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 나답게 살자니 고전이 필요했다
김훈종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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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 쓰여진 제자백가 사상의 고전을 바탕으로 오늘 날의 흔한 일상을 재해석해보며 스스로를 다잡고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의 서문엔 화이트 헤드가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듯 저자 또한 동양 철학은 제자백가 사상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철학에 함부로 방점을 찍기는 학식이 너무도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그 의견에 동의한다. 훗날 이어진 성리학, 양명학 그리고 우리나라의 소중화 사상까지 모두 그 뿌리가 제자백가 사상을 향하고 있으며 당대의 명인들 조차 사서오경을 인용하여 주장을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자는 제자백가 시대의 사서오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당시 사상이 풍요로웠던 시절의 고전에 오늘날에 우리가 부딪히고 고민해 볼 법한 주제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고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나 따분함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오늘날의 이야기가 팔할이라면 고전이 이할 정도 차지하는 셈. 그 마저도 일부 문장이 번역되어 인용되고 저자의 현대적 해석이 함께하고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없다.

되려 고전이 쓰여진 시기의 공자나 맹자의 마음과 시대적 상황이 잘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 쉽다. 왜 하필 주나라에서 진나라로 넘어가는 긴 혼란기에 사상이 이렇게 찬란했는지 궁금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 이유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의 전란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고 고난은 사람의 생각을 많아지게 하는 법이니 사상이 태동하기 좋은 시절이었다는 점도 한 몫 했지만 당시 문명이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가 존재했던 시기이기에 사상의 꽃이 만개할 수 있었던 듯 하다.

다루는 주제는 고전이지만 때로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심리학 서적 같은 느낌이 있는가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정치서나 철학서 같은 느낌도 드는 말 그대로 삶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1부는 마음을 다잡는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스스로를 세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굳이 나눌 것 없이 스스로의 마음이 어지럽거나 새로운 에너지 혹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을 때 마음에 드는 제목을 찾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고 철학도 좋아하기에 굳이 가릴 것 없이 모든 주제를 순서대로 읽어보았지만 특히 인간 관계를 언급한 장들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사람과 사람이 통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일”에서는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일화가 소개되는데 유방은 여하를 취하고, 항우는 하여를 취하였음을 언급하고 있다.

여하와 하여가 한자의 순서만 다를 뿐인지라 어떤 큰 차이가 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책에서 언급했던 이방원의 하여가를 떠올리면 보다 이해하기 쉽다.

하여는 말 그대로 자신의 생각이 이러한데 너의 뜻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고, 여하는 너의 뜻이 어떤지를 묻는 것이다. 즉, 이방원의 하여가는 이미 조선 건국으로 방향은 기울었으니 너가 마음을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의미가 된다.

항우와 유방의 성패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여하와 하여의 차이에서 나온다. 유방의 책사들이 마음껏 두려움없이 소신있게 자신의 재능을 쉽사리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었던 환경대신 항우의 책사들은 두려움에 쉬이 말을 뱉지 못하니 취합된 책략의 위력과 다양성에서 유방의 진영을 앞지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1부의 뒷부분에 “예의 핵심은 경청”이라는 장도 등장하는데 논어 학이 편에 등장하는 자공의 자기 자랑을 내포한 질문에 공자가 슬기롭게 깨우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유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들어주는 내용도 중간 중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삼년상의 경우 오늘날엔 누구나 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아장 걸음에서 혼자있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3년이기에 자식또한 부모의 곁을 3년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공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놀라기도 했다.

또 맹자에 언급된 역성혁명의 주제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각 왕조에서 맹자가 금기서로 지정될 뻔한 일화도 흥미로웠고 우리나라의 성군인 정조조차 맹자가 임금 폐위를 언급한 구절이 나오면 노하였다고 하니 수천년 전에 등장한 사상이 얼마나 당대에 파격적이었던 것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이처럼 꼭 마음의 어지러움을 잡는다는 거창한 주제에서 벗어나 읽다보면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 흥미로 읽기에도 제 격인 교양서이다.

