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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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뉴베리상'. 


1922년에 제정되어 매년 대상 한 작품과 우수상에 해당하는 아너상을 2~4작품씩 수여해 왔다.


이 번 2022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건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이다.


이 책에는 118편의 시가 쓰여 있고, 그 시들은 하나로 이어져 한 편의 소설을 이룬다.


 이러한 형태를 운문 소설(verse novel)​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처음 보는 소설의 형태여서 흥미가 생겼다. 



몇년 전에 독서 관련 책을 읽었는데, 좋은 책을 선택하는데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수상작을 읽어보라고 했다. 작품성과 재미에서 모두 인정받아 수상한 작품들이기에 선택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뉴베리상이나 문학상 수상작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기존에 몇권의 뉴베리상 수상작을 읽었는데 모두 깊이 있는 내용과 감동이 있어서 만족했다.



그래서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도 망설임없이 선택했고, 운문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나게 되어서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의 제목 '빨강과 하양'처럼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인도인의 삶과 미국인의 삶, 2개의 삶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여자아이이다. 

저자도 라자니 라로카도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사람으로 저자가 사춘기 시절 느꼈던 감정들을 토대로 이 소설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는 보통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여러 가지 생각도 많아지고,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내적 갈등을 많이 겪는 시기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레하도 이런 혼란을 겪고 있다. 

인도인의 삶과 미국인의 삶에서의 혼란, 부모의 기대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의 혼란들 속에 있다.

평범한 사춘기 여자 아이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댄스파티에 가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생긴다. 

이 책은 운문 소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적절한 비유와 아름답고 운율 있는 시구가 즐겁고도 빠른 독서를 이끈다. 그래서 2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983년이다. 거의 40년 전의 미국의 사춘기 소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추억의 음악이나 물건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어릴 적 좋아했던 MTV나 워크맨 같은 것들이다. 

앞부분에서는 평범하게 미국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주중에는 미국인의 삶, 집에서는 인도인의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모습이 펼쳐진다. 덕분에 미국의 생활 모습을 보면서, 생소한 인도의 음식들, 그리고 문화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일기를 쓰듯이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레하의 감정 변화나 레하가 원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해 속상해 하는 사춘기 소녀의 감정도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다. 

두 가지의 삶에서 혼란을 겪고 있지만, 평범한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예전 모습도 추억하게 되었다.

레하가 워크맨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릴 적 워크맨을 사달라고 부모님에게 졸랐던 것도 기억이 났다.  댄스파티에 예쁜 옷을 입고 가고 싶어하고, 멋있는 남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보통의 소녀의 모습이라 레하가 귀여웠다. 

중반부가 지나면서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 이전부터 엄마가 피곤해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복선이었다. 

레하가 설레고 행복해했던 댄스파티날 엄마는 쓰러지고 백혈병 진단을 받아 입원을 하며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레하의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책을 읽다 펑펑 울고말았다.

이로 인해 레하의 인생은 큰 전환을 맞게 된다. 

레하의 삶은 이전과 다르다. 일도 하면서 엄마도 돌봐야하기에 아빠는 항상 일찍 퇴근하고, 레하를 다른 집에 맡겨야했다. 집에 아픈 가족이 있을 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는 이웃들과, 레하의 가족을 도와주기 위해 멀리 인도에서 와 준 이모덕분에 레하의 가족은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된다. 

'사비트리'라는 소녀 이야기는 레하가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중간에 간간히 나와서 총 5개로 나뉘어진다.

이 이야기는 레하의 삶과 닮아있고 적절하게 등장하면서 현재의 삶과 비교도 되고, 레하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주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이야기이다. 

레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일을 지내면서 느끼게된다. 

자신의 삶은 두 개로 쪼개져 있지만 그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그 모든 것이 함쳐져 자신의 삶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교와 가족과 친구들로 가득한 삶, 인도와 미국, 가족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삶

온전한 하나의 레하의 삶이다. 

 

책을 읽고 118편의 시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한 소녀의 정신적인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하얀 종이에 빨간 글자로 쓰여 있다. 

바로 빨강과 하양이 합쳐 완전한 하나를 이루게 된다는 책의 주제를 표현한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1983년에 유행한 팝송들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해 두었다. 처음 보는 팝송이 많았고, 익숙한 가수들도 많았는데 이 팝송들을 통해 레하가 살던 시대적 배경과 리듬감을 느끼며 책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운문소설의 장점을 살려 주인공 레하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정체성 혼란, 사랑과 우정에 대한 감정 등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레하가 처하게 된 시간의 흐름과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설명되어 있다. 특히 주인공 레하의 여러 단계의 감정들이 엄마가 아파 치료받는 과정들 속에서 잘 드러나서 그 부분이 내 마음에도 와닿았고 공감하게 해주었다. 

또한 다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레하의 감정에 빠져들어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내용이 응축되어 표현되어 있기에 책을 읽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감동과 여운을 받게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서 공감을 느끼며 과거의 생활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추억도 회상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여러 번 반복하여 읽고, 노래도 들으며 감동과 여운을 이어나가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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