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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ㅣ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서울대병원 내과 의사가 기록한 병원 너머 죽어간 목숨들에 관한 이야기!"
"아주대학교 병원 이국종 교수 강력 추천!"
이 두 개의 문구만으로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강력하게 들었다.
자세한 책 소개 내용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신청을 했고 책이 도착하였다.
요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의료진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고, 또 주목이 되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정보다 일찍 세상의 빛을 본 둘째 덕에 대학병원의 문턱을 자주 넘다보니
과연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의사는 어떤 이야기를 책에 담았을까, 이국종 교수님은 왜 강력 추천했을까
이 책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이 갔다.
350 페이지 분량의 책을 모두 읽고 느낀 점 한마디는 "잘 읽었다."
선택해서 읽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의사 일을 하면서 겪은 환자들의 이야기도 있고,
그 때 본인이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환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대한민국 의료진들의 상황과 병원의 상황,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정책 등 의료계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을 담아놓았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이력 덕분일 것이다.
저자인 김현지님은 서울대학교병원 권역응급센터 진료교수이면서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이다.
내과 전문의이자 우리 모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내용을 읽어보면 요양병원에도 파견을 나갔기에 그 실태를 알고 그에 대한 정책에 대한 것을 적어놓았다.
이 외에도 응급실에서 겪은 상황과 그와 연결된 정책들, 또한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을 것인지 자신의 의견을 적어놓았다.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만큼 이 책을 통해 요양병원, 대학병원, 응급실의 현실과 환자들, 여러가지 질병, 의료 정책까지 여러 가지 지식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나도 살면서 겪어보고 느꼈던 일들이라 공감이 되기도 했고,
그 상황에서 나는 환자였기에 부당하다고 속상하기만 했었는데 책을 통해 의료진이나 병원의 입장을 볼 수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대해 너무 의료진 입장의 생각이라 반박해보기도 하고, (혼자 생각으로)
남편과도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으니
확실히 이 책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책은 맞는 것 같다.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 정책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대학 병원 의사가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이야기만을 예상했다.
소개를 제대로 안 읽어서인가, 그래서 이국종 교수님의 추천사를 읽을 때 살짝 놀랐다.
"이 책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경험하는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그저 예쁘게만 포장된 수필이 아니다. '
효율임금이론' 같은 현실적 문제와 영혼 없는 정책 입안자, 의료계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함부로 집행되는 규정 속에서 괴멸해가는 의료 지휘관들의 무거운 현장 보고서이다"
- 이국종 교수님 추천사 중
의료 정책에 대한 이야기 또한 내가 궁금했던 부분이라 괜찮기는 했지만, 자칫 너무 정책적으로만 소리를 높이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정책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실제 병원에서의 일, 환자들, 본인의 생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읽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저자.
프롤로그에서는 본인이 겪었던 간단한 사례와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뛰어든 이야기를 간단하게 담고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죽음' 에는 사람의 끝에 대해 적었다. 대학병원 의사로서 많은 죽음을 만나보았을 저자.
환자를 '잘 떠나보내는' 방법에 대해 그녀의 경험담과 생각이 적혀있다.
2장 '삶'은 의사로서 만났던 외로이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 사회적 차별, 가난으로 인한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3장 '경계'는 의사로서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부분이었다.
책 전체적으로 환자와 정책에 대한 소리를 높였는데, 이 장에서는 저자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모습을 통해서 현재 의료진들이 그 길을 걸으며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4장 '그 너머'에는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을 담았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알아두면 좋은 의학 정보를 쉽게 풀고자 했다. 가벼운 내용이라고는 했지만 나에게는 그닥 가볍지만은 않았다.
흔히 알 수 있는 건강 의료 상식보다는 무거운 이야기였다.
장기기증, 프로포폴, 항생제 내성, 의료서비스의 수도권 집중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첫 제목부터 강렬한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잘 죽인다는 것이 능동적인 죽임은 아니기에 너무 무서워할 이야기는 아니다.
말기 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가 본인이라면, 또는 가족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도 생각해본다. 병원이라고 모든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이 내용에서는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연명치료를 원하는 환자도 있고, 원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 결정을 철저하게 환자 본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여러 사례들이 나오고 저자의 생각들이 이어졌다.
저자의 생각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1장, 2장에서는 죽음과 삶,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래서 나의 눈시울을 많이 붉혔다.
사례들이 저자의 시각에서 잘 묘사되어있고, 환자를 생각하고 고민을 하는 저자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 많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내가 즐겨봤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 속 모습과 겹쳐지면서 몰입해서 읽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실 병원에서는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수술이 잘 되었더라도 갑작스런 변화로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의료진들이 적절하게 유감 표명을 하고 사과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잘못하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 나라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와 의료진간에 원만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다. '소아 심폐소생술 환자'가 도착해서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한 사연.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근무해서 힘들었던 가운데 저자를 펑펑 울게했던 일.
우리나라 소아 중환자실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저자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도 알 수 있었다.

1,2장에서는 이렇게 저자가 겪은 여러 경험담들, 생각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정책들, 외국 사례들이 나온다.
많이 공감했고 가장 흥미있게 읽었다. 요양병원의 현실을 읽을 때는 안타깝기도 했고 몰랐던 제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다.
3장에서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와 의료진의 힘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과로사까지 발생할 정도로 높은 업무량과 시간에 치이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4장에서는 메르스를 직접 겪은 이야기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을 잠시 하였다.
메르스때 초기 방역에 실패해서 많이 퍼졌지만 그래도 의료진들이 잘 대처한 것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프로포폴, 항생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관심이 간 건 부산에서 서울로 항암치료를 받는 이야기였다.
부산에서도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서울이라며 올라온다는 이야기.
물론 그러한 치료도 있겠지만, 직접 겪은 내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이긴 했다.
내가 차마 외우기 어려운 정책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래도 사례와 저자의 생각이 주를 이루다보니
술술 잘 읽혔던 책이다.
대학병원 응급실, 요양병원의 현실을 내부에서 직접 겪은 사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병원의 현실들과 정책,제도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저자의 노력이 멋졌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었다.
마지막에 좀 급하게 읽어내려갔는데, 여유가 있을 때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