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 현장에서 찾은 건축 키워드 10
구본준 지음, 이지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출처 : 청원산방 홈페이지
  

이따금 북촌의 한옥마을에 가보면 신기한 것이 있습니다. 다 해봐야 20평도 안될 것 같은 집인데, 막상 들어가면 전혀 
좁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방도 있고, 마당도 있고, 작업실도 있고, 나무도 있고. 모든 게 작은데 큽니다. 이것이 '한옥
의 요술'이라고 이제는 확신에 이르게 됐습니다. 아파트는 40평 넘어도 그리 넓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거실이 크구나'하는
느낌 정도이지요. 게다가 아파트는 아무리 넓어도 제각각 공간의 독립성이 없지요. 그런데 한옥은 어쩌면 독립적이면서
도 좁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인지... 과학적으론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군요. 아마도 한국건축은 인간과 자연에 가장 맞추 
어서 지은 집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둥, 서까래, 대들보...
이런 말들을 아파트에서 태어나, 단지안에 있는 유치원에 가고, 학원가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뭔지 모를 것입니다.
본적이나 있을까요? 이제는 외갓집도 더이상 시골이 아닌 세대의 아이들에게 기와집은 민속촌에나 있는 거라고 생각할 것
같네요. 하지만 사람사는 집이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 건축이 지닌 아름다움을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는 아이들에게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차근 차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옛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집장사(건설회사)가 지어놓은 집에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현대인으로서는
스스로 살 집을 짓는 그 과정이 먼 얘기이거든요. 이 책에 보니, 퇴계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칠 학교(서원)을 직접 설계하고
지으셨다고 하네요. 그곳에 공부할 사람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지은 학교는 그만큼 정겹고 깊은 멋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
면서 아이들이 집이란 단순히 먹고자는 곳이 아니라, 옛 우리 건축이 철학과 삶, 가족의 성장을 담은 기록이었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어렵지 않아 좋네요. 좌충우돌 캐릭터인 본본기자의 모습도 친근감이 갑니다. 실사와 일러스트
를 배합한 삽화도 아주 재미 있네요. 한번씩은 가본 고택들이지만, 책으로 보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본본기자가 의문을 보내고 -> 전문가가 설명하는 구조도 좋습니다. 본본기자 역시 출발당시 건축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그 질문의 높이와 깊이는 아이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지요. 전문가의 설명은 알맹이 있으면서 쉽습니다. 한옥의 지붕은
어떻게 올렸는지, 온돌의 원리는 무엇인지,  양반집 문은 왜 높은지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어요. 전국의 고택들을 다니면서
만든 책이라, 책뒤에 수록된 지도를 보면 재미있는 한옥기행의 지도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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