기에 오롯한 향락이나 대인기피의 양극단의 모습만 남는다. 

점점더 짧아지는 컨텐츠. 짧은 컨텐츠에 갖힌 우리. 어떤 단계나 나아가는 시간이나 방향이 없이 현재에 갇힌 우리에게 ADHD라는결과는 필연일지 모른다. 


이밖에도 공황장애, SNS조울증, 묻지마 범죄, 폭식증, 경계선 주권장애 등에 대해서도 과잉의 측면에서 논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는 경계가 없다는 상태, 진공에 떠있는 것과 같은, 주체를 잃어버린 그 상태가 주는  지금이 문득 두려워졌다. 무언가 부당한것 같은데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현재를 나아가고 싶은데, 나아가야할 방향을 잃은 현재는 나은 미래라는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잉을 벗어나는 주체가 되기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라는 벽을 마주해야하고, 주체로써의 나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으며, 묘해졌다. 그러면 그건 좋은 건가.? 나라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과, 나라는 한계를 인지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현재. 아. 자아분열 올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이상했다. 맞는말인데,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경계가 없는 과잉의 시대에서 분명 나는 방향을 잃었다. 지금의 내상황과 내 감정이 묘하게 책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에 더 몰입해서 읽은책. 

이상하다. 다시 읽어야지.


굿. 진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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