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미래 - 네 가지 뉴노멀과 제4의 길
이현훈 지음 / 파지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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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경제학자인 이현훈은, 머지 않은 미래에 ‘디지털혁명, 인구 고령화, 사회 양극화, 기후 위기’가 반드시 온다고 강조한다. 넷플릭스에서 2021년 개봉한 <돈 룩 업>의 한 대사 “잠재적으로 벌어질 일이 아니라 반드시 벌어져요”가 이제 마냥 영화 속 대사가 아닌 것이다. 이 4가지 대변혁은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와 같은 명제처럼 반드시 일어날, “시간표가 정해진 예정된 미래”다. 아니 이미 벌어지고 있다. 엄청난 가속,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저자는 이 ‘뉴노멀’이 인류에게 축복보단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집중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거대한 가속은 이제 되돌릴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저자는 먼저 역사적 측면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네 가지 대변혁들의 연결과 의미를 탐색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어 디지털혁명의 시대를 맞이했다.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지구 전역으로 이주했듯이) 지구 전역에서 메타버스(가상세계)로 이주를 시작했고, 이제는 ’로보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 호모 디지털‘을 넘어 ’호모 데우스(Deus,신)‘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또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인 사회‘와, ’디지털 기술 통제 여부‘에 따라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심화 된 ‘디지털사회’가 인류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류세‘의 결과물인 기후 위기로 인류는 각종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이에 저자는, 디지털사회에 맞는 ‘뉴 이코노믹스’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담대한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초기자본주의-사회주의-수정자본주의-신자유주의의 길에서 벗어나 인류와 생태계를 존중하고 포용,상생하는 제4의 길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19는 인류가 맞이할 재앙을 경고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면서 “삶의 태도와 방식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는 것으로 책을 맺는다. 그것은 바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자연을 선하게 관리하려는 마음으로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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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들이 하나같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얻은 지식들이 연결되고 통합되는 신나는 경험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증거가 분명한 진화론적 인류사와 기독교 신앙이 절대 대치되지 않는다는 점도 느끼게 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도 다음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 인류사를 경제학적 측면으로 조망하고 제4의 길을 제시하는 저자의 논리가 굉장히 설득력 있었다. 지금 내가 뭘 실천해야 할까, 가만히 점검해 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경각심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가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잘 읽혔고,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굳이 어려운 단어나 난해한 문장을 쓰지 않아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서, 저자 안에서 충분히 소화 되어 나온 열매가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바쁜 아침시간에 남편에게 책 내용을 신나게 설명하고 있는 나. ㅎㅎㅎㅎ 이 책 넘 신기하고 일리있지 않냐며. ㅎㅎ 진짜 잘 읽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역사를 반추하며 지혜를 찾고 나아갈 바를 알아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독자들도 가볍게, 그러나 진중하게 이 책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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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 세븐틴 - 복음을 변증하는 17가지 성경 이야기 가스펠 세븐틴
변상봉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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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스테디셀러, 성경! 성경은 인간의 희로애락과 인간역사를 담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이기도 하면서, 하나님의 계시와 기독교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경전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는다. 

다만, 성경이 어떤 책이며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여간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 😅😅 방대한 분량과 어려운 내용 때문에 ‘해독’을 해야하는 보물지도 같다. 성경이 쓰여진 언어, 역사, 문화, 사회적 상황도 지금과 달라서 읽을 때마다 당시 배경도 고려하지 않으면 오독하기도 쉽고. 어렵지만 어떡하겠는가! 그래도 읽어야지.


그래서 우리에겐 지도가 필요하다. 성경이라는 큰 숲 안에서 나무에 해당하는 본문 하나하나를 관찰하다보면 십중팔구 길을 잃어 버리고 말기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면서 나무까지 꼼꼼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지도!


변상봉 목사님의 <가스펠 세븐틴>은, 복음의 핵심 주제인 ‘창조-타락-구속’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17개의 성경 본문을 발췌해 책으로 엮었다. 1부 <창조와 타락>에서는 ‘우주와 나의 기원’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고, 2부 <예수님은 누구신가?>에서는 ‘진리가 무엇인가’를 알게 한다. 3부 <복음과 구원>에서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성찰하도록 돕고, 마지막 4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진정한 힐링과 행복,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올바른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한다.


성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직접’ 돕기보다 그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성경 교사를 위해 저술했다고 하니, 성경 교사들이 이 책을 지도삼아 손에 들고, 그들과 함께 성경의 숲을 거닐어 주면 좋겠다.


책은 시몬 베드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게네사렛 호수에서 지난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시몬에게 예수님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신다. 고기잡이에선 전문가였던 어부 시몬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자신의 지식에 기초해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예수님의 그 말씀에 순종했다. 그리고 배가 잠길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시몬 베드로의 이야기는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기에 책의 문을 여는 본문으로 적합했다.