단순히 춘추전국 시대 뿐만 아니라 현대의 정치사나 조선시대의 정치사와 일화가 같이 곁들여 있기에 재미와 함께 풍부한 교양을 내포하고 있기에 역사와 고전에 가까워지고 싶지만 부담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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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상식을 배우는 법 - 당당한 교양인으로 살기 위한
제바스티안 클루스만 지음, 이지윤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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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퀴즈 챔피언이 말하는 상식의 가치와 의의를 담은 책으로 평소 저자가 지식을 습득하는 습관과 방법이 담겨있어 유익하다.

2000년 초반 인터넷이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면서 Know-How가 아닌 Know-Where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널리 퍼졌다. 세상에 모르는 것 대부분은 구글 등의 검색엔진이 거의 다 알고 있기에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는 검색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말에 지식에 대한 접근법과 정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현재에까지 유효하지만 저자는 본 도서를 통해 정반대의 관점에서 지식과 상식의 의의를 전하고 있다. 지식이 그저 필요할 때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본 도서에 언급된 바와 같이 구글링이라는 단어는 이미 독일과 같은 특정 국가에서는 신조어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었다. 그만큼 꽤 오랜시간 구글링이 널리 애용되고 활용되고 쓰여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널리 보편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라는 것을 우리 머리속에 담아둘 필요 또한 사라진 것일까?

파트1의 내용은 바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우선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으로 정의된다. 우리가 가진 지식이 우리의 시각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구글링을 통해 쉽게 익힐 수 있는 정보는 검색된 순간 필요를 충족시키는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단숨에 휘발되어 버린 지식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진다. 우리 머리속에 오래 잔존하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지식은 사회적 차원의 윤활제 역할을 담당한다. 흔히 사람과 가까워지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상호간의 공감에서 비롯된다. 스스로 가진 지식이 타인의 관심이 집중된 지식이라면 인간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본문의 몇가지 예를 통해 특정 유명인과 가까워지고 상호 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정보를 교류한 경험으로 예를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는데 각자의 지식은 서로를 연결하는 접착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런한 각각의 의의외에도 지식을 넓혀나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직접 겪은 여러 경험을 통해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상식의 마태효과가 그러한 예이다.

있는 자는 더 받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는 신약의 구절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여러 학문적 발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학생들이 학습자료에 미리 노출된 적이 있느냐에 따라 학업 성취도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나 역사적 사실은 연대순으로, 지리적 정보는 이차원 지도에 배열해 외우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식을 넓혀나가고 우리 기억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은 이처럼 새로운 지식과 창의성을 떠오르게 하는 좋은 텃밭이자 훌륭한 생각의 프레임을 갖추는 셈이니 분명 구글링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파트2에서는 일상에서 지식을 넓히고 결합하는 저자의 일상의 습관이 소개된다. 퀴즈 챔피언 답게 신선하고 그간 알려지지 않은 멋진 방법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기묘한 연결 방식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바나나와 정치를 연결할 수 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주제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내용상 겹치는 부분도 존재하고 언어적인 접점이 생기기도 한다.

캐이넌 바나나라는 인물은 짐바브웨 초대 대통령이며, 미국-EU 바나나 분쟁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역 갈등을 의미한다. 또, 바나나 전쟁은 쿠바, 멕시코 등 남미 국가에서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벌인 군사 작전과 점령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도 생각 외로 다양한 부분에서 연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습관은 타인이 가지지 못한 안목이나 창의성을 키우는 데 매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본 도서에는 시각, 촉각, 청각 등 다양한 인지 경로를 통해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이나 휴식이 장기적인 기억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등 상식과 지식을 넓히는데 도움되는 정보가 가득하다.

파트3에서는 지식을 넓혀나가는 일련의 과정과 저자의 일상에서의 습관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만약 저자를 롤모델로 삼았다면 모두 유용하게 따라할만한 습관들이다.

