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테스트
황인규 지음 / 산지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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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재밌는 책을 만날때면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뻐 마구마구 재밌다고 소리내어 말하고 싶어진다. <고스트 테스트>는 정말 재밌는 소설이다. 작가님의 방대한 지식과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찾으셨을 참고자료를 상상하며 또 한번 놀랐다. 네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해 대략 백여 편의 서적과 논문, 매거진을 읽은 것을 자랑이 아닌 무능의 고백이라 하신 것에 나는 또한 부끄러웠다. 사실을 기반한 이 놀라운 상상력들은 분명한 재능이며 천재성이다. 국적과 시대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소설을 만나게 되어 그저 기쁠 뿐이다. 


📎<고스트 테스트>의 네 편의 중편 소설은 과거와 미래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과거가 말하는 사실을 기반으로 그려낸 이 상상력들은 나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 네 편의 소설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과거를 지나쳐 오며 보여준 인간의 발전을 위한 집요함과 몸부림이 있다는 것이다. 신대륙과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위대한 모험, 정신세계에서의 다중 아바타를 개발한 미래기술, 비행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우주로의 진출, 나라를 또 국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까지 인간은 멈추기보단 수만가지의 몸부림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에겐 또 많은 물음이 주어진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손쉽게 삭제되고, 비행을 향한 순수한 열정은 짓밟히기도 하며,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고, 또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인간은 세대에 세대를 거쳐 목적을 이루어 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 새삼 느껴보는 대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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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실 - 완벽이란 이름 아래 사라진 나에 대한 기록
송혜승 지음, 고정아 옮김 / 디플롯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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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되지 못한 정체성, 지워버린 존재감, 완벽 이외의 것은 쓸모없어지고, 어느 곳에서도 소속되지 못한 듯한 기분. 주인공의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고 바라며 물속에 잠긴듯한 갑갑함 속에서, 순식간에 책을 읽어냈다. 


한국계 미국인인 주인공은 부모님이 해내지 못한 돈과 명예에서의 성공을 강요받는다. 그것은 그녀가 원한다고 생각하기 전부터 인생의 목표가 되어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면 엄마는 행복이란 부족한 사람들이 쫓는 무의미한 가치라며 그녀의 희망을 내던지고 만다. 그럼에도 그녀는 엄마의 사랑이 필요해 엄마의 진흙 인형이 되길 자처한다.


”산 아래 내려왔을 때 나는 내가 엄마의 소원에 따를 것을 알았다“라는 대목에서는 마치 누군가 나의 숨을 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착한 딸, 좋은 친구, 완벽한 아내, 성공한 여성 이라는 단어는 그녀의 목 밑에 놓여진 칼과 같았고 그녀는 언제나 살고 싶다 보단 살기 싫다 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머리 속을 잠식하는 우울감,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며 전화를 건 엄마로부터 돌아오는 비난. 그녀는 너무나도 참을 수 없어서 결국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언제라도 그녀의 가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 가슴 속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열정이 있었고, 나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녀는 지옥같은 기억 속에서도 자신을 찾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도실“이란 고분고분한, 온순한 이라는 뜻으로 아시아계 여성에게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희미해지는 정체성을 합리화하는 이 단어와 사람들의 잘못된 가치관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피와 살 이루어진 다 같은 인간일 뿐이지만 우리의 내면은 수많은 가치관과 열정, 사랑과 인내로 채워져 있다. 서로 다른 인격체임을, 나 자신을 일으켜줄 사람은 결국엔 나라는 것을 우리는 꾸준히 기억하고 되새기며, 힘든 세상이지만 숨 쉴 곳 하나 만들어 둔 채 조금씩 쉬어가며 인생이란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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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남긴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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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간의 색을 만나는 유고의 시간들을 함께하면서 나 역시 행복했다. 유고의 흑백 세상에 채도 가득한 추억이 하나 둘 쌓여갔고 유고가 느끼는 감정 역시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의 세상 역시 다채로워 지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발견한 무채색이 아닌 색, 하늘색을 처음 바라보았던 유고는 어떤 기분이였을까.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생경한 기분. 나는 앞으로도 알지 못할 감각이 부러우면서도 마음이 아렸다.

