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서 - 한 사학자의 6.25 일기
김성칠 지음 / 창비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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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김기협의 페리스코프'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지은이가 김성칠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김성칠님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글 중에서 협아라는 이름이 나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즉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책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역사 앞에서'를  꺼내 들었다. 
전에 한번 읽었기 때문에 쉽게 읽으리라 생각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가 않는다.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는 문장들도 낯설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세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인지 우연인지 '양주사'를 두보의 작품이라고 한 오류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글 중에 이런 오류는 그야말로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구고보 2학년 때 독서회 사건으로 어린 나이 때문에 미결수로 1년간 복역
1932년 동아일보 농촌구제책 현상공모에 1등으로 당선
현재의 농협에 해당하는 금융조합에 근무
박지원의 '열하일기' 에 대한 관심 등으로 보아 상당히 현실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좌우로 나뉘어 싸우던 대립의 시기에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지 않고
차근차근 현실을 풀어나가는 학자적인 모습과
젊은이들을 아끼는 교육자적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이든 북이든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세는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일기를 읽으면서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주의자,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인,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교육자로서의 화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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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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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박원순님이 상임이사로 있는 '희망 제작소'의 '우리 시대 희망 찾기'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두식님이 지은 책이다. 

법조계와 관련된 23명과의 심층 면접을 바탕으로 우리 사법부의 문제점을 밝힌 글이라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과거에 법정에 서 보았던 경험도 있어서 한층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하면 '불멸의 신성가족'이 된다. 
2008년 7월 현재 변호사 1만173명, 판사 2352명, 검사 1676명으로 그 가족수는 모두 1만 4201명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군미필자들은 군법무관을 거치기도 함 - 엘리트 코스) 판, 검, 변호사로 나간다. 연수원 수료 성적에 따라 판사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서울중앙지법, 서울의 동`남`북`서부 지법, 수원지법, 인천지법 등의 순서로 배치되고, 검사는 검찰청의 규모에 따라서 서울중앙지검, 서울의 동`남`북`서부지검, 부산지검 등의 순서로 임지가 정해지면서 끝없는 서열경쟁이 시작된다.

서열 경쟁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평판이다. 워낙 바닥이 좁기 때문에 한번 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워 원만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능력이 뛰어나고 동료들 사이에 평가도 좋은 사람들이 법원행정처로 간다. 그들 중에서 대법관이나 법원장이 나오고 그들이 법복을 벗으면 전관 변호사들이 된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에 의해 법조계의 부정적인 관행들이 저질러 진다. 그 일단이 법조 브로커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와 최선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왜 부조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지은이는 법조계의 관계망을 그 이유로 든다. 서열과 '신성가족'으로서의 동료 의식.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잘 맞춰온 사람들이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창의적이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며 집단의 이익을 보전하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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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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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 연구회' 모임이 4년 넘게 공을 들여 내놓은 책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은 폭력을 6가지 이야기로 꾸며 놓았다. 
'폭력'이라는 주제가 무겁고 거칠어서 그런지 주로 초,중학교를 배경으로 비교적 가볍고 부드러운 폭력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이라는 면에서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책 제목인 '이 선생의 학교 폭력 평정기'는 여섯 번째 이야기 '나이팅게일의 일기'의 주인공 이경원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성적과 경쟁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교육 현장에서 '공동체의,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를 위한, 폭력 없는 학급'을 목표로, '학교 폭력 연구 일기'를 써 가며 학교 폭력을 평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다. 학생의 삶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본받고 교무일지만이라도 제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폭력은 '비인간적인 권력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그 관계 속에서 '센척'하는 놈이 나오고 그를 중심으로 권력이 재편된다. 
결국 소통 문제다.
피해자일수록 '평화의 신은 있다'의 송한나처럼 자신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선입견을 버리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박하지만 현장이 고뇌가 묻어나는 책이라 소중하게 와 닿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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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우리교육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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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위기의 학교>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우리교육 
 
닉 데이비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 정책을 정치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며, 영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계급 사회 구조를 타파하고 계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분발하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 간 불평등과 재정 부족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황폐화를 막아야 하며, 교육 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진정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라는 것이다. 특히 공교육 체제 안에 도입된 시장화 전략이 교육 현장을 얼마나 비교육적인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아주 오랜만에 교육에 관한 책을 읽었다.
주장하는 바가 뚜렷하고 전개되는 내용이 우리의 교육 현실과 너무나 유사해 호기심을 갖고 접근했으나 빈곤 문제가 어떻게 교육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는 중간 부분부터는 숫자에 약해 집중력이 떨어졌다.  
덕분에 오랫동안 책을 잡고 있었다.
교사나 일반인들에게 교육 정책 및 정부의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영국 교육 정책의 근원적인 문제는 학교 실패의 원인을 잘못 분석한 데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 실패의 주요 원인을 무능한 교사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어린이 빈곤 문제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시장 주도적 교육 개혁 정책을 원인으로 꼽고 이 두 측면에서 논의를 끌고 나간다. 

어느 한 학교의 학업 성취도는 선발된 학생들의 사회 경제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학교측의 노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치는 8~10%라고 한다.
그런데 영국의 교육 정책은 이러한 '선발 효과'를 무시하고 성적에 따라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학교 현장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로 치닫는다.
일반적으로 학습 동기가 높은 아이들(부유층)이 전체 학생수의 20-25%일 때 교육적 효과가 가장 뛰어나고 학습 동기가 낮은 아이들(빈곤층)이 30% 이상을 차지하면 성공적인 교육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통합 효과'라고 하는데, 이 말이 맞다면 완전한 평준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공적인 교육 활동을 위해서는 동기화된 학생들의 입학, 재정적 지원, 교사들의 전문가로서의 자유 확보가 필요하며 네덜란드처럼 직업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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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 유용주 장편소설
유용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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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마치 나의 과거를 들춰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나 군대 생활, 문학에 대한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물론 작가의 깊이가 엄청 깊었다.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절실한 감정들이 가슴에 와닿았지만
너무 날 것으로 드러난다는 생각도 떨치지 못했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을 보고나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살아났다.
너무 파노라마처럼 늘어놓는다는 느낌.
줄일 건 줄이고 늘일 건 늘이면서 개인의 체험이 좀더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조금더 세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 세대가 읽기에는 부담이 없으나
청소년들에게 권하기엔 다소 부담이 되는 성적인 표현들.
조금더 목소리를 낮췄으면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을 심문하는 검사의 태도가 학생의 죄를 따지는 나의 태도와 너무나 똑 같아 잠시 당혹스러웠다.
어느새 나도 학생들을 죄인으로 다루고 그 위에 군림하는 직업인이 되었구나 하는 쓰라린 탄식이 나왔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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