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타트업이 처음인데요 - 스타트업 CEO가 가장 궁금해하는 실전 법무 가이드 처음인데요 시리즈 (경제)
권오상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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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가 직접 창업을 경험하며 겪은 스타트업 법률적 이슈와 해법을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우선순위에 맞춰 입체적으로 구성한 실전 법무 가이드이다.

투자계약, 동업계약, 상표권 침해, 고용계약,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 사이트 제작이나 용역계약, 저작권 침해 등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자주 겪게 되는 유형별 이슈와 해법을 다루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계약서 작성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있다.

책의 장점으로는 법률 전문가가 실제 창업을 경험하고 작성하였기에 실전 위주의 성격을 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접 경험한 사례 혹은 법률 전문가로써 실전 법무 의뢰를 처리했던 다양한 과정들이 실제 사례로 제시되고 있어 이해하기 쉽다.

법적인 용어는 매우 난해하기에 이를 사례에 맞게 쉽게 풀어주려는 노력도 돋보이며, 자주 발생하는 혹은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법률 이슈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어 구성이 입체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지리하게 사례 혹은 조항이 늘어져있다면 큰 흐름을 파악하는데 쉽지 않은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법과 친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더불어 작은 규모의 사업을 꿈꾸는 이에겐 앞으로 일어날 여정이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최소한 사업을 착수하기에 앞서 법률적 적합성을 먼저 판단하는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장은 본인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될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법률적 적합성을 갖고 있는지 혹은 최신 기술 및 온라인을 활용할 경우 규제 동향을 살피는 법을 다룬다.

덕분에 국가법령정보센터는 잘 알고 있었으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동향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2장은 동업에 관해 다룬다. 법률 상 주위할 점은 물론 특히 동업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안내되어 있다.계약서

3장은 VC로 부터 투자를 유치할 경우 작성하게 되는 계약서를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계약서에 등장하는 상환권, 전환권, 공동매도권 등 난해한 법률 용어들이 CEO에게 불리한 조항인지 유리한 조항인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설명해주며 계약서 작성 시 어떤 방법으로 방어를 할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다루는 부분이 법률 대처 여건이 좋지 않은 창업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 외에도 상환전환우선주, 보통주, 우선주, 상환청구권, 콜옵션, 풋옵션, 공동매도권, 공동매각권, 경영사항 동의권, 위약벌 등 비밀 유지권까지 복잡한 투자 및 주식 관련 법률을 알기 쉽게 해설한다.

4장은 근로, 채용에 관한 계약 및 법률을 다룬다. 특히 경쟁사의 인재를 채용하는 방법에 어떤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또 반대로 외부로 인력이 유출될 경우를 대비하여 근로계약서 및 영업비밀비침해 등 보증 계약서 작성 실무를 다루고 있어 유익했다.

5장은 회사 운영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파트이다. 타 회사와 협업하며 작성하게 될 다양한 계약서 작성법 및 법률적 유의사항을 사례별로 들고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담고 있기에 대충 파악해둔 후 회사 운영 중 필요할 때마다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표준계약목록

6장은 엑시트에 괸련된 계약을 다룬다. M&A 시 작성해야 할 양해각서, 주식매매계약, 영업양수도계약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IPO 상장 시 진행절차도 살펴본다.

부록으로 자주 등장하는 법률 이슈인 개인정보보호, 지식재산권, 청탁금지법을 자세히 살펴보며 끝자락에 유형별 표준계약서 샘플이 담겨있다.샘플

전반적으로 계약서 양식을 빠짐없이 다루며 그에 대한 중점 포인트를 꺼내 집중적으로 해석하다보니 실전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어떤 책은 읽기는 편해 좋은데 실전으로 돌아오면 뭐 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난이도와 실전이라는 경계선에서 양쪽을 모두 취할 수 있게 적절하게 구성된 느낌이다.

반면 아쉬운 점은 중요한 것만을 다루다 보니 풍부한 사례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책에서 다룬 주요 이슈들이 터졌을 때 추가로 찾아봐야 할 레퍼런스 정도는 같이 언급되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다는 아쉬움은 든다.

개인적으로 법률 분야는 어린이나 다름없기에 구체적으로 법률 전문가를 찾아가는 과정도 상세하게 다뤄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쉬운 언어를 선택하고 있으며 우선순위별 적절한 구성이 마음에 드는 법률 실무 가이드였다. 스타트업을 하게 되며 겪게 될 큰 지도를 미리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은 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과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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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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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TAD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시킨 현 시점에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지 그 화두를 엮은 책이다.