 

색이 없는 세상을 살아온 오노 유고. 유고에겐 어릴 적부터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잡고 끌어주던 눈부시게 빛나는 미소를 머금은 가에데가 있었다. 유고는 절대 알 수 없는 색깔들을 설명해주던 가에데. 그런 가에데의 오지랖이 유고는 싫지만은 않았다. 평생 곁에서 조잘댈 것만 같던 가에데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씩씩한 웃음으로 곧 나을거라 말하던 가에데는 그렇게 금목서가 피는 계절에 죽었다. 소꿉친구가 죽었는데도 유고는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다. 주변이 소란스레 슬퍼하는데 자신만은 슬프지 않았다. 이상한건가? 그저 하루 아침에 가에데가 사라진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자신이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유고는 가에데의 장례식 다음날, 자신이 1년 뒤에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고에게 가에데의 노트 한권이 쥐어진다. '병이 나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놓은 노트이다. 너무나도 사소한 일들부터 이런 게 왜 하고 싶은 건지 의문이 드는 이상한 일들이 마구 섞여 있다. 이게 정말로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이야?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대답해줄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유고는 물음 대신 그 노트에 적힌 일들을 자신이 해보기로 한다. 자신에게 남은 1년을 다 써서라도.


남들과는 다른 눈을 가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남들과 엮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유고는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말을 걸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고. 그런 유고가 가에데의 노트에 적힌 일들을 해내기 위해선 친구가 필요했다. 유고는 무사히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흑백으로 뒤덮인, 채도 없는 삶을 살아오던 유고는 가에데를 대신하면서 행복한 추억을 켜켜히 쌓아간다. 1년 동안 유고에게는 이전보다 웃을 일이 많아졌다. 소중한 사람이 생겼고, 잊지 못할 기억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눈을 감으면 언제나 가에데가 그려졌다. 가에데는 유고의 모든 시간 속에 존재했다.


유고가 만난 마지막 색은 빨간색이다.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고, 낙엽이 가을을 만나 물드는, 사랑의 색. 유고와 가에데의 색. 과거의 어느 날, 서로를 마주 보며 활짝 웃던 날, 유고가 보았던 가에데의 얼굴은 눈부시도록 빛이 났다. 그 빛은 유고의 심장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며 지나갔다. 그 구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갔다. 유고는 그 허무함에 이름 붙일 수 없었다.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가에데가 떠난지 1년이 다되어가서 유고는 그 감정에 이름 붙일 수 있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그것도 아주 새빨간.


어떤 기억은 금방 잊혀진다고 하지만 그 기억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 구석에 작은 서랍에 잠시 넣어둘 뿐이다. 언제라도 열린 서랍 틈으로 빠져나와 우리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데려다 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을 모아야 한다. 유고에게 가에데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눈을 떠도 보이는,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가에데의 뒷모습을 따라 걷던 유고는 마침내 가에데를 향한 자신의 진심에 닿을 수 있었다. 그토록 찬란하고 눈부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떠올리며 유고는 가에데를 만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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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복신의 환영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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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밌어도 되나...이렇게 흥미진진해도 되나!??지하철에서 내려야되는데...이대로 쭉 타고 이 책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칠복신의 환영>을 읽는 동안 나는 한국의 킬러가 되었다가, 민들레 상가의 주민이 되었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낭만 야쿠자가 되기도 했다. 영춘과 미코, 준페이, 루나와 함께한 말도 안되는 모험과 억소리나는 비트코인을 위해 몸을 불살라도 보고, 1000억엔 짜리 잉어 먹방도 구경했다. 이 대단한 몰입도는 책을 순식간에 읽게 만들었다.

한국의 알아주는 해결사이자 킬러 영춘, 부모도 집도 없는 그는 그저 살기 위해 누군가의 심부름을 한다. 일본의 이름가는 야쿠자 이사부로를 죽이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그는 3개월동안 조용히 그를 지켜보고 기회를 틈타 일에 성공하게 되는데,,,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그와 똑같이 생긴, 이사부로의 경호원 격인 겐지가 함께 죽어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 외뢰자에게 버림받게 된 영춘.. 영춘은 살아남기 위해 죽은 겐지인척 그가 살던 아파트에 잠시 몸을 숨긴다.

