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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평점 :
정말로 오랜만에 읽게 된 에세이.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이 문구와 제목에 홀려 읽게되었다.
?
요즘 난 그림책이 좋다.
첫째 아이 독서 습관 잡아주고 싶어 책 읽어주다보니 정말 그림은 어쩜 이리 다 예쁘고 내용은 재미있는지 읽어주면서 나도 같이 웃고 빠져든다.
사실 내용은 제대로 안보고 선택해서 그림이 많은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책 받아보고 살짝 놀람^^;;
그림책 에세이라니 그림책 내용과 그림이 많겠구나 싶었는데, 그림책과 관련해서 쓴 에세이인 것이라 그림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살면서 겪은 일들, 생각들, 본 것들을 적다가 그와 연결해서 그림책이 나오는 식이다. 그래도 이야기는 담담하게 풀어나가는데 중간중간 그림책 이야기와 그림이 나오니 흥미롭기도 하고,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의 평범한 일상속에서 나와 비슷한 부분들,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찾을 수 있어 공감도 하고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육아서나 지식책을 벗어나 에세이를 읽으니 괜히 감수성이 살아나는 듯해서 좋기도하고 읽다가 감상에 빠져 눈물짓기도 했다.
일이 많아 자신을 여러명 만든 레오. 지친 레오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서 부터는 서두르지않는다. 요즘 나의 모습.
육아와 집안일로 아둥바둥하면서도 뭔가 더 해야한다며 나를 비난하고는 했는데 그냥 할 수 있는데까지 천천히 최선을 다하면 되지않을까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제목을 보고 토끼가 어떤 건가 싶었는데 여기에 나온다. 성을 잃고 낙심한 테일러에게 토끼가 다가와 말없이 가만히 있어준다. 옆에 붙어 온기를 전해주며 가만히 있는다.
이 전에 온 다른 동물들은 비난도하고 왜 그러냐고 다그치고 했지만 토끼는 가만히 있는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다 남들과는 다른 각자의 속도가 있는데 너무 다그치고 내가 원하는 속도에 맞추고자 힘들게 했던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가끔은 이렇게 '가만히' 옆에 있어주고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지않을까.
인상깊었던 부분.
요즘 기사들이나 카페 글들을 보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의 일부를 오리가 대신 물어보고 죽음이 답을 주는 것 같아 기억에 남았다.
오리와 죽음의 대화에서 오리의 질문에 대답하는 죽음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어져. 적어도 너에게는 그래
작가의 일상의 이야기와 그림책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좋았다. 그림책에는 정말 많은 지혜가 담겨있었고 공감이 되었고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이제는 그림책은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어른도 그림책을 읽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그림책이 더 좋아졌고 나도 아이만을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 그림책도 좀 읽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