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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내가 품고 있던 인어는 무었이었을까. 이미 도망쳐 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내 곁에 둔 채 바라 보고만 있는지. 우리 모두는 마음 속 숨겨 놓은 인어가 있다. 그건 꿈 일수도, 사랑 일수도, 잊지 못할 기억 일수도, 지나버린 시간 일수도 있다. 만약 도망쳤다면 나에게 그토록 아름다웠던 무언가가 있었구나 되뇌어 보겠다. 운이 좋게도 아직 도망치지 않았다면 더욱 소중히 하겠다. 우리를 빛나게 해주는 그 반짝거림을 영원히 기억하면 된다.
오후 12시, 긴자는 차량 운행이 통제되어 앞으로 다섯 시간 동안 보행자 천국이 된다. 파란 파라솔들이 길거리에 설치되고 많은 사람들이 천국을 누빈다. 그 곳에는 다양한 삶이 동시에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 행복한 삶을 살아온 듯 했지만 끝내는 텅 빈 마음만 가진 여자, 행복한 결혼생활이 불행으로 끝나고 기억과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 오랜 시간 끝에 작가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제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에 휩싸인 한 남자, 사랑 앞에 어른인 척 자존심을 내세우다 후회만 가득 껴안은 한 여자..이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어두운 곳을 헤맨다.
그때 여기저기서 소문이 들린다. "인어가 도망쳤대. 그래서 왕자가 찾고 있더라고. 기한은 오후 5시까지래"
긴자의 보행자 천국이 끝나는 시간, 오후 5시. 왕자는 그때까지 도망친 인어를 찾을 수 있을까?
안데르센의 동화인 인어공주는 슬픈 엔딩으로 끝난다. 왕자에게 첫눈에 반했고 목소리를 잃어가며 왕자에게 다가가지만 결국 왕자는 다른 공주와 혼인해버리고, 인어는 그런 왕자를 죽이려다 실패한 뒤 바다에 빠져 물거품이 되고 만다. 왕자는 그렇게 인어가 도망쳤다고 생각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하지만 다른 결말도 존재한다. 인어는 물거품이 된 이후 300년 간 사람들을 위해 바람에 행복을 실어 보내주고 그렇게 진정한 영혼을 얻게 된다. 이처럼 동화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변형되고 전해진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슬플 수 있지만 또 저렇게 생각하면 기쁨이 가득하다. 우리의 삶은 이토록 짧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들이 품고 있는 인어를 들여다 보고 마음의 언어를 들어보자. 손을 내밀어 육지로 끌어올려 주자. 도망치지 않도록. 우리가 도망가지 않도록.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따뜻하고 무심한 말 한마디를 들여다 보면 우리 또한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