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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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나 음악가와는 달리 건축가가 쓴 자서전은 드물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그래서 반가운 책이다. 건축가란 화려하고 우아한 직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안도 다다오는 이곳 저곳에서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설계사무소 직원들에게 '게릴라 정신'을 강조하는데, 공통된 이상을 내걸고 신념과 책임감을 지닌 개인들이 목숨을 걸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열평 남짓한 소형주택을 '도시게릴라의 주거'라고 말한다.이는 각박한 도시환경에서도 개개인이 강인하게 뿌리내리고 산다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이처럼 안도 다다오는 '게릴라'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건축사를 써왔다. 기성사회와 투쟁하는 삶을 선택한 채 게바라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만큼 안도 다다오, 그는 뜨겁다. 1960년대 오사카 우메다에서 사무실을 열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건축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회의 불합리에 저항하고자'하는 것이었다. 40년 동안 그는 건축가로서 어떻게 '저항' 해 왔을까?
 
프로 복서 안도 다다오 , 고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그의 출발은 마이너였다. 그는 프로복서였다. 어렸을 적부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밖에 나가 놀기만 했다. 열일곱에 프로복서가 되었고, 2년만에 자신의 한계를 느껴 그 길을 접었다. 그리고 고교졸업. 이것이 공식적인 그의 학력 전부다.  건축현장에서 일하면서 건축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스물네살에 세계여행을 떠난다. 이때 만난 세계적인 건축물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는 독학으로 건축가가 되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집을 베껴가면서 그리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대학교과서를 혼자서 해독해가면서 건축을 배웠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알고 보면 비전공자에 독학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희망을 던져주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일본 역시 한국사회만큼이나 학연과 지연의 벽이 높은 사회다. 그 사회에서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자리에 서기까지 그의 삶은 도전 또 도전이었다. 그래서 소형주택 짓기부터 시작했고 좁은 토지, 모자라는 예산을 갖고 씨름하는 것이 익숙하다. 건축가로 성공한 후에도 꾸준히 주택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런저런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짓는 작은 집짓기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mx4m, 작은 집을 짓는 이유
 
그는 초기에 소형주택을 많이 지었다. 그 중에는  4m x 4m 의 집이 있다. 이 집은 25평방미터, 즉 10평이 채 되지 않는 대지 위에 지은 집이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집이 있을 수 있어?라는 의아해 했지만 사진을 보니 바닷가에 지어진 근사한 집이었다. 최대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필요한 것만으로 집을 지었다.
 


▲ 4m x 4m 집. 바다를 바라보는 멋진 집이다     ⓒ 인터넷   
 
바닷가에 지어진 이 집은 있을 것은 다 갖춘 집으로, 규모가 작지만 사람에게 꽤 유용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크고 거창한 것만을 부르짖는 자본의 시대에 10평도 안 되는 공간으로 완성된 작은 집을 통해 우리는 건축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안도 다다오는 설계사무소 신입사원에게 반드시 작은 집 건축일을 맡긴다고 한다. 왜냐하면 작은 집을 쓸모있게 짓기 위해 머리를 짜고 노력하는 동안 '건축에 대한 가치관'이 길러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백평 되는 미술관, 박물관,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의 시작은 아주 작은 집이라는 것, 이것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관이다. 

안도 다다오, 발상의 전환

 기존의 건축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싶은 발상을 한다. 빛을 무조건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빛을 차단하고 절제한다. 가정집을 지으면서 밖으로 창을 하나도 내지 않는다 등등.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오사까의 <빛의 교회>다.
 

 

  
▲ 오사까에 있는 < 빛의 교회 > 안도다다오의 대표작. 설교강단이 신자의 자리보다 낮게 위치해 있다 
ⓒ http://www.andotadao.org   
 
오사까 빛의 교회는 빛으로 조절해 십자가가 비치는 독특한 교회다. 건축형식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강단이 대중들이 앉는 의자보다 낮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목사가 설교하는 강단은 대개 4,50미터 상단에 놓여 신자들은 목사와 십자가를 우러러 보게 된다. 목사가 신자보다 낮은 자리에서 설교하는 <빛의 교회>는 사람을 섬기고자 하는 십자가의 정신과 가장 일치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이 <빛의 교회>를 지을 때 극한의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공간도 작았고, 예산도 빠듯했던 탓이다. 그러면서도 건축가는 완성도100%를 욕심내어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시공을 맡은 회사는 거의 이익을 남길 수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신자들이 한푼 두푼 모은 모금으로 지어지는 교회'라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다. 장인에게는 어쩌면 큰 건축물보다는 '극한 작업'을 해야 하는 작은 건물에 더 열정이 기우는 것이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또한 혼푸쿠지의 <미즈미도>라는 절은 지상에는 연못을 만들고, 지하로 법당을 구축한 독특한 건물이다. 말하자면 법당이 물을 이고 있는 형상이다. 논란이 많았고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건축물이 되었다.

공공건축의 중요성

안도 다다오는 건축은 도시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늘 묻는다. 그런 그는 건축의 공공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데,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그는 높이를 올리자는 건축주들의 요구를 거절한다. 건물의 높이는 오래된 가로수보다 높아서는 안되며, 이는 공공을 위하여 그 정도는 감수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집센 건축가를 이기지 못한 건축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접어야만 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탐욕의 건축, 탐욕스런 건축주들의 횡포를 생각하면, 건축가도, 그 고집에 져준 건축주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부야 전철역 건축이야기도 흥미롭다. 지하철 역이라 지하층의 환기가 문제가 되는데 그는 이를 자연적으로 환기되는 구조로 만든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지하철 환기 시스템'은 건설 당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는 환경을 위해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학력사회와 싸우면서, 기존의 건축이라는 개념과 부딪히면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까지 오뚜기처럼 일어서고 또 일어서고 했던 이력이 있다. 그는 끊임없이 건축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해 왔다. 작은 집을 아름답게 쌓아올린 것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미즈미도 법당>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나, 건축가 안도다다오>는 그런 고민의 결과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건축가의 길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기존질서에 어떻게 부딪히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왔는가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일어섰다 쓰러졌다를 반복하는 한 인간의 삶을 보고 용기를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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