지하철을 따라가며 상식을 넓히는 방법, 각 국의 화폐안에 숨어있는 역사나 예술적 의미, 쇼핑과 노래의 관계, 위키피디아를 섭렵하는 방법과 구글 트렌드, 구글 아트 앤드 컬쳐의 활용법, 이름 대기 게임과 같은 다양한 퀴즈 등 저자가 평소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 흥미로운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나같이 간단하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들일 필요없이 출퇴근 길과 같은 일상속에서 스스로 해볼만한 주제를 찾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맺음말에는 지식을 얻는 저자의 소중한 출처가 소개되고 있다. 소개된 교양서나 미디어 매체가 무엇인지 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자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

  • 교양서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빌 브라이슨
    • 생각의 역사 - 피터 왓슨
    • 1kg 문화 - 플로렌스 브라운슈타인
    • 실크로드 세계사 - 피터 프랭코판
    • 커넥토그래피 혁명 - 파라그 카나
    • 언어의 제국 : 세계 언어사 - 니콜라스 오스틀러
    • 총.균.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대런 애쓰모글루 등
    • 사피엔스&호모데우스 - 유발 노아 하라리
  • 웹사이트
    • 스포클, 프리라이스, 칸 아카데미, 이디엑스, 데트 토크, 파이브북스, 멘탈 프롤스, 사이먼 휘슬러의 유튜브 채널

정리하자면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의 의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지식을 넓히기 위한 유용한 방법을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통해 재 구성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상식을 넓히고 우리 머릿속의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그 지식들이 파닥파닥 생동감있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본 도서를 통해 저자가 안내하는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즐거운 일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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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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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우려되는 민주주의 타락에 대한 해법과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 발전을 위한 조언을 담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이 담긴 책이다.

정치만큼 더럽고 어려운 주제도 없다. 정치란 온갖 계층의 이익 상충 속에서 모두를 위한 모두의 발전을 위한 이상향을 숙제로 안고 있기에 사실상 정답을 찾기 어려운 게임이니 그만큼 어렵고 그만큼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주제이다.

상호 간 이익의 충돌 속에서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은 더러워보일 수 밖에 없다. 나와 동일한 주장을 하는 이를 만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최소 무엇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그나마 기분만 나빠질 정도라면 그나마도 성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를 알아야하고 우리 정치의 현 주소를 알아야 한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내가 관심 갖지 않아도 내가 몰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자유와 만족도가 보장되는 이른바 최악은 면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먹고 사는 문제와 동 떨어 질 수 없는 문제이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몰라도 그간 세계에는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의 굵직한 역사적 이슈로 인해 부의 불균형이 강제로 해소되거나 초고속 경제 발전으로 밥그릇 싸움이 해소되어 왔기에 민주주의가 가져야 할 숙제가 오늘날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정도 먹고 살 만해진 수준에서 GDP 3만불 시대에 진입하며 저성장이 지속되는 시점에 다다랐을 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진통을 겪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차례가 되었다.

저자의 평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그리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듯 싶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법 개혁이란 명분으로 사법기관을 집권 세력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여당 합의 없이 선거법을 개정했으며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총선 승리를 위해 정파적으로 활용했다. 저자는 이를 레비츠키와 지블랫의 말을 빌려 합법적 독재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도 180석 이상의 거대 여당은 향후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되었는데 약 5년이 지난 시점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파란색, 빨간색, 우파, 좌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그런 이기적인 주체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하면 돌아오는 것은 기득권의 행복과 가지지 못한자의 불행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의원내각제에 무조건 적인 동의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현재까지 답습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단 시정의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역대 대통령 누구하나 예외없이 비참한 말년을 보낸 것이 그 증거이다. 세계에서 대통령이 이렇게나 많이 구속된 사례 또한 찾기 힘들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모습을 프랑스 혁명과 비춰보며 그 안에 숨은 미묘한 편향에 주의를 기울인다. 공리주의의 최대 폐단, 촛불 농성과 감정만 가득찬 다수의 주장은 적폐가 생기지 않는 시스템에 집중하는 대신 적폐를 규정하는데 집중했다.

