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열여덟 어른 - 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남겨진 과제
김성식 지음 / 파지트 / 2023년 1월
평점 :

“우리 캠페인의 메시지는 첫 해부터 지금까지 동일하다. 열여덟에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립준비청년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동정과 편견으로 보지 말고 ‘보통의 청춘’으로 봐 달라는 메시지였다.” / 108p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복지시설(보육원, 그룹홈, 가정위탁)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퇴소하여 홀로 살아가는 이들을 말한다. (얼마전까지 '보호종료아동', '시설퇴소아동'으로 불렸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서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 매년 약 2,400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름다운재단에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을 확장한 ‘열여덟어른 캠페인’이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캠페이너로 참여하여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세상에 그들의 존재를 알리는 프로젝트다. 자립준비청년이 건강하게 자립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갈 수 있게하는 희망과 연대의 여정인 것이다. 1%나눔팀 김성식 팀장이 이 캠페인을 기획,진행하며 이끌었고,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담아 이 책을 저술했다.
1부에선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보여주고, 2부에선 자립준비청년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을 고찰한다.
먼저, 자립준비청년의 생애 첫 기억부터 시설에서의 경험, 학교 생활, 진로 선택의 순간, 퇴소 후 본격적으로 자립을 해 가는 과정 등을 진솔하게 나눈다. 이들의 삶은 편견과 교묘한 친절 속에서 상처로 얼룩진 삶이다. 성장과정에서 자유를 경험한 적이 없어 퇴소 후 자립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꿈을 찾지 못한 채 생계형 취업으로 내몰려 일에서 보람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을 ‘보통의 청춘’으로 봐달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듯이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그러니 부정적인 기의와 편견을 거두고 각자의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한 명 한 명’이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아’ 위로를 건네달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자립’이라는 것은, 경제적 자립을 포함하여 사회 관계적 자립, 자기 삶을 설계하는 능력,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 문제가 생겼을 때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금전적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은 사회가 함께 숙의해야 할 과제임을 저자는 단단한 어조로 역설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도무지 감정 정리가 되질 않았다. 나를 둘러싼 견고한 교만과 가식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열여덟어른들을 ‘보통의 청춘’으로 봐달라는 것... 이 한 문장이 저자가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또 '안녕'은 우리가 열여덟 어른을 만났을 때(알았을 때)의 인사, 그들이 진정한 어른으로 자립한 후 열여덟살 자신을 비로소 떠나보낼 때 하는 인사가 아닐까.
이 책은, 사회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모든 독자들에게 정말 강력하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