GDP 기준 세계 9위 수준의 경제 규모에 BTS, K-pop, 봉준호, 킹덤으로 대표되는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저자가 던지는 다양한 제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주제를 먼저 언급해보려 한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앞선 선진국이 몇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베낄 선례가 없거나 점점 줄어드고 있기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일례로 독일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산업 4.0”이라는 백서를 출간하기 전 2년 간 “노동 4.0”이라는 녹서를 내놓고 공기업, 협회, 일반 기업, 학문 분야의 전문가, 일반 시민 등 사회 각 계층에서 광범위한 토론에 참여하였다.

정책 입안자 혹은 일부 전문가의 편향을 깨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2년의 과정은 미처 지나칠뻔한 맹점을 보완함은 물론 다양한 사회 계층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도 제 격인 과정이라 생각한다. 더이상 베낄 곳이 없는 선진국의 모습이다.

수십 년 간 빠름과 효율성만 강조해 온 우리 사회에 백서 하나를 위해 2년의 시간을 허락해 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구할 1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을 문제를 정의하는데 쓰고 나머지 5분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쓴다고 했다. 더이상 “어떻게”가 아닌 “왜”,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 외에도 저자가 사회에 던지는 제언은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이 중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했던 몇가지 주제를 추려본다.


  • 협상을 가르치는 사회
    공교육을 대학까지 마치고도 계약서 한 장을 제대로 못쓰고, 취업을 위해 애쓰지만 노동법은 읽어 본 적도 없는 우리의 교육에는 문제가 많다. 협상하는 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 사람간의 믿음이 10% 오르면 GDP가 0.8%가 오른다
    2011 ~ 2013년 동안 범행 액수가 3백억 원이 넘었던 11명은 전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직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실형을 살았다.

    독일에는 “법질서 방위”라는 개념이 있다. 국민들의 법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데 이를 거스르면서 집행유예를 내려선 안된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판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높은 곳에 계시는 분들의 이해되지 않는 기준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믿음을 형성할 수 있을까?

  • 창발성과 문화 강국
    • 최신 연구에 따르면 창발성의 정체는 머리 크기, 뇌 주름 갯수, 뇌세포의 개수 등이 아니라 뉴런의 자유결합 정도에 달려있다고 한다.

    • “넘버3”,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로 이어지는 한국영화는 1996년을 기점으로 황금기에 접어든다. 96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전 검열이 폐지되었고, 공연윤리위원회도 사라졌다.

    • 사전심의 폐지가 사라지자 K-pop이 한류 열풍을 일으켰고, 아이돌과 기획사 간 표준계약서라는 민주화와 투명화는 세계적 아이돌 재목들을 한국으로 이끌었다.

    • 우리 글은 거의 모든 문장이 “다”로 끝난다. 옛 글로 올라가면 “가”, “고”,”라”로 끝나는 문장들도 다양하다. 띄어쓰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만 있으면 되지 불필요한 시간 낭비의 주체가 되어선 안된다. 어설픈 번역 문체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 나라에도 세익스피어가 필요한 시기이다.

    • 김상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신병을 확보했다.” 병은 사람을 짐승처럼 끌고 다닐 때 쓰는 도구다. 이런 표현 모르고 써도 되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다툴 때 시청자들은 알 수 없는 법조 용어들이 보도에 난무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라고 하면 된다. 박근혜 탄핵안이 인용됐다는 보도에 태극기 부대가 박수쳤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검찰 개혁이 시대적 화두라면 그곳에 종사하는 이들의 정신 상태에 자극과 변화를 줘야 한다. 그들이 당연하다고 쓰는 “폼 잡는 말”을 우리가 먼저 뭉개버리면 된다.

  •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이선호 씨가 300kg 철판에 깔려 죽었다. 산재사망률은 OECD 최상위권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처벌 수준은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에 그친다. 오스트레일이라는 사람이 죽으면 최대 징역 25년, 최대 60억원의 벌금을 받는다. 사람이 죽어도 벌금 448만원 내는 나라 이대로 괜찮을까?

  • 강남 땅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도시철도역이 3개 있는 동이 강남, 서초에는 60%가 넘는다. 양천구에는 단 1개동도 없다. 강남 땅값 잡는다고 하는 정책이 고작 KTX에서 SRT를 떼어내 3조의 비용을 쏟는 일이다. 고위공직자 40% 이상이 강남 노른자 땅에 집을 갖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행동을 보면 안다.

