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인물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 인물화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2
이주헌 지음 / 다섯수레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고흐 <자화상> 


이 책은 서양미술의 여러 인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인물화는 뭐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지'
라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물화를 자세히 살펴보니, 인물화의 종류도 꽤 다양하고, 인물화에는
나름 화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화가의 강렬한 눈빛- 화가의 자화상

위의 그림은 고흐의 자화상입니다. 이 책은 이와같이 강렬한 고흐의 자화상을 첫그림으로 냈습니다. 고흐는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이 그림을 그렸던 즈음, 고흐는 보시다 시피 귀를 자른 뒤입니다. 친한 벗인 고갱을 아를로 초대했고, 함께 지냈지만 둘은 싸
웁니다. 그리고 고갱은 떠나버리고, 이에 화가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등 감정적으로 폭발합니다. 하지만 그는 화가입
니다. 다시 붓을 들고 그립니다.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는 모델을 쓸 돈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제가 본 것 만도 12점이 넘는 자화
상이 있더군요. 그의 가난, 고뇌, 하지만 저 빨강색을 보십시오. 그림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인물화, 화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이전의 초상화와 어떻게 다를까요?
정답 :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렸다.
이전의 초상화를 한번 떠올려볼까요? <모나리자> 이전의 초상화는 모델을 닮긴 했지만,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엄숙하고 딱딱했죠. 미소를 띄운 초상화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움이란 보기 힘들죠. 그런데 다빈치는 스푸마토 기법을 통해 윤곽선을 없애고 흐릿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을 표현하였죠.

프란스 할스의 <유쾌한 술꾼>. 이 초상화는 무엇을 얘기하는 지 한번 살펴 볼까요?
신화속의 신도 아닌, 그리스도도 아닌, 제국의 왕도 아닌, 일개의 시민 그것도 술에 잔뜩 취한 모습의 초상화는 당대엔 매우
드뭅니다. (물론 요즘도 술취한 모습을 초상화를 그리진 않죠.ㅎㅎ ) 당시 네델란드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시민자치 공화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왕과 귀족의 근엄한 초상화가 아니라 동료 시민의 초상화가 주로 그려졌다고 하네요. 이 그림에선
'시민사회의 낙천성이 생생히 다가온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에겐 좀 버거운 표현, 어른들을 위한 미술이야기?

이주헌씨는 어려운 미술을 쉬운 표현으로 녹여내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하는 좋은 작가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데, 조금은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과 표현이 어린이의 눈높이 보
다는 어른들의 생각이 더 많습니다. 가령,

   
  화려해 보이는 인생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이처럼 짙은 그림자에 싸여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영광과 오욕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느껴지는 아주 인상적인 초상화 입니다. (39쪽. <부러울 것 없는 여인에게 드리운 그늘>중에서  
   

라든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한 사람이 존재하는 게 어쩌면 이렇게 큰 울림을 줄까 싶은 그림입니다.
(41쪽. 뒷모습의 초상화 <여인습작> 중에서
 
   

등과 같은 표현입니다. 더없이 아름답고,눈길을 끄는 표현이나, 이것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전달될까 싶은 아쉬움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다시 어른 용으로 손을 봐서 다시 편집해서 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혹시 이주헌씨가 어른 용으로 쓴 원고를 출판사에서 그냥  어린이용으로 낸 것이 아닌가 살짝 의심을 한번 해 보았습니다. 미술에 궁금한 것이 많은 어른들, 인물화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책을 권합니다. 인물화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고 시대를 이해하면서 즐거운 미술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시원한 도판입니다. 책의 판형이 조금 큽니다. 그래서 그림에 제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좋은 글과 함께 이 책이 갖는 미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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