적폐로 규정되면 이를 박살내는데 집중했을 뿐 적폐 자체의 정의에 엄격함을 가지지 못했고 적폐가 등장하지 않는 원천적인 방법을 강구하는데 소홀했다.

이를 영국 민주주의와 비교해 볼 수 있겠는데 영국은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가진 헌법의 정의보다는 사회에 이념과 도덕이 충만한 규범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를 따르고 있는 바 오늘날 우리 국민들의 가져야 할 민주주의 이념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촛불정치는 겉보기에는 온연한 주권의 상징이자 국민들의 힘의 결집으로 보였을지는 몰라도 5년이 지난 내 눈에는 그저 또 하나의 기득권층의 자기 권리 보호를 위한 발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를 양극화의 논리로 빨간당에 대한 옹호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새 대통령 후보가 당선인으로 선정된 후 야당 합의를 표명했던 기조가 사그러드는 것을 보며 똑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근본이 이기적으로 태생한 인간에게 타인을 위해 배려할 양보는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많은 주체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으르렁댄다면 소위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과 무엇이 다르냐며 비아냥 섞는 이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세상에 다툼없이 발전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되려 묻고 싶다.

책에 언급되 바와 마찬가지로 폴리비로스가 정체순환론에서 경고했던 이른 바 민주정의 타락 이후 장기독재가 나타난다고 경고한 상황이 우려될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과 일본, 베네수엘라, 이탈리아의 선례에서 우리가 경계할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비록 정치에 큰 관심을 갖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독자일 뿐이지만 적어도 순리에 비춰볼 때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초미의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써 이 책은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 혹은 특정 주관적 성향이 책에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공정한 정치를 다룬 책은 있을 수가 없다. 그 안에 들어있는 색깔은 읽는 독자가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받아들이고 뱉어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과 정치 거장들의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가급적 담백하게 특정 정당의 입장이 아닌 학자의 눈으로 현 시점 오늘날 우리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어조와 안목으로 볼 때 상당한 객관성을 갖춘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프랑스 혁명이나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국가들을 팩트 위주로 분석한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은 또 하나의 이기주의가 되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보잘 것 없는 주장으로 전락할 뿐인 즉 실제 있었던 역사속에서 사람의 참모습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정치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적어도 현 정부의 5년이 어땠는지 오늘날 우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성숙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해보는 것은 국민으로써 당연한 권리이자 행복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아가 저자가 말하는 해답을 비판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생각과의 정반합을 통해 한 층 성숙한 민주주의의 구성원이 되어 우리나라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삶과 주변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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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라 만드는 파이썬 주식 자동매매 시스템 - 파이썬으로 나만의 주식 자동매매 시스템을 만든다!
박준성 지음 / 길벗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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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thon 기반의 주식 자동매매 시스템 개발 방법을 안내하는 도서로 약간의 용응을 더할 경우 다양한 용도의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Python으로 주식 자동매매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워렛버핏은 자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자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접하기 쉬운 재테크 수단은 역시 주식이며 이 역시도 자동화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워렌 버핏의 말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본 도서의 실습환경은 아나콘다와 파이참으로 이루어진다. 아나콘다는 수치 계산 등에 도움이 되는 Python 라이브러리를 호환성을 고려하여 묶어놓은 환경 덕분에 설치 한 번만으로도 파이썬 에코 환경을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IDE로 본 도서에서는 Pycharm을 활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파이썬에서 제공하는 IDE 툴에 비하면 Pycharm이 얼마나 편리한지는 이를 활용해 본 독자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파이참을 선택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개발환경을 구성하는데 있어 이 책에는 크게 2가지의 접근법이 소개되고 있다. 1장 환경구성의 경우 명령어 하나하나 따라해보며 Bottom-Up방식으로 배워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 구성을 다룬다.