  • 선정적인 기사
    들어줄 사람이 없어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자가 통렬히 지적했다. “헉”, “충격”, “경악”, “대박”, “혐오”,”~하면 생기는 일” 따위의 말이 제목이나 섬네일에 존재하면 난 읽지도 않고 거른다. 사람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며 세상에 악취를 풍기는 악마의 시스템이 생긴 배경에는 클릭 한 번에 돈 한푼이라는 공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언론사에 주는 돈이 3천억 정도란다. 정부가 한 해 쓰는 예산이 530조인데 0.05%로 악마의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닐까?

  • 경로 의존
    • 경로의존성이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된 과거의 법률, 제도, 관습, 문화가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 마부가 휘드르는 채찍이 행인을 때릴 우려가 있어 좌측통행했던 시스템이 자동차에 이어져 영국, 일본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 변호사 93.7%가 판결문 공개를 지지하는데 판사는 20.6%에 불과하다. 법복을 벗자마자 의견이 바뀐다면 논리 외 무엇이 있다는 뜻이다. 전관 비리에 대한 통계도 함께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 AI 시대
    • 미국 PBS - In the age of AI
    • 첫 번째 산업혁명이 Body 한계를 뛰어넘는 혁명이었다면 이번엔 Mind를 뛰어넘는 혁명이 찾아온다. 첫 번째 혁명이 인류에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하기까지 90년이 걸렸다. 저자는 소셜 트윈을 만들어 안전장치가 있는 변화수용체계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때로는 일상에서 격하게 공감하고 때로는 변하지 않는 세상에 답답해했던 주제들이 담겨있기에 몇 시간 만에 금새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볼 주제도 있어 며칠에 걸쳐 곰곰히 생각하며 다시 읽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준비해 나가야 할 현안은 다소 무게감있어 제쳐두고서라도 세상의 변화를 나는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지 변화할 우리나라의 미래에서 나는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비록 학식이 짧지만 이런 부류의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켜야할 연구자들은 정확함을 담기 위해 애쓴다. 이 지식들이 논문이라는 형태로 등장한다.논문은 주제가 보통 한정적이고 주어진 전제와 환경이 명확하며 연구자와 피어 리뷰어 등의 철저한 검증을 거쳤음에도 공격을 받는다. 하물며 전사회 분야를 주제로 삼아 소신을 피력하는 책은 말해 무엇하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도 등장한다. 책에서 언급한대로 저자는 폼 잡는 말이나 띄어쓰기 따위의 낡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저자가 던지는 화두들 그리고 나름의 해답들에 대해 검증된 정확한 진실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큰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틴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의 인식을 얼마나 환기시켰냐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더 없이 시기적절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에 대한 인식말이다.

저자는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다. 한빛미디어는 누군가에게는 출판사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개발자인 내게는 그 이상이다.

수십 년 간 IT 중심의 신기술을 개발자 생태계에 빠르게 전달하여 대한민국의 IT 성장에 기여했음은 물론 다양한 밋업 행사와 리뷰어 활동을 통해 개발자와 끈임없는 소통을 시도해왔으며 그 피드백을 다시 책으로 반영하는 믿고 보는 책들을 출간하는 멋진 회사라 생각해왔다.

책을 읽으며 느낀 낡은 관습의 타파, 시대의 변화를 시기적절하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안목과 같은 저자의 멋진 생각 그리고 같은 비전을 가진 함께 일하는 분들의 생각이 모여 지금의 한빛미디어를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챗바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솔루션이나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일의 백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사회 각 계층이 무엇이 옳은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동력이 갖춰진다면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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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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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과학, 역사, 종교, 문화,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가 인간사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엮은 책이다.

책의 제목과 서문을 맞이하며 다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피를 중심으로 한 책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의학 서적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범 사회 문화까지 아우르는 논픽션이자 교양서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글은 독립 개념이 종속 개념의 보완을 받는 형태로 서술되는 데 종속 개념이 주가 되어 독립 개념을 엮는 구성 방식이 매우 신선했다. 기존의 시선 방향과 프레임을 바꾸고 나니 그동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던 혹은 고민해 볼 생각조차 못했던 주제들이 쏟아졌는데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말미에 언급한 감사의 글에는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배경이 적혀 있다. 전작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가 출간된 이후 생리를 주제로 책을 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피의 모든 면을 다루는 쪽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밝히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은 의학, 과학, 역사, 종교, 문화, 철학 측면을 다양하게 아우르는 넓은 독자층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제목이 다소 독특하다. 원제는 “Nine Pints”인데 여기서 파인트라는 단위는 영국 기준으로 약 568 밀리리터이기에 9파인트는 약 5,112 밀리리터 즉 약 5리터의 피로 환산할 수 있다. 따라서 번역서의 제목도 그렇게 결정된 듯 하다.