“우리는 성경을 공부함으로써 우주의 기원, 인생의 의미와 목적, 영원불변의 진리, 인격의 변화, 무엇보다 영혼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물고기들을 잡아야 진정한 만선의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 30

부디 나도 만선의 인생을 살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창세기 1장의 창조를 설명할 때 빅뱅과 진화론 등의 과학적 사실들을 부정하지 않고 성경과 조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던 ’창조=유신론, 과학=무신론‘ 이라는 대치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나는 빅뱅과 진화도 하나님이 창조의 방법으로 사용하신 것이라 믿고 있다. (도대체 진화론이 뭐길래 기독교가 그렇게 싫어하나, 오기가 생겨서 한번 심도있게 공부해 본 적 있음). 그래서 “빅뱅 및 진화론에 존재하는 많은 작용과 질서도 다 전능하신 절대자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고 믿으면 됩니다.” “과학은 자연법칙을 연구하고, 창조주는 이 자연법칙을 창조하신 존재입니다.” (39) 저자의 이 말이 참 좋았다. 다만 창조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책에 더 많이 언급되었으면 바랐는데, 지면의 한계상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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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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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그 나라에 대해선 1도 모른다는 게 함정! 그러니까 나는 ‘성경 속 이스라엘’을 아는거지, ‘오늘의 이스라엘’은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성경 속 이스라엘과 현대 이스라엘은 연속적이지만 분명히 다른데, 어떻게 다른지 또 그렇게 된 역사적 과정이 어땠는지, 유대인이란 민족은 누구인지, 그들에게 유대교는 어떤 의미인지, 이스라엘은 왜 분쟁의 국가가 되었고 여전히 내전이 끊이지 않는지, 이스라엘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등에 대해 나는 정말 알고 싶었고 또 반드시 알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옛 삼국시대를 ‘오늘의 대한민국‘인 양 혼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듯해서였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 기독교인이라면(또는 가톨릭신자나 무슬림이라면) 이스라엘은 고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고 배운 나라가 아닐까 한다. 꼭 종교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고, 특히 교육 분야에서 유대인의 탈무드나 하브루타 방식 등을 벤치마킹 하는 시도가 많아 친숙하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도 유대인을 향한 관심도도 높고 그들과 관련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도 있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스라엘은 결코 나와 상관없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읽어봤으면...‘하는 독자층이 일부에 한정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번에 세종서적에서 ’오늘의 이스라엘‘을 잘 소개하는, 실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 출간 되었다. 저자는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몸소 이스라엘을 보고 경험한 후, 그간 멀리서 인식했던 이스라엘과 현장에서 보는 이스라엘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알게 되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관한 책은 이미 넘쳐나지만, 오늘의 이스라엘을 생생하고 균형있게 담아낸 책은 드물기에, 이 책의 출간이 무척이나 반갑다. 종교적 차원이나 학술적 목적으로 저술된 책이 아니므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나뉘어 70여 년 전 건국된 젊은 이스라엘의 정치,문화,경제,국방,종교 등의 다양한 이슈를 ’현재 시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 나는 1장 “시오니즘과 분쟁”, 3장 “유대 국가와 유대 정체성”, 그리고 7장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랜 분쟁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이 각자의 영토라 주장하는 범위가 일정 부분 겹쳐서라고 한다. ’팔레스타인 영토 분할안‘ 결의까지의 과정이 책에 상술되어 있는데 안타까워 손에 땀을 쥐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선 검문소를 통과하려는 기다란 줄과 총을 소지한 무장경찰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분쟁은 메시아가 도래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거라고 하니 참 웃프다. ㅠㅠ


“유대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 <독립선언서>에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인 ‘에레츠 이스라엘’로 돌아와 ‘유대 국가’를 세운다고 명확하게 선언하고 있다.“ 유대인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모계 혈통을 따르는데, 특이하게도 모계 혈통이지만 타종교로 개종했다면 유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반면 모계 혈통이 아니어도 유대교로 개종했다면  유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대교로의 개종도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다는 게 문제.) 메시아닉 유대인(예수를 믿는 유대인)은 세속법(귀환법과 시민권법)으론 유대인 인정을 받아도 종교법상으론 인정 받지 못한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에는 ’유대교‘가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혈통과 종교를 중심으로 한 자존심과 배타성과 결속이 이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외에도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와 <여행자를 위한 정보>가 중간 중간 삽입 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곡의 벽‘이 유대인들에겐 ’서쪽 벽‘ 또는 ’코텔‘이라 불린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통곡의 벽’이란 명칭자체가 무너진 성벽 앞에 서서 흐느끼는 유대인들을 바라본 ‘이방인들이 사용한 표현’ 이라고.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 젊지만 오랜 나라, 이스라엘을 이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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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언약론 - 하나님의 언약, 쉽고 친절한 핵심 정리
김태희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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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은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의 성경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는 핵심 주제이다. '개혁신학은 곧 언약신학'이라 할 만큼 언약은 개혁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며, 복음의 정수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약으로 창조-타락-구속-새창조에 이르는 성경의 거대한 서사를 이해할 수 있고, 성경에서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언약을 통해 ‘삼위일체’를 비롯한 신론, 구원론, 기독론, 교회론, 종말론 등의 성경의 가르침을 일관되게 통합하여 해석할 수 있다. 


