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93
김교빈 지음, 이부록 그림 / 동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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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 에세이" 김교빈 교수님의 다른 책을 먼저 읽고, 그 책이 너무 좋아서 교수님의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알았다. 제목을 처음 보고는 "한국철학"이라는 말이 왜 그리 낯설었던지.

동양철학이라는 말도 입에 착 붙지는 않았고, 내게 철학이라는 단어는 서양과 맞물려 있었다.  철학을 거의 모르는 해당 분야의 문외한임에도 그러했다.(몰라서 그랬던걸까..ㅠ)


책은 인물 중심으로 한국 철학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원효부터 수운 최제우까지.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책 한권에 담기에 벅찰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철학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모를뿐이지. 그리고 우리가 국사공부를 통해 알았던 인물들이 사실은 시대의 철학자였다는 점도 놀라는 부분중 하나였다. 우리가 우리의 철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와 같다. 우리는 뿌리를 가진 민족이며, 그 민족의 근거가 되는 사상을 가졌고, 이것은 곧 다른 민족과 우리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우리 철학의 흐름은 통합과 합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원효와 지눌을 통해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온 불교도 우리만의 불교 사상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선종과 교종으로 나뉘었지만, 결국은 그 둘이 불교의 석가모니가 말하는 가르침을 놓고 볼때,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서로의 사상을 존중하는 합침의 철학이 있었다.

조선시대 근간이 되었던 성리학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이기론 역시 서경덕, 이황, 이이, 정제두를 거치며 이와 기의 논쟁으로 시작해 결국은 인간을 중심으로 두 이념을 나눌수 없음으로, 그 이념이 형이상학적인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과 당시 백성을 중심의 이념으로 연암 박지원을 거쳐 다산 정약용까지 발전을 거치며, 그 사상의 근간을 인간을 통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 모두의 기반이 되는 철학 사상으로 퍼져가는 500년의 시간이였다. 

또한 그 사상은 수운 최제우의 동학을 거쳐, 일제치하 의병활동에서 3.1운동,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현대 우리의 시민혁명까지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잘 몰랐지만 책을 통해 알게된 하곡 정제두라는 분의 생각의 발전은 놀라웠다. 그 시대 가장 깨기 힘들었던 이념이였던, 신분차별 문제에 대하여 젊을 때(30대)와 훗날(80대)의 생각이 전해 다르다는 것이다. 30대에는 서자와 적자의 구별을 엄격히 해야하고, 남녀 문제에서 역시 당시의 시대상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가 80대에 쓴 글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적서의 차별은 옳지 않고, 여성의 개가 역시 허용해야한다는 점 등을 말한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되어가는 생각을 그는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학문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보다 나아가는 방향으로 바꿨다는 점이였다. 그런 그의 생각은 강화학파로 그리고 실학으로 그 이후 우리의 독립운동으로 발전되어 갔다. 그가 학문을 연구하면서도 현실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의 이념에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그 이념의 근간을 지켰기에 그의 철학은 우리가 가장 어려울 때 빛났다.


이런 많은 우리의 사상은 수 천년간 쌓이고 쌓여 현재까지 이어져 우리가 되었고, 우리의 근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이것이 저자가 말한 우리가 우리의 철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임을 책을 덮으며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였다.

한번 읽고 두는 책이 아니라, 생각이 날때마다 한번씩 들춰보게 하는 책이다. 에세이라고 쓰여졌지만, 한국 철학의 큰 흐름을 책한권에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개인적으로 책에서 언급된 철학자 한명 한명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강력 추천!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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