그런 영춘에게 민들레 상가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미코가 말을 걸어온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영춘에게 미코는 지치지도 않는지 살갑게 다가온다. 영춘은 어느새 미코와의 미래를 그려보곤 한다. 미코의 동생 준페이, 민들레 상가에서 바를 운영하던 루나. 그 넷은 그렇게 조용하지 않지만 평화로운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야쿠자가 루나가 운영하던 바, 루팡에 찾아와 돈을 갚지 않으면 루팡은 자신들의 사무실로 사용하겠다 으름장을 놓는다. 루나가 빌린 500만엔이 1천 200만엔이 되었다는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그렇게 영춘, 미코, 준페이, 루나는 돈을 구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칠복신의 환영>은 책 한권에 정말 많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사건이 뒤죽박죽인 것도 아니다. 많은 장면 변화와 서사 속에서도 독자들을 그 시간속에 함께 데려가 흥미로운 장면들을 보여준다. 돈을 향한 사람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이기심,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자칫하면 하염없이 어두울 이야기들을 김이수 작가님은 유머와 감각으로 세련되게 서술했다. 그런 장면에서 나는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과, 안타까움에 흘러나오는 눈물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온전한 마음으로 즐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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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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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품고 있던 인어는 무었이었을까. 이미 도망쳐 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내 곁에 둔 채 바라 보고만 있는지. 우리 모두는 마음 속 숨겨 놓은 인어가 있다. 그건 꿈 일수도, 사랑 일수도, 잊지 못할 기억 일수도, 지나버린 시간 일수도 있다. 만약 도망쳤다면 나에게 그토록 아름다웠던 무언가가 있었구나 되뇌어 보겠다. 운이 좋게도 아직 도망치지 않았다면 더욱 소중히 하겠다. 우리를 빛나게 해주는 그 반짝거림을 영원히 기억하면 된다.


오후 12시, 긴자는 차량 운행이 통제되어 앞으로 다섯 시간 동안 보행자 천국이 된다. 파란 파라솔들이 길거리에 설치되고 많은 사람들이 천국을 누빈다. 그 곳에는 다양한 삶이 동시에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 행복한 삶을 살아온 듯 했지만 끝내는 텅 빈 마음만 가진 여자, 행복한 결혼생활이 불행으로 끝나고 기억과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 오랜 시간 끝에 작가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제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에 휩싸인 한 남자, 사랑 앞에 어른인 척 자존심을 내세우다 후회만 가득 껴안은 한 여자..이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어두운 곳을 헤맨다.


그때 여기저기서 소문이 들린다. "인어가 도망쳤대. 그래서 왕자가 찾고 있더라고. 기한은 오후 5시까지래" 

긴자의 보행자 천국이 끝나는 시간, 오후 5시. 왕자는 그때까지 도망친 인어를 찾을 수 있을까?


안데르센의 동화인 인어공주는 슬픈 엔딩으로 끝난다. 왕자에게 첫눈에 반했고 목소리를 잃어가며 왕자에게 다가가지만 결국 왕자는 다른 공주와 혼인해버리고, 인어는 그런 왕자를 죽이려다 실패한 뒤 바다에 빠져 물거품이 되고 만다. 왕자는 그렇게 인어가 도망쳤다고 생각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하지만 다른 결말도 존재한다. 인어는 물거품이 된 이후 300년 간 사람들을 위해 바람에 행복을 실어 보내주고 그렇게 진정한 영혼을 얻게 된다. 이처럼 동화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변형되고 전해진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슬플 수 있지만 또 저렇게 생각하면 기쁨이 가득하다. 우리의 삶은 이토록 짧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들이 품고 있는 인어를 들여다 보고 마음의 언어를 들어보자. 손을 내밀어 육지로 끌어올려 주자. 도망치지 않도록. 우리가 도망가지 않도록.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따뜻하고 무심한 말 한마디를 들여다 보면 우리 또한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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