창조주인 하나님은 피조물인 인간과 언약을 통해 관계를 맺으신다. 하나님은 역사 가운데 이 약속을 점진적으로 성취해 가셨다. 우리를 계약(Contract)이 아닌 언약(Covenant)의 수혜자가 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언약을 통해 깨닫는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책이 출간 되었다. 김태희 목사님의 처음 시작하는 언약론≫이다. 이 책은 공동체를 위한 '성경공부 교재'로 저술 되었다. 평신도, 새가족반, 청장년부, 주일학교 등 다양한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간결하게 쓰여졌다. 언약신학은 신학교에서도 한 학기 이상을 할애해야 하는 방대한 내용인데, 이 책은 66쪽 정도의 얇은 분량에 저자의 연구가 농도 짙게 녹여져 있다. 아마 많은 부분을 덜어내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얼마만큼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저자는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쉽고 간결하게 쓰였다고 그 깊이와 넓이마저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혼자 공부하기보다 각 장의 말미에 있는 "나눔을 위한 질문"을 가지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각하고 나누면 유익이 배가 될 것이다.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성경공부 교재를 가지고 공부해 보면 좋겠다. 책을 통해 언약이라는 뼈대를 든든히 세우고, 위에 신앙을 살찌워 가는 독자들이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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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은퇴 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하여
한준호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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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 했던가. 우치다테 마키코는 그의 책 ≪끝난 사람≫에서 “젊은 시절에 어떻게 살았든 모든 인간의 종착지는 대개가 비슷”하더라,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은 ‘일렬 횡대’가 되는 데서 집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끝난 사람’으로 끝나지 않은, 건강하고 행복한 ’은퇴 이후의 삶‘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는 책을 읽었다.


저자 한준호 선생님은 38년 간 재직하던 교단을 떠나, 도시 외곽에 전원주택을 짓고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은퇴 시기가 비슷한 아내와 함께 주5일을 이 곳에 ’출퇴근‘하는 것이다.

펜션처럼 예쁜 저자의 세컨하우스에는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싱그러운 나무, 땀을 거름 삼은 건강한 텃밭 작물, 각양각색의 꽃 향기, 고소한 빵냄새... 은퇴 이후 자칫 무기력해 질 수 있는 시기에, 허탈감과 막막함에 자존감을 잃어 버리기 쉬운 시기에, 저자는 이 곳에서 생기를 공급 받고 또 생명을 일군다.

세컨하우스에서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큼이나 할 일이 많아 바쁘다.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난 뒤 선선한 바람을 이불 삼아 스르르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에 부러워하다 전원주택을 관리하는 모습에 낭만이 와장창 깨졌다. 전원주택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자는 그마저도 행복해 했지만. 난 이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를 신명나게 못 부를 것 같다.


‘일 안하고 월급 받는 노후‘를 위해 은퇴 이후 퇴직금을 부동산이나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책은 봤던 것 같은데, 세컨하우스를 짓고 자연과 함께 건강하게 땀 흘리는 삶을 보여주는 책은 처음이라 정말 신선했다. ’노동,일을 한다‘는 것이 돈을 버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저자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다양한 꽃들을 이야기할 때 저자에게서 애정이 담뿍 묻어나 나까지 마음이 들떴고, 고추를 수확해 고추장을 만들고 벌을 키워 꿀을 채집하고 직접 키운 열무로 김치를 담그고 메주와 막걸리를 만들고 또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나누는 모습 등에서 소박하지만 넉넉한 삶도 꿈 꿔 볼 수 있었다.

제빵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부캐'로 강단에서 강의도 하며, 세컨하우스에 오지 못하는 겨울엔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하는 등 은퇴 이후의 삶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활기차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급작스레 은퇴를 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 보면 좋을 듯.


무엇보다 이 책은,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금의 삶이 너무 퍽퍽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 아니 그것보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생각해보길 애써 기피해 왔던 주제. 나에게 ’은퇴 이후의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제2막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시에 지금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야겠다는 의지도 가져보게 되었다.


세컨하우스의 봄,여름,가을,겨울 그 아름다운 생명의 현장은, 아마 저자 부부의 내면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나도 내면이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은퇴 이후에도 생명을 꽃피우는 삶을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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