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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옥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ㅣ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9
박세경 지음, 김세진 그림 / 두레아이들 / 2021년 5월
평점 :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인물들의 책은 많지만, 대부분이 남성 독립 운동가들이 많이 나온다.
여성 독립 운동가라면 가장 유명한 유관순 열사가 있지만 그 외에는 여성 독립 운동가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에 두레아이들에서 두레아이들 인물읽기 시리즈 9번째로 나온 이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성 독립 운동가 분들 중 권기옥의 일대기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신 분이라 할 수 있다.
남성도 되기 힘든 비행사를, 일제 강점기 시대면 더 차별이 심하고 어려웠을텐데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공부하고 끝까지 노력하여 이루어낸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고 감동이 있을 것 같아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조선총독부와 일본 왕궁을 폭파할 테니 비행기를 사 주십시오!"
이 얼마나 당찬 말인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제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권기옥의 꿈이 크고, 포부가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총 150쪽 가량, 5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이야기.
1장은 권기옥의 어린시절을 주로 다루고, 독립운동을 시작한 이야기, 그리고 중국으로 망명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장부터 드디어 비행사가 된 이야기가 나오고 5장에서는 비행사를 그만 두었지만 나라의 독립을 힘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비행사가 되었나?
많은 직업이 있었을텐데 권기옥은 왜 비행사를 선택했을까?

권기옥이 열 살 되던 해인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합병이 되면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다.
언니는 언니라고, 동생은 남동생이라고 학교를 다녔지만 기복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살림을 하고 공장을 다녔다.
그렇다해도 학업에 대한 열망은 컸던 기옥이었다.

기옥은 열두살의 나이에 소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 선생님은 좋으신 분으로 한국의 역사교육을 잘 해주시어 자연스럽게 기옥이 독립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열일곱살이 되던 해, 기옥은 운명적으로 미국인 비행사 '아트 스미스'의 곡예비행을 보게 된다.
비행기 '붉은 날개'가 다양한 곡예를 펼치고, 마지막에는 연기로 글씨가지 쓰는 걸 보고 기옥은 비행사의 꿈을 처음 가지게 된다.

기옥은 열심히 공부를 하며 독립운동을 준비하였다.
3.1운동은 물론 이후의 시위에도 참석했다가 사복형사에게 잡혀 평양경찰서에 구류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는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고 감옥에 갇혀 가혹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권기옥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있었던 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모임들도 나와 일제강점기 시대의 근대 역사와 함께 보며 한국사 공부도 되었다.

일본 경찰들의 감시가 심해지자 그녀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기로 하고 망명하게 된다.
중국에서도 그녀는 열심히 공부했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아이들과 공부해야했지만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그녀는 비행사가 되기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갔다.
베이징 근처 항공학교를 알아봤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한 곳도 있었고, 비행기도 없이 이론만 학습하는 곳도 있었다.
기옥은 먼 거리에 있는 원난육군항공학교까지 직접 찾아가며 비행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다. 비행기 정비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일요일에 따로 나와 끊임없이 연습하고, 체력단련뿐만 아니라 총검술, 사격, 유격훈련, 산악 행군 등 모든 과정을 남자들과 똑같이 해냈다.
기본적인 교육을 수료하고 비행기를 타는 훈련까지 하여 기옥은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가 될 수 있었다.
기옥은 비행기를 이용해 독립운동을 하고자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비행기를 사는 데는 돈이 많이 필요해 폭탄을 싣고 일본에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옥은 그녀가 조종하는 정찰기로 기총소사를 하였다.
기총소사란 항공기에서 땅 위의 표적을 기관총으로 쏘는 것이다. 기총소사를 하려면 비행기를 낮게 조종해서 땅 위에 일본군을 가까이서 쏠 수 있지만, 반대로 일본군의 기관포나 대공포에 맞을 수도 있어서 위험부담이 컸다.
하지만 기옥은 여러 번 기총소사를 했고 그로 인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정말 독립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관련해서 알아두면 좋은 역사 상식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서, 권기옥의 일대기를 배우며 역사 상식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치열하게 인생을 산 권기옥은 1935년 8월 비행사를 그만두었다. 총 비행시간 1300시간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10년간 입었던 비행사복을 벗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헌병대에게 끌려갔다 오면서도 부인회 활동을 하며 위안부 여성들을 돕고, 독립운동을 하였다.
그녀는 교육에 힘을 썼고, 해방이 되고도 출판사업을 벌여 국내 최초의 유일한 여성 출판인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나라가 부강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 비행사가 되고자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권기옥 은 1988년 4월 19일 숨을 거두었다.
그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에 안장되었다.
사진은 국민혁명군 항공대 시절의 권기옥의 모습이다.

무슨 일이든 최초로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도움을 줄 사람도 없어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보고 이겨내며 해야하는 일이다.
권기옥은 어릴 적 꿈을 계속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노력하여 스스로 한계를 넘어섰다.
거기에다가 애국심으로 독립운동에도 최선을 다한 인물이다.
이런 권기옥의 일대기가 책에 고스란히 잘 들어가있고, 그 주변의 근대 역사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나라의 암울한 과거에 이런 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 우리나라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권기옥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애국심은 우리 자녀들이 알아야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