이어지는 구성방식도 재미있다. 1장은 500밀리리터의 힘을 다루고 있는데 왜 제목과 다르게 1파인트의 피만 다루는지 궁금했다. 읽다보니 총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의 무게를 1파인트의 비중으로 측정한 듯 했다. 총 9개의 장이니 제목이 Nine Pints가 되는 것 같은데 내 추측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또 하나의 추측으로는 몸속의 흐르는 피가 약 5리터에 달한다 하니 한 사람을 지탱하는 피의 양이 제목으로 선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두가지 추측 모두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논픽션의 책 치고는 구성부터 남다른 심오함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은 어찌보면 불필요한 과정인 것 같지만 저자와 편집자의 생각을 엿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1장에서 등장하는 500밀리리터의 힘은 대단하다. 이 단위는 대부분의 일반인이 1회 헌혈 시 추출되는 피의 양으로도 일반적이다. 몸속을 흐르는 피의 약 10%에 해당하는 상당량이다. 즉, 이장에서는 수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헌혈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계 3초마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의 피를 받는다고 한다.

해마다 1.1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헌혈한다고 하니 헌혈이 얼마나 대규모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어 놀랐고 나의 헌혈 참여 행태에 부끄러움을 느끼에 하는 계기도 되었다. 때로는 헌혈이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설득보다도 이 책과 같이 헌혈의 위력과 현 주소를 담담하게 논픽션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나은 설득이 되는 것 같다. 첫 장부터 이 책은 이런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헌혈 외에도 이 장에는 피에 대한 많은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피 검사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밝힐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생물학적 나이, 실제 나이, 파킨슨 병이나 암에 걸릴 가능성, 수술 시 섬망 증상이나 심장 기능의 이상 여부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피가 만들어 지는 곳은 지라인줄 알았는데 비교적 최근 교육을 받고 과학에 관심이 있는 나도 피에 대해 이렇게 무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피는 뼈안의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피는 산소와 영양분을 나르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의 운반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온기, 호르몬, 신체 기능, 에너지, 수면, 기분을 조절하는 신호까지 나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과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데 커피콩에서 추출한 효소로 B형 혈액을 O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다. O형은 늘 주기만 하는 혈액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O형이 억울할 일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조금은 줄은 듯 하다.

이 책이 도달하고자 하는 방향에는 철학적인 측면도 있다. 테세우스의 배는 유명한 철학 질문 중 하나인데 우리 몸의 세포는 7년에 한 번씩 교체된다고 한다. 이 철학적 명제와 관련하여 나 역시 다섯번째 몸으로 산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 몸이 과연 나인지 심도 있게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아무튼 1장은 피와 헌혈 및 기본적인 사회 문화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요약하고 있기에 2장부터의 시작되는 여행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먼저 읽어두면 좋다. 너무 많은 정보들과 생각할 주제들이 담겨 있어 하나의 장을 읽는데도 하루가 소모되었다. 피에 관해 이렇게 많은 유용한 정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는 점에도 놀랐다.

1장이 피의 전반을 논하고 있다면 2장 부터는 굵직한 주제들을 하나씩 파고 든다. 2장에는 피와 관련된 의학적 측면에서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 자연의 치료사이자 흡혈 악마로 취급되는 거머리가 등장한다. 바이오팜이라는 회사에 견학 방문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머리가 내뿜는 마취제와 항응혈제는 인간의 과학을 앞설 정도로 뛰어난 화학 물질이다.

저자의 폭넓은 조사 덕분에 흥미로운 역사거리가 등장하는 것도 책이 가지는 매력 중 하나인데 중국 후한 시대 학자 왕충은 왕이 밥을 먹다 뜻하지 않게 거머리를 삼켰는데 덕분에 만성통증에서 해방되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한다. 고대 바빌론의 문헌부터 나폴레옹의 일화에 이르기까지 옛 선조들이 거머리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했는지의 여정을 엿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거머리에 대한 인간의 배은망덕은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측면으로 이어져 사람이 거머리에게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피를 잘 뽑게 하기 위해 일부러 굶겨 치료에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를 옮길 수 있는 능력 때문에 할 일이 끝나면 죽음을 맞는 거머리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는 것인가?

혈액 응고, 소화, 결합 조직, 질환, 통증, 효소 억제, 항염증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거머리를 이렇게 이용만하고 버리는 우리의 자세가 당연시 되는 세상이 늘 서럽다. 어쨌든 읽는 내내 논픽션이 픽션을 창출하게 만드는 책의 원동력은 정말 대단한 필력이자 장점이다.

