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이재영 지음, 국립중앙박물관 감수 / 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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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을 하면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종종 가게 되는 곳이 박물관이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보니 교육적인 목적을 많이 생각해서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 박물관에 가면 역사적인 순서에 맞춰 전시실을 돌아보고, 아직은 전시품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가 빠르게 지나가면 나도 슬쩍 보고 따라 지나가고는 했다. 


그러다가 좀 익숙한 이름의 전시물이 나오면 '구석기 시대에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대. 이런 도구를 이용했었대. 이거봐 이게 책에서 봤던 빗살무늬토기야.' 


이런 식으로 언급하고 넘어갔다. 


박물관의 전시품은 역사적인 유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책을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박물관도 미술관이나 전시회처럼 하나의 전시품을 작품으로 볼 수 있구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감상할 수 있구나.  


보는 사람의 생각이나 경험에 따라 다르게 감상할 수도 있겠구나.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은 제목처럼 저자 이재영의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이다.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은 것은 지방에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전시품이 있는지 궁금해서 책에서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 소개에서 저자가 박물관의 전시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역사적인 유물을 보고 어떤 상상을 하였는지 보고 나면 나도 박물관에 가서 전시물들을 보는 시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저자가 너무 뻔해서 지웠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만 한 게 없어 다시 적은 말이 책을 읽기 전에는 평범하게 보였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정말 이 말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물과 다른 듯 닮은 이야기들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만나 

유물과 닮은 자기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이 책에는 총 42가지의 소장품들이 등장한다.

책 자체도 한 손에 들기에도 좋게 일반 책보다 작은 편인데, 매 이야기마다 소장품 그림과 이야기 마지막에 간단한 소개까지 있어서 읽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야기도 각 소장품마다 한 장으로 짧은 이야기이다. 

여는 말을 보면서도 작가의 문체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박물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가끔은 어떤 소장품인지 제대로 안 보고 글을 읽다보면 도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이런 생각을 하지 싶은데 생각하지 못한 소장품이 나오곤 해서 재미있었다. 

구석기 시대 사용했던 주먹도끼를 보면서 오늘날의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을 떠올리며, 그 당시 사람들이 주먹도끼를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철조여래좌상을 보며 손가락이 긴 남자를 떠올리고, 신윤복의 그림에서 요즘 유행인 '크롭티'와 비슷한 '크롭 저고리'를 이야기한다. 

절묘하게 박물관 소장품들과 현대의 물건들,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평범하게 역사적인 가치만을 생각했었는데, 박물관 소장품들을 하나의 예술품들로 볼 수 있게 시각을 바꾸어 주었다. 

생각해보면 박물관에는 실제 우리나라의 보물로 지정된 것들도 있고, 장인들의 기술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 안에서 너무 역사적인 의미만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야기 마지막에는 소장품 사진과 시대, 소장품 번호, 간단한 소개까지 있어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일러두기에 나와있는데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온라인으로 발행한 '행복배달부'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책에 실린 소장품 중 일부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수장고에 보관 중이어서 전시실에서 볼 수 없을 수도 있으나, e-뮤지엄에서 고해상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 멀어서 못 가니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도 좋겠다. 


누군가의 현재였던 유물이 나의 현재와 만나면 조금 더 가까워지곤 했다.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저자의 말처럼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누군가의 현재였다. 그것도 당시 사용하던 물건 중 보존이 잘 된 것이나, 뛰어난 작품이 현재까지 몇백년을 거쳐 보관이 되고 복원된 것이니 그 가치도 상당하다. 

그동안 내가 박물관 전시물들의 가치를 너무 한정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 같다. 

책을 읽고 기회가 된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해서 책에 나온 소장품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작가와 다른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싶었다. 

이제는 다른 어떤 박물관을 가도 박물관 소장품들을 작품으로 보고 하나하나 감상하게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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