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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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번의 생사>라는 제목에 끌렸다. 계속 죽다가 살아나는 소설인가.. SF야? 하면서 읽은책.

책의 저자가 유명하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나서 알았다. 

 책은 표제작인 <오천 번의 생사>를 비롯하여 다수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은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그 내용의 전반엔 죽음이 깔려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타인의 죽음. 어머니이면서, 고작 열흘이였지만 일터에서 만났던 이, 어쩌면 하루저녁 신세를 졌던 이의 입에서 나오는 죽음. 친구의 죽음. 나의 죽음은 두렵지만, 타인의 죽음은 두려움과 슬픔이 공존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죽음에 대한 감정의 결론을 내리는것이 아니라 짙은 여운을 남겨 책을 읽는 이로하여금 그 생각과 감정을 계속해서 생각케하는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표제작 보다는 첫 작품인 <토마토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대체 왜 그 남자는 나에게 먹지도 않을 토마토를 사다달라고 했을까. 그리고 그 남자가 내게 요청했던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 누군가의 간곡한 요청을 지나칠수 없었던 '나'가 남자의 부탁으로 사다준 토마토. 하지만 그 남자가 정착 중요히 요청했던 편지를 잃어버린 '나'는 남자의 죽음과 함께 남겨진 토마토를 보고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밤새 찾았지만 잃어버린 편지를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이후로 토마토를 먹지 않았다. '나'에게 토마토는 남자에 대한 잃어버릴 수 없는 기억이면서, 그 남자에 대한 죄책감이다. 이 편이 인상적이였던 이유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그저 가십거리로 넘기지 않은 주인공의 마음씀이 타인의 죽음을 앞에두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음으로써 가십으로 소비되는 요즘의 모습과 많이 달라서 였는지도.


그리고 언제나 통쾌한 단어 <복수>. 나를 위해 타인에게 행하는 고통은 결국 내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교사에게 당한 폭행으로 세 친구는 각기 다른 길을 갔지만, 복수를 위해 다시 만나고, 성공한다! 아. 이 짜릿함. 역시 복수는 통쾌하다. (이 작품만 다른 편과 결이 다르지만, 중간에 껴든 통쾌함은 각 이야기에 깔려있는 죽음에 대한 묵직함을 덜어준다.)


그리고 <쿤밍. 원통사 거리> 목전에 둔 친구의 죽음 앞에서 친구를 계속해서 떠올리지만,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동시에 반대로 그 마지막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속에서 방황하면서도 친구에 대한 기억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그 마음에 백분 공감했다. 마지막 시간과 그 시간을 맞딱드리고 싶은 않은 감정의 모순. 그래서 나와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은 늘 남겨진 이에게 가슴아프고 두려운 시간이니까.


처음 읽은 작가의 책이였지만, 작가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나를 펑펑울게 하진 않았지만, 한편 한편 읽으며 자꾸 나의 감정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현재 진행형이 아닌 기억. 누군가를 과거로만 기억해야하는 그 기억은 나의 현재를 함께 하지 못하는 그 사람의 부제로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속에서 그로인해 내가 행복했음을 알게하기도 한다. 


재밌다. 먹먹하지만. 따뜻한 책.


"나는 하루에 오천 번쯤 죽고 싶어지고 또 살고 싶어져. 형도 의사도 그게 내 병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다들 그렇지 않나? 넌 어때?"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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