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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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접어 들면서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참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첫 부분에 나오는 "흉계와 악의보다는 오해와 나태함이 오히려 이 세상에 더 많은 혼란을 불러온다"는 말이 아직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옮긴 이도 출판사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30년을 훌쩍 넘겨 다시 이 책을 보았다.

많은 부분이 처음 읽는 것처럼 낯설다.

작품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진다.

20대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사랑이라는 격한 감정에 휩싸인 베르터에 가깝다면 50대는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인간 알베르트에 가깝겠지.

 

언젠가 중학교 논술시험 채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논제가 베르터의 자살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답들이 알베르트적 관점이었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베르터는 격정에 사로잡힌 비정상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격정은 베르터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다.

 

나는 소리쳤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 다짜고짜 '그건 어리석어! 그건 현명해! 그건 좋아! 그건 나빠!라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지. 하지만 그 모든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을 따져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과연 어째서 그런 행동이 벌어졌고 벌어져야만 했는지 그 원인을 확실히 규명할 수나 있단 말인가?  만일 그랬다면 그렇게 조급하게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걸세"

 

자살에 관해 알베르트와 논쟁을 하면서 베르터가 한 말이다.

 

사랑에 빠져 고뇌하는 청춘을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

그리고 외래어를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창비 방식은 그들이 펴낸 교과서에도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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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손자병법 제3권 - 페이퍼
정비석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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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쪽 뼈가 왕창 부러져 수술을 한 후 병원에서 처음으로 잡은 책이다.

출판된 지 30년(1984.4.25)이 다 되어가는 낡은 책을 망가진 몸으로 읽으려니 힘이 들었다.

TV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처세술로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자유부인' 등의 작품으로 대중문학가로 이름이 나 있는 사람이라 그 동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의 눈높이에서 공자의 학문과 손무의 병법, 병학을 비교하며 전쟁의 부질없음을 설파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澤國江山入戰圖        아름다운 강산이 전쟁에 휩싸이니

生民何計樂樵蘇        백성들은 어떻게 나무하고 풀 베며 살아갈 수 있을까?

憑君莫話封侯事        그대여 공을 세워 출세한다는 말을 다시 꺼내지 말라.
一將功成萬骨枯        한 장군의 성공은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이라오.

 

소설에서 몇 번 인용되는 시이다.

춘추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에 만당(晩唐) 시인 조송(曺松)의 시가 인용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다고 느껴졌지만, '一將功成萬骨枯'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디선가 읽은 "이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수 많은 등장 인물 중 가장 본받을 만한 인물은 누구일까?

지은이는 공자라고 답한다.

'상가집 개'처럼 경제적, 사회적으로 홀대를 받았지만 그의 가르침은 아직도 우리 인류에게 유효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월왕 구천에게서 중국인의 무서운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복수를 위해 부차의 똥맛까지 보며 2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복수를 하고마는 집요함.

그것이 중국인의 속성 중 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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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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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증권거래업자로 40대의 나이에 중산층의 안정된 생활을 뿌리치고 홀로 화가의 길로 나선다.

파리, 마르세이유에서의 생활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지만 묵묵히 받아들이며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림에만 몰두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문둥병에 걸리고 만다.

그 병마저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마지막으로 벽화를 완성하고 원주민 아내 아타에게 모든 것을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의 세계로 떠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주인공의 행위는 인간에게 주어진 원초적 생명력 또는 아름다움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달’로 상징된다. 그러한 노력의 장애 요소들은 6펜스로 상징되는 문명세계의 상식들이다.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6펜스는 주인공을 억압하는 하찮은 세속적 규범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내인 에이미, 두 번째 여자인 블란치 스트로브, 서술자인 '나'의 의(醫)학교 동기 알렉 카마이클 등이 6펜스를 대표한다.

 

주인공은 문명세계의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생명 혹은 아름다움의 본원적인 모습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끝이 자연의 세계로서의 '타히티'이며 거기서 문둥병과 눈이 먼 상태에서 그 모습을 완성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린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명인들과는 달리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그의 원주민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바다의 사나이가 된다. 다시 중산층 가정을 이루고 있는 첫 번째 아내 에이미의 가족의 삶과 대조를 이룬다. 에이미는 우아한 행동으로 주인공의 죽음을 왜곡시킨다. 결국 이 작품은 거짓된 문명 세계의 논리를 좀더 근원적인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술가의 영혼은 한 없이 자유롭기만 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훌륭한 예술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삶에서 고갱의 체취가 짙게 풍겨 나왔다. 그렇다면 더크 스트로브는 고흐란 말인가?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는 추리 기법(조각 그림 맞추기식)으로 내용을 전개해 읽기가 편했고 이외의 사건들로 읽는 즐거움과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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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 이욱연의 중국 문화기행
이욱연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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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를 통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쓴 책이다.

 

 

패왕별희, 북경 자전거, 완령옥, 색·계, 중경삼림, 첨밀밀, 스틸 라이프, 인생, 신화, 영웅, 황비홍, 청사, 양축, 붉은 수수밭, 귀신이 온다, 송가황조, 부용진 이렇게 17편의 영화와 그 배경이 되는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문화를 소개한다.

영화의 내용과 여행지에서의 경험, 그리고 글쓴이의 지식과 생각이 어우러져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이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중경삼림, 첨밀밀, 영웅 정도다. 그것도 이제는 기억이 희미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제목도 있다.

말 그대로 내가 스치듯 지나간 곳은 뻬이징, 샹하이, 홍콩, 항저우뿐이다.

이런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글쓴이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지지만 너무 많은 내용으로 장황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열 번째 꼭지, 샨뚱(山東)에 나오는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는 꼭 한번 봐야겠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莫言)의 연작소설 '붉은 수수밭 가족'을 각색한 것이라 하는데 소설을 못보더라도 영화 정도는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리고 샨뚱 지역도 빠른 시일내로 갔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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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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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에게 한시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는 형식의 글이다. 아이의 눈에 맞춰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썼고, 다양한 예시와 그림을 곁들여 이해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품을 이해하는 것보다 한시의 작법에 대한 일반론을 이야기하면서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문다.

 

모두 2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편 한 편이 모두 잘 쓰여진 수필 같았다. 한시 원문에 일일이 음과 훈을 달고 작자 소개 및 한시와 그림 목록을 소개하고 있어 저자의 정성이 느껴졌다.

학문에 대한 열정,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잘 느껴져 정약용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생각났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시 입문서뿐만 아니라 교양서로서도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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