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의 선각자를 찾아서 - 서재필부터 박정희까지, 동상으로 만나다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4
이상도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서울의 여러 선각자 동상을 만나며 그 동상의 의미와 위인들의 위대함을 하나하나 찾은 책이다.
저자가 남산 자락에 있는 안의사 광장에서 안중근 동상을 처음 본 건 1990년대 중반이었다. 안중근 동상이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해 인근 안중근기념관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원고는 시작되었다. 그 후로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수많은 동상을 만났다. 그렇지만 여러 동상들을 만나면서 왜 그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가 세웠는지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저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가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21곳의 동상을 선택한 이유
서울 시내에 많은 동상을 보고난 후 공통점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고대나 중세의 인물을 제외하고 근현대사와 관련된 인물로 대상을 좁혔고 추리고 추려서 모두 21명을 골랐다. 이런 선택의 기준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 기준은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탄생에 기여한 분이다.
두 번째 기준은 왕조시대 통치 대상인 신민, 또는 백성에 불과했던 조선의 민중들을 깨우치거나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 조선인에게 꿈과 희망을 준 인물이었다.
세 번째 기준은 민주공화정을 지키려다 희생된 사람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탄생에 기여한 분들을 선양한 사람이다.
※우리나라가 민주공화정이 되도록 이끈 역사의 공로자들
이 책에서 추린 근현대사 관련 인물 중에는 조선말에 유학을 공부해 과거시험을 쳤거나, 식민지 시절에 한학을 공부한 사람이 많다. 서재필과 이종일은 과거시험에 합격한 조선의 엘리트 관료였고, 이승만, 김구는 과거시험을 봤지만 낙방했다. 안중근, 이회영, 윤봉길, 주시경, 한용운도 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학식과 집안, 배경 등을 볼 때 선비라 불릴만하다. 선비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들은 군주가 나라의 중심인 유학을 공부했지만 군주정을 버리고 민주공화정을 외쳤다. 이들은 500년간 강고하게 이어져 온 군주정을 깨고 공화정으로 가는 길을 연 선각자들이다. 동상 속 선각자 개개인으로 들어가 살피면 흠이 많은 인물도 적지 않지만, 민주공화국 탄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역사의 공로자인 것이다.
3·1운동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다. 3·1운동 후 선각자들이 꿈꾼 나라는 왕이 없는 나라,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정의 나라였다. 서재필, 이승만, 김구, 조만식 등 많은 선각자들이 주장한 공화정은 1948년 8월 15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출범하면서 실현됐다.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72년이 지난 현재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1945년ㄴ 해방이 되면서 한반도 북쪽에 탄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군주가 통치하는 전체주의 나라로 바뀌었다.
※서울 시내 선각자의 동상을 방문해보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업적별로는 월등하게 독립운동가들의 동상이 많다. 안중근, 김구, 유관순은 남산에, 독립신문을 발간한 서재필은 서대문 독립공원에, 3·1운동을 주도한 손병희는 탑골공원에, 한용운은 자신의 집 심우장 아래에 있는 만해산책공원에, 상하이 의거의 주역인 윤봉길은 양재 시민의숲공원에,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이봉창은 효창공원 백범기념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경찰과 1대 1000싸움을 벌인 의열단 김상옥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는 명동에, 만주에서 독립군을 양성한 이회영은 명동 YWCA앞에 자리 잡았다.
한글, 음악, 스포츠, 문학 등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동상도 서울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한글학자 주시경은 한글회관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은 손기정 체육공원에, 우리나라 동요를 집대성한 홍난파는 홍파동 자신의 집에, 자연주의 소설가로 유명한 염상섭은 교보문고 앞 종로통 길가에 있다.
해방 후 평양에서 활동했던 민족지도자 조만식은 소련과 김일성에 맞서다 6·25 전쟁 초반에 처형됐다. 조만식이 죽음으로 지키려 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전히 독재자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한민국 탄생에 기여한 분들의 공적을 찾아 포상하고 선양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서재필부터 박정희까지 동상의 진짜 의미를 찾아보자
동상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 인물의 업적을 바탕으로 무엇을 했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동상은 왜 그 자리에 세워지게 됐는지, 동상을 만든 조각가, 예술가 들이 어떤 계기로 동상 제작을 참여하게 됐는지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해 보자. 서재필부터 박정희까지 우리 역사를 이끈 총 21명 동상들의 진짜 의미를 찾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