반면 부록A에 소개된 예제 코드 내려받기 및 환경구성은 Top-Down방식이다. 완성된 프로젝트를 다운로드 받아 큰 그림을 파악해보고 하나씩 이해해가며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싶다면 부록 방식의 환경 구성을 권장하고 싶다.환경구성

둘 중 어떤 순서로 학습할지 기준을 정한 후 그에 맞는 환경 설정 방식을 택일할 것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 만들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5장 프로젝트” 단원에서 다룬다.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파이썬의 기본 지식들이 2장에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Python의 기초에 이미 능통한 독자라면 2장이 불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자신이 Python의 경험이 전무하거나 프로그래밍 개발 자체가 생소하다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읽어본 바 전체적으로 기초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아주 기초적인 문법 외에도 프로젝트를 구성에 필요한 지식인 모듈, 패키지, 클래스 및 상속 등의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Thread 등의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어 특히 상속이나 패키지 같은 이해가 필요한 데 뒷장에서 실습을 무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기초 지식을 미리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장에는 키움 API의 활용법이 등장한다. 키움 증권사의 KOA 스튜디오 사용법을 비롯하여 제공되는 API 하나하나를 Python과 연동하여 자세히 실습하고 있어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API를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키움

로그인부터 계좌, 종목 등의 정보를 얻어오는 것은 물론 예수금을 조회한 후 주문 체결하는 API도 모두 소개되어 있어 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수준을 쉽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며 상세한 설명으로 이해하고 따라하기 좋았다.

다만 본인의 증권사가 키움이 아닌 경우에는 다소 곤란할 수 있겠는데 키움으로 증권사를 갈아타거나, 키움으로 예행 연습을 해 본 후 이용중인 증권사의 API에 적합하게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방법 등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하나의 증권사 API에 통달하면 다른 증권사 API에도 쉽게 적응될 것이므로 큰 문제가 될 요소로 보이지는 않았다.

4장의 실전매매 전략은 간단한 것들만 소개된다. 유니버스 즉, 매수매도의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이 아래와 같이 소개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축약하여 설명하지 않고 머리속에 전개되는 과정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구성 덕분에 이해가 수월했다.실전매매

이러한 구성상 가독성의 장점은 뒷 파트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며 따라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이런 점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을 다 배우고 나면 5장에 등장하는 대망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앞서 환경구성에서 미리 언지를 한 것처럼 본인이 큰 그림부터 파악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거나 빠르게 프로젝트를 돌려보고 튜닝을 원하는 독자라면 Top-Down방식으로 학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 먼저 5장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환경구성은 앞서 언급했든 부록A부터 참조를 하는 것이 좋을것이다. 다만 Top-Down으로 학습을 할 경우 최소한 프로그래밍의 경험이 있거나 키움 등 증권사 AP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Python의 기초가 없거나 다른 언어 프로그래밍 경험도 전무하다면 이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너무 높은 난이도 장벽에 부딪혀 시간을 낭비하게 되거나 의지가 꺽이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활용된다. DB로 SQLite를 활용하고 있고, beautiful soap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네이버 주식의 특정 페이지를 크롤링하는가 하면, Line 프로그램과의 연동으로 푸시 알림 메시지를 연동하기도 한다.프로젝트

모듈, 패키지, 프로젝트, 365일 무한 실행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구성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Thread를 이용하여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며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스스로의 전략이 떠오를 경우 쉽게 확장하여 전략을 구현하여 연동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굳이 주식매매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이를 응용하여 변형할 수 있도록 폭넓은 라이브러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수 있겠다.