3장에는 옥스퍼드 서머빌 출신의 재닛을 중심으로 발전된 헌혈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어찌보면 1장의 일부에 대한 확장판이라 볼 수 있겠는데 이 과정을 조사하는 저자의 탐구 절차나 과학자들의 인사이트를 얻는데 있어 배울만한 과정이 담겨 있어 가치있다는 생각을 했다.

4장은 피를 타고 퍼지는 강력한 바이러스 HIV를 다룬다. HIV의 바이러스의 생김새부터 생김새에 종속되는 기능이 인간의 면역체계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매우 상세히 알 수 있다. 전 세계 3,750만명이나 감염되어있다는 사실과 케이프타운과 같은 후진국의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어디가나 돈으로 성을 매수하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을 어찌해야 할지?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축복자라고 불리는 계층이 등장한다.

5장은 피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낮은 무게를 가진 혈장을 중심으로 혈우병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혈장의 응고인자 8번이나 정맥내 면력 글로불린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도 주어진다. 또 혈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그리고 영국의 유명한 여왕 엘리자베스 가문에 근친 결혼으로 전해지던 병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풍선에 물이 한없이 들어가는데 터지지 않는 느낌. 피는 남는 공간이 없을 때까지 계속 밀려들어 심지어 신경을 누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출산의 고통을 능가하는 몇 안되는 통증이 결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경험자가 이와 맞먹는 고통이라 판단할 정도이니 그 극심한 고통은 겪지 못한 이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6~7장은 여성의 월경을 다룬다. 월경이 사회 문화적으로 얼마나 더러운 피로 취급 받았는지, 생리대 또한 얼마나 지저분한 천으로 여겨졌는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후진국의 행태까지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교양인이 출산을 위한 신성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심각성을 알지 못했는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할 월경 시기에 분리된 창고로 쫓겨나 맨밥만 먹어야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또 과학적 측면으로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았다. 태아가 임신부에게는 침입자이자 기생충으로 여겨지기에 모체와 태아가 충돌하는 보기 드문 종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기니 보게오섬이 월경하는 남자들의 섬으로 일컬어지며 그 섬에서 벌어지는 남자들의 추태는 혐오스럽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 생리를 부러워하거나 혹은 두려워 했던 남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간 알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8장은 첫 장면부터 경이롭다. “코드 레드. 오픈 체스트”. 출혈과 혈압 저하가 심각한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 개흉 후 심장을 마사지하는 광경을 서술하는데 환자의 몸통에서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낯선 분홍색 덩어리 즉, 폐를 보는 장면은 끔찍함과 동시에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위 앞에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출혈과 심장을 중심으로 긴박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마지막 9장은 피의 미래를 다룬다. 명나라 황제 가정제가 젊은 여성의 월경혈로 만든 묘약을 즐겨 마셨다는 사실 때문에 후궁들이 암살 계획을 짜기까지 했다는 피로 무엇인가를 해결하고자한 기가막힌 역사적 선례들이 몇가지 등장한다. 이는 건강한 몸에서 빌린 피로 허약한 피를 고치는 헌혈과 관련된 피 과학의 현 주소까지 이어진다. 피를 향한 인간들의 욕망이 무엇이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참고 문헌을 제외하고도 400p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읽는 내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팩트를 읽기도 했고 철학의 영역까지 이어지는 사고로 책을 읽는 속도가 지연되기도 했다. 피를 소재로 다루는 책이 독자의 머리속에 이렇게도 다양한 모습의 화학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던 여정이었다.

모든 것을 리뷰에 언급할 수 없어 안타깝다. 떠오르는 인상적인 부분을 위주로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는데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만한 리뷰인지는 자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흥미로운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

때로는 미처 몰랐던 호기심이, 때로는 가슴 통탄할 사회적 배경이, 언제 어디에서나 세상을 검게 물들이는 인간의 욕심이 독자로 하여금 한 번 펼친 이 책을 쉽사리 덮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유용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깨달음을 차치하고서라도 재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써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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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부 -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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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인구감소 및 노령화 문제 등 대한민국의 위기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소신있게 부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실감있게 풀어내며 큰 격변속에도 살아남을 역량을 갖추기 위해 미국 우량 주식을 돌파구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미 에이트,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으로 유명해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에이트라는 책에서 쉬운 문체로 강한 설득력을 가진 저자 특유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읽기 쉽게 정리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했는데 전작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출산율 및 인구감소, 고령화 시대가 몰고 올 우리나라의 위기를 입체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은퇴 후 노후 준비는 결코 국가가 마련한 연금 혹은 기업이 서비스하는 연금 상품으로 버틸 수 없음을 강조하며 새로운 돌파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세계 최고의 투자 고수라 불리는 워렌 버핏의 원칙을 정리해 본다. 우량주식을 선정하여 장시간 묻어두되 배당금으로 재투자하여 복리효과를 누리며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번째 파트는 본격적으로 앞으로 세계 돈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예견해 본다. 미국 우량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솔루션이다.

