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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ㅣ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는 종종 정확히 알 수 없는 목표나 방향으로 나아가며,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끌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버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담긴 미완의 의미를 스스로 탐구하려 든다. 막연한 동경과 끌림을 느끼고 있는 이 모습은 삶 자체에 대한 우리의 열린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책도 마찬가지로 뜻을 우리에게 맡기는 열린 구조이다. 우리는 항상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도>에서는 어떠한 사건이나 목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찾으라는... 어떤 삶의 목적을 부단히 찾으려는 노력을 잠시 내려두고 살면서 경험하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경험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사실 읽는데 너무 어려웠다. 의미를 너무 찾으려고 했는지. 책은 그저 산문처럼 모호한 분위기 속에서 섬이라는 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무의미하고 느릿한 시간이 우리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접 읽어보았으면 하는데. 특히 독서를 하며 답을 찾기보다 질문과 함께 책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