그럼에도 약간이나마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 주식을 애용하고 있기에 키움 증권의 글로벌 API와의 연동이 소개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용 API를 통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대신 전략 파트가 너무 짧게 소개된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저자 본인이 취했던 방법 중 괜찮았던 방법 하나 정도는 자세히 다뤄줬다면 투자서로도 상당히 값어치 있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동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훌륭한 가독성을 갖췄다는 점과 이 책의 예제를 응용하여 어떤 프로그램이든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확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독자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은 도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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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의 뇌 -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할 인지과학의 모든 것, 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펠리너 헤르만스 지음, 차건회 옮김 / 제이펍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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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 과정을 이해하여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래머들의 필독서이다.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완숙한 경지에 오른 고수 프로그래머들도 분명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할 때 힘든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이제 막 프로그래밍 세계에 입문한 초보자는 현 시점이 그 어려운 순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고수라 평하기엔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고 부끄러운 부분인지라 머뭇거리게 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이 맞다는 가정하에 스스로 왠만한 프로그램을 배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프로그래밍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저 1차원 적으로 노력과 연습, 반복만이 답이라고 여겨왔는데 이 책을 읽고 프로그래밍에 숙달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여러 길이 있으며 특히 우리 두뇌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특히 파트1의 내용은 1만 시간이 넘는 프로그래밍 시간동안 느꼈던 부분들을 아주 잘 정리하고 있으며 뒤에 이어질 파트들의 근간을 이루는 지식들이 담겨 있기에 리뷰에서는 파트1을 중점적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파트 1이 마음에 든다면 파트 2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도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파트1의 시작은 3가지 프로그램을 읽고 해석하는데에서 출발한다. 클린코드와 같은 또 다른 명서들이 코드 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코드 읽기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물론 가독성을 확보한 코드들이 장기적인 기억 즉, LTM의 효율성을 높혀 주기에 쓰기도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지만 읽기 자체가 두뇌의 인지과정과 보다 밀접하게 닿아있고 지금까지의 교육이 읽기보다는 쓰기에 초점이 맞춰줘 있었다는데 착안하여 저자는 읽기 과정에서의 인지 결합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래 그림에 등장하는 세가지 언어로 작성된 각각의 코드를 읽어보자.코드

눈치빠른 독자라면 자바, 베이직, APL로 작성된 각각의 예제를 보며 두뇌를 쓰는 방식에 미묘한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다만 이미 프로그래밍이 익숙한 나의 경우에는 각 코드별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쉽게 눈치챌 수 있었으나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는 비슷한 유형의 어려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느정도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읽을수록 더 얻는 것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예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기에 처음 읽는 독자라면 일단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믿고 따르며 첫 발을 내딛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자바 언어의 예제의 핵심은 .toBinaryString() 메소드에 달려있다. 이 메소드의 기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이 부분에서 버그가 생긴듯 사고가 정지될 것이다.

두번째 베이직 코드의 경우 자바 예제와 같은 생소한 메소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각 단계가 복잡하다. 각각의 변수에 어떤 값이 저장되며 변경되는지 FOR라는 루프를 돌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추적을 해야하는데 기억력이나 깊은 사고에 제약이 쌓이면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세번째 APL은 좀 황당하다. 60년대에 사용되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언어를 경험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T가 연산자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연산자인지 알 길이 없다.

요는 이 세 유형의 코드를 전부 잘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유형별로 두뇌가 맞닥드리게 되는 어려움의 유형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에 있다.

첫번째 자바 코드의 경우 메소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전혀 다른 언어인 Python을 배운다고 가정할 때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에 부딪힌다. 메소드, 라이브러리, 모듈 등의 정보가 없다면 각기 어떤 기능을 담당하며 언제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게 되므로 이에 대한 정보를 익혀야 한다.