이 파트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데이터 경제, 클라우드, 6G, 자율주행, OTT, 헬스케어 등 AI 시대가 몰고 올 산업의 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해 낸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산업의 변화가 우리 일상에 미칠 영향도 예측한다. 특히 해당 산업 분야에서 선두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유관 기업과 유관 산업의 대표 주자들 간의 관계까지 살펴보며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점쳐본다.

AI를 연구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산업에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나로써는 저자의 기술적 이해도 정도와 깊이에 매우 놀랐다. BCI와 같은 첨단 과학 기술을 제외하고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이 폭넓게 등장하고 깊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미 알파고 이후 어느 정도 대중에 알려진 AI 기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 또한 부족함이 없어 놀랐다. IBM의 Q-Experiance나 구글의 TFQ와 같은 솔루션 명만 언급되었다면 적어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필요한 기술적 설명은 전부 언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책의 대략적인 소개는 이만 줄이고 인상적인 문구나 정보들을 아래와 같이 간추려 본다.


  • 4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허허벌판 강남과도 같다. 의식주 문화, 가치관, 철학까지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위기와 변화를 인지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벼락거지가 되어 있음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 코로나 이후 실물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최소 3 ~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지속, 자율주행 기술 발전 등으로 입지가 최고였던 부동산 시장에 격변이 예상된다. 헤지 수단으로 유용할 뿐 미래의 부는 부동산이 아니다.

  • 부모자녀 가구 수는 2028년 감소세로 들어서며, 2014년에는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이는 출산 감소, 교육 시스템의 붕괴, GDP감소로 이어진다. 2019년 현재 1인 가구는 600만을 돌파했다. 그 중 40%가 무직자이다.

  • 2019년 기준 노인은 약 765만명 전체 인구의 15%에 육박한다. 2023년이 되면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인이 되고 2배로 늘어난다. 2047년에는 3배로 늘어난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실버론 이용자는 2배로 늘었다. 노인 중 절반이 극빈층이다.

    노인들의 평균 병치레 기간은 17 ~ 20년이다. 건강수명은 남자 71세, 여자 74세이다. 72세가 넘어가면 치매, 당뇨, 뇌졸중, 심장병의 위험도가 높아지며 그에 따른 병원비, 요양비, 간병비, 약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20년간 노인 부부 요양비용은 6.6억원으로 추산된다.

  • 2028년 이후에는 강남과 주요 지역 외 전국 부동산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1/10 ~ 1/30까지 집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노인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 국민연금의 운용 실적은 뛰어나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2042년 적자 예상, 2057년엔 기금 고갈이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더 빠른 시일내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각각 2032년, 2035년) 사적 연금또한 원금보장이 되지 않거나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가까워 신뢰하기 어렵다.

  • 의료비를 포함하여 평범한 수준의 생활을 위해 부부에게 필요한 노후 자금은 약 13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가 아닌 불량 대출을 정리, 지속적인 수입의 보장, 저축, 투자 및 절세 등이 해답이며 그 중 저자는 20 ~ 30년 가량의 미국 우량주식 복리투자를 강조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3번째 파트에서 우량주로 평가할 만한 회사를 몇군데 추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종목을 추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소신 있게 분석하고 결론을 공개한 저자의 시원함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모두 일리있는 조심스러운 분석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눈 여겨본 기업도 등장했고 추천 이유 또한 내가 조사한 바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상당히 신뢰가 갔다. 다만 투자는 언제나 개인 선택의 몫이기에 주위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일각에서 4차 산업혁명을 농업 혁명, 산업혁명과 같이 진정한 산업혁명으로 보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GDP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아직 오지 않은 것인지 4차 산업혁명 자체가 혁명 수준이 아닌 것인지는 미래에 판단 가능한 요소인 듯 하다.

반면 공유 경제나 온라인 강의와 같이 1:N의 생산-소득 관계의 경제 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운 GDP 산정 방식의 변화가 검토되기도 하기에 무엇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제를 냉철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아무튼 꼭 투자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최신 기술과 미래 산업의 동향을 왠만한 미래 보고서 이상으로 폭넓고 실속있게 정리하고 있다.