이 정보를 익히는 과정은 단기 기억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를 STM이라 부른다. 컴퓨터로 따지만 RAM, Cache와 같은 영역이 우리 뇌의 STM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STM이 많은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순간 기억할 수 있는 단기 기억력이 실제로 크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굳이 프로그래밍이 아닐지라도 간단한 그림 기억하기 퀴즈 같은 것에 도전해봐도 생각보다 단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건수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코드는 우리 인지과정에서 처리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코드이다. 컴퓨터로 빗대면 CPU와 같은 프로세스에 해당된다. 작업 기억 능력이라는 인지 기능에 해당하는데 이 코드의 해석이 어렵다면 정보나 지식의 부재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코드는 T라는 연산자를 아예 모르는 즉, 지식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굳이 예제로 든 APL언어가 아닐지라도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 자체나 알고리즘 등을 모르는 경우와 동일한 유형의 부하이다.

이는 암기에 의존해야하는 부분으로 장기 기억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담당하는 기능이 LTM이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하드디스크에 해당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양을 기억할 수 있으며 제법 오랜시간 기억이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프로그래밍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면 막연히 모두 같은 유형으로 싸잡아 묶어오다가 두뇌의 인지과정과 빗대어 부하를 일으키는 유형을 잘 정리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래밍 세계와 인지 과학의 세계 두마리 토끼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고수가 아닌 이상 우리의 사고과정을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하기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이 두 주제를 제대로 이해해보고 앞으로의 프로그래밍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지는 주제로 삽입 정렬과 같은 코드를 3분 정도 유심히 들여다 본 후 책을 덮고 기억력에만 의존하여 그대로 필사해 보는 훈련을 여러번 진행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정말로 우리 두뇌가 위에서 저자가 말한 세가지 유형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또 더불어 저자가 분류한 인지 과정에 신뢰감을 갖기에 충분한 과정이었고 이를 통해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문제의 유형에 맞춤형 진단과 해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반드시 한 번 즈음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프로그래밍에서 맞닥드리게 될 문제를 돌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STM과 LTM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꾸준한 노력과 반복, 연습을 통해 LTM에 충분한 정보와 기초를 잘 다진 후 STM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크의 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체스 실험을 통해서 잘 소개되고 있는데 체스판 위에 말들을 아무렇게 배치해놓고 체스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억력을 실험한 일화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체스 경기중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말 배치는 전문가가 월등히 잘 기억한 반면에 체스 규칙과 무관한 말의 배열은 전문가나 일반인이 기억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즉석에서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능력은 STM에 의존하게 되는데 STM은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략 6개 정도의 공간만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다만 비슷한 주제는 청크로 묶여 하나로 인식되기에 LTM을 기반으로 한 청크를 최대한 활용하면 순간적으로도 엄청난 기억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이 좋은 예제가 되겠다.청크

첫번째 문자는 전혀 생소한 문자와 문장이다. 단 5초만 주어진다면 이 예제를 완벽히 기억해내는데 대부분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두번째 유형의 문제는 적어도 문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알파벳이다. 다만 문장은 생소하다. 첫번째 유형보다는 보다 빠르게 많은 양을 기억해 낼 수 있겠지만 어렵기는 여전하다.

마지막 세번째 유형은 1초면 암기할 수 있다. 문자도 익숙한 알파벳이며 문장도 익숙하게 바로 해석이 되는 문장이다.

이제 청크의 개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시는지?

이 책에서 다루는 심오한 인지과학의 세계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본 리뷰에서 다룬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클린 코드와 같은 유명한 도서들이 다루는 내용에 인지과학의 세계를 포함시킨 책이라고 보면 딱 맞는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LTM, STM, Working Memory의 세 인지 과정을 잘 이해한 후 이어지는 파트들을 읽는 다면 그간의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슬기롭게 조화되고 통합되는 신기한 경험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래밍에 어려움을 겪을 때 활용할 만한 작업 기억 공간을 돕는 앱이나 의존 그래프 및 상태표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물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방법론이나 협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작업기억공간
의존그래프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인 법. 우리 자신의 메타 인지과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프로그래밍의 세계를 항해한다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프로그래밍 세계에 발을 담근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더불어 프로그래밍이라는 소양이 기본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요즈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싶은 모든 학생들에게도 권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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