풍부한 논거를 가지고 소신도 뚜렷하게 밝히고 있으며 특유의 필력으로 한 번 펼치면 읽기를 중단하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다. 미국 주식의 투자와 미래 산업의 동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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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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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대의 출판 문화를 이끈 15명의 명편집자의 이야기를 한국 출판의 1세대 편집자가 간추리고 해석한 책이다.

편집자의 일상에서부터 위대한 편집자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훌륭한 위인이라 할 만한 이들의 뛰어난 안목이나 습관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리더스 다이제스트, 에스콰이어, 뉴요커, 마드모아젤과 같은 유명 잡지가 탄생하기까지 그들의 창업 아이디어와 시대의 니즈를 읽는 감각을 배울 수 있으며 1900년대의 미국의 역사에서 오늘날 배울 만한 요소들도 담겨있어 인상적인 책이다.

먼저 15인의 편집자 소개 중 책 제목에 걸맞는 편집자의 세계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부분은 퍼트넘의 편집국장인 윌리엄 타그를 다룬 파트이다.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이권우 독서평론가의 해설을 먼저 읽은 덕분에 이 파트를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윌리엄이 저술한 “발칙한 갖가지 기쁨들(Indecent Pleasures)”에 인용된 편집자의 24시간은 책에 미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만큼 고된 여정이다.

출근하여 우편물을 정리 및 답신하고, 원고 개요를 읽고, 타 평론가의 리뷰를 검토하고, 작가를 만났을 때 할 이야기를 메모하고, 출간을 앞 둔 도서에서 수정할 부분을 찾아내고, 원고 피드백에 대한 일정을 계획하고, 선전용 문안과 약력 등을 구술하고, 저자들과의 저녁 약속 시간을 보내며, 잠들기 전 원고의 가치를 선별한 후 하루를 반성하며 내일 있을 편집 회의를 계획하며 잠든다.

그 외에도 루틴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지저분한 일들 - 저자로부터의 매상 부수 및 광고 등의 항의, 타 출판사와의 교섭 요청, 토론 참석 여부에 대한 요청, 긴급 제안 기획 회의 등 - 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데 오늘날의 힘든 직장 생활이 100년 전에도 존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어느 직업이나 열정없이 쉬운 일은 없는 듯 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주도적으로 즐기는 일만이 노동의 괴로움 속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개인적 차원의 해법임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편집자의 꿈을 가진 이라면 이 책은 너무 훌륭한 책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편집자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고 고정기 저자의 한국 실정으로 이관한 해석도 맛볼 수 있으며 명편집자들이 성공하기까지 그들이 가진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 퍼킨스는 헤밍웨이와 같은 유명 작가의 재능을 간파하는 눈을 가졌고 마찬가지로 파스칼 코비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을 발굴했다. 이들의 재능은 단순히 좋은 작가를 알아보고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존 스타인벡의 무명 시절에 그가 앞날을 헤쳐나갈 만한 용기와 신뢰를 주었고, 사후 그로부터 “나의 유일한 편집자, 아버지, 교사, 악마, 합작자, 양심”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으며, 퍼킨스의 경우 헤밍웨이와 낚시를 즐기며 다른 출판사로부터 그를 영입하는 하였다. 이처럼 그들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 외에도 작과와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써의 삶을 살았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편집자라는 직업 또한 작가와 관련된 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경영인이 되어야 하기에 시대의 흐름, 고객의 니즈를 통찰하는 일도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에스콰이어의 창간자인 아놀드 깅리치,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창간자인 드윗 엘레스 등의 일대기에선 창업에 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깅리치의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설탕 선물거래로 70만 달러를 벌었던 것이 가격 폭락으로 5만 달러의 수익으로 종결된 것은 오늘날 주식 투자나 비트코인을 연상케 한다.

잠깐 번외로 새자면 이 책의 출판사인 페이퍼 로드 책은 역사를 다루는 도서가 많아 가끔 옛 현인들의 발 자취에서 배울 것이 많아 즐겨 읽는데 이 대목도 그런 부분의 하나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역사 - 그 중에서도 한 개인이 살았던 시대에 집중된 미세한 역사 - 를 즐겨 찾는 편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과학 시간의 열효율을 배운다.

석탄이나 기름을 떼 발생한 열이 에너지 자원이 가진 만큼의 열로 변환되지 않고 어디론가 새어나간다. 지붕으로 창문으로 문을 열고 닫는 행위로 빠져나간다. 단열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사도 유사하다. 한 개인이 전력투구하여 일생을 바친 지혜가 새어 나간다. 죽음이라는 섭리에 의해 단절된다. 여기에도 단열재가 필요하다. 한 개인의 지혜를 오롯이 담은, 더 상세히 이런 책과 같이 미세한 역사의 지혜를 담은 책이 그러한 단열재라고 생각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깅리치가 최신 스타일을 대리점과 계약한 의상점에 사진 전송하는 기법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 그의 접근법이 오늘날 인스타그램의 흥망성쇠와 무엇이 다를까? 역사속에는 늘 해답이 숨어 있는데 왜 이 해답을 찾아보려 하지 않을까?

페어차일드 출판사의 패션 출판에 관한 독점권 타파 방식을 에스콰이어 잡지 지면을 통해 타파하는 방식이나, “Arnold Gingrich Esquire(아놀드 깅리치 귀하)”의 편지에서 잡지 제목을 Esquire로 정한 발상력이나, 잡지의 1/3이 원색판으로 출간되는 배경 등은 굳이 편집자를 지망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배울만한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영입함으로써 신생 작가들이 그와 나란히 작품을 실을 수 있다는 니즈를 충족시킨 점, 소설가들이 가난한 시대라는 점을 꿰뚫어 헤밍웨이와의 원고료와 비교하며 스스로의 원고료를 납득하게 한 점, 일류 만화가를 돕던 보조 만화가를 발굴하여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그의 재능과 영혼을 에스콰이어에 쏠리게 한 점, 그로부터 그 유명한 에스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점, 시장 및 구독자를 조사하여 당시 주 5일 근무제의 변화 속에 “여유”라는 트렌드와 독자 니즈를 파악해 관련 기사를 실었던 일련의 과정엔 감탄이 절로 나왔다.에스키

사람을 중심으로, 니즈를 중심으로, 또 그 결합속에서 파생하는 시너지까지 비즈니스 효율의 끝판왕이자 편집자를 넘어선 경영자의 면모는 오늘날에도 배울 것이 많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드윗 엘레스 또한 일류 잡지에서 읽을 거리를 엄선, 요약하여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게 포켓 사이즈로 만들어 미국의 군인들이 세계 각국의 전도사이자 광고자로 무보수로 활약하게한 그의 안목도 만만치 않다.리더스

보그, 하퍼스 비자와 같은 잡지에서 소개된 패션은 너무 비싸 젊은 여성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이런 틈새 시장을 알아챈 마드모아젤의 전략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편집자 마다 나름의 특유의 재능, 안목, 경영 전략도 일품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순수 열정 그 자체 “캐스 캔필드”였다. 그는 출판사의 회장 자리도 스스로 물러나 선임 편집자의 임무를 맡을 정도로 편집자로써의 삶이 행복 그 자체였던 사람이다.캐스 캔필드

스탈린이라는 책의 흥행 가능성과 무관하게 과감히 소신을 가지고 실패를 인정하며 출간을 중지하는가 하면,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의 수상 조르주 클레망소의 출간을 거절한 일까지 편집자의 인생이 그의 일생 전부라고 해도 틀림이 없을 열정의 편집자에게서 정명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직업이나 해당 분야와 물아일체된 모습은 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편집자들의 위대한 일대기 외에도 책에는 읽을 거리가 참 많다.

오늘날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동화 도구로 업무를 줄이는 노력이 당시 대리인, 비서의 도움으로 대체되는 것을 보며 형태는 다르지만 1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사람의 생각과 대처법은 비슷하다는 것에 흥미가 끌리기도 했다.

대공황 때 현금의 부족을 방지하고자 루즈벨트가 은행을 강제로 문닫게 해 시중에 돈이 돌지 않던 현상, 은행 자체가 파산하여 사업에 커다란 차질을 빚는 사례 등 당시 미국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대공황 같은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니 국가와 은행을 믿지말고 어느 정도의 현금은 수중에 넣어둬야 하는 건 아닐까와 같은 나름의 소소한 전략을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이 책은 편집자, 작가, 출판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독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

책을 사랑하는 나로써는 읽는 내내 책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편안했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대한 편집가들의 개인 가치관, 전략, 통찰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각자의 재능이 어떻게 출판업계라는 그림을 예쁘고 고귀하게 수놓는지 그 행보와 시간의 흐름을 엿보다 보면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차고 넘친다.

미국의 근현대사의 시대적 배경은 자체로도 삶의 지혜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마치 당시 미국의 영화를 감상하듯 추억에 젖게 하는 아늑함과 아련함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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