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률 통계 : 확률편 - 데이터 분석, 마케팅, 비즈니스를 위한 확률 통계 입문서 다시 수학 시리즈
나가노 히로유키 지음, 장진희 옮김 / 길벗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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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확률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확률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는데 있어 좋은 감각을 다질 수 있는 최고의 기본서라고 평하고 싶다. 수알못인 학생들조차 고등학교 수학의 정석을 덮으면 옆면이 까맣게 보인다는 집합 부터 베이즈 정리의 기본까지 다룬다.

다루는 범위가 너무 기초적이고 협소하다고 하여 본 도서를 그저 그런 기본서 정도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수학 영역이라면 몰라도 과연 확률이 어려운 이유가 어려운 수식 때문일까?

수식 때문이 아니라면, 확률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위 질문을 먼저 던지는 이유는 확률의 무엇이 어려운지 정확히 알아야 과연 이 책이 어려움을 해소시켜주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리뷰는 개인적으로 확률이 왜 어려운 것인지 소개함과 동시에 본 도서가 그런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소시켜 주는지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술하려 한다.


  • 불확실성과 경우의 수
    외판원 문제(순회 세일즈맨 문제)
    세일즈맨이 n개 도시를 한 번씩 방문해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올 때 이동 거리가 최소가 되는 경로를 구하는 문제

    여기서 문제는 n의 값이 커질때마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n=5 인경우 120가지에 그치지만, n=84인 경우 대략 3e+126의 경우의 수가 조합된다. 쉽게 말해 뒤에 0이 126개 붙는다고 보면 된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컴퓨터라 할지라도 이처럼 다항식이 아닌 NP-난해(NP-Hard)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사람은 당연히 평생을 바쳐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조합폭발

    확률을 계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사건의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이다. 전체를 알면 확률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NP-Hard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약간의 복잡한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쉽다는 경우의 수를 판별하기 조차 어렵다.

    개인적으로 경우의 수가 가지는 진정한 의의는 특정 사건이 가지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친숙함을 도와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우의 수를 전부 알게 된다면 사건이 형성하는 계(界)의 모양을 전체 지도를 펼쳐놓고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가 어떤 확률에 불안한 첫번째 이유는 경우의 수를 전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를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해도 시간이 허락해주지 않는다. 항상 불확실성을 안고 문제를 접해야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확률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렇기에 미적분을 발명한 천재 라이프니츠 조차 주사위를 2번 던졌을 때 합이 9일 경우와 10일 경우가 같다고 착각한 것이 아닐까? 본 도서는 한정된 학습 시간 내에 경우의 수의 본질에 흠뻑빠지게 해준다는 점이 백미이다.


  • 확률은 어디까지 적용이 가능할까?
    확률은,
    • 반복이 가능하며,
    • 한 번의 시행은 우연에 좌우되지만,
    • 전체적으로는 수학 법칙을 찾아낼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일상의 무한에 가까운 사건에서 확률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 범위만 바라보는 프레임만 형성해도 자신감이 생긴다.

    그런데 중고교 과정에서 왜 이렇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먼저 알려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 도서가 정말 마음에 드는 점은 각 장의 초입마다 이런 확률의 본질을 명확하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배워볼만하게 징검다리를 놓아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름의 체계를 구축하게 해준다.

    중복과 순서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순열과 조합의 개념이 등장하며 경우의 수도 다루기 만만찮아 지는데 일단 중복과 순서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들고 문제를 바라보면 경우의 수 문제도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한 기준점을 하나 들고 기준점과 달랐던 문제들로 나름의 체계를 갖춘다면 확률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중복과 순서


  • 일상을 확률 세계로 대응하는 감각

    “비율을 볼 때는 항상 비율만 보지 말고, 그게 현실 세계에서 뭘 의미하는지 구체화시켜서 생각해야 해요. 아니면 통계는 그냥 숫자놀음에 불과하게 됩니다.” - 오하이오의 낚시꾼

    통계에 대한 직관적인 인사이트를 선사하는 오하이오의 낚시꾼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인용한 글이다. 통계적 수치가 현실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노력하지 않으면 라이프니츠의 실수를 번복하게 된다.

    희박한 가능성에 믿음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p-value를 남용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것도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숫자놀음의 한 일례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현실 세계를 확률과 연결할 수 있을까?

    통계와 확률의 귀납적 성질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전체를 보지 못한 세계에서 전체를 보고자 노력하는 양상이니 훈련도 경험의 양이 중요하다. 경우의 수의 도움을 받아보고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그렇게 다진 감각으로 현실 세계의 문제와 연결도 지어보고 그렇게 타고난 감각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본 도서가 가지는 장점은 다각도로 깊이 있는 생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예제들이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예제도 그냥 양만 많은것이 아니다.몬티홀

    보통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2-3 단어 혹은 2-3 문장 정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구체적인 부분들은 망각되지만 그 핵심 몇 문장은 평생 가지고 가는데 큰 문제는 없다.

    적어도 그동안 읽었던 수십 권의 확률 서적에서 가장 중요한 획들. 그러니까 무한의 확률 세계에서 나름의 체계를 잡아주던 기준들이 하나씩 예제로 등장한다. 그동안의 확률 서적에서 배웠던 것들을 총정리 하는 느낌이었고, 부족했던 감각은 보충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이 책 결코 기본서가 아니다. 밥솥의 뜸을 들이듯 사고의 영역에서 만큼은 그 어떤 책보다 심오하다.

    확률 학습 만큼은 확실히 다양한 문제에 대한 경험, 밥솥에 뜸을 들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주변의 통계학과 출신의 지인들에게 확률과 통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놀라웠던 것은 가르치니까 그런가보다하고 배워온 지식이 태반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뜸들이는 과정이나 현실과 결부시켜보는 훈련을 하기에 고도의 사고가 필요하여 지치기 일쑤고 그런 방식으로는 속도가 너무 더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마치 수학을 학습하듯 엄밀하고 딱떨어지는 논리 전개로의 확률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 1000번 연속으로 나왔다면, 다음번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100%일까? 50%일까? 0%일까?

    조건부확률과 베이즈 정리가 왜 어려울까? 단순히 사전 분포를 사후 분포를 매핑하는 과정이 추가되어서? 내 생각에 베이즈 정리가 어려운 이유는 확률의 본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뜸들이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게 계속 공식만 외우고 그렇게 배웠왔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쓰는 과정의 연속 때문에, 조금만 문제를 틀어도 머리속 사고력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최고의결혼상대

    비교적 직장인보다 학습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학창시절이야말로 이 긴 뜸들이는 과정에 적합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 도서는 상당히 많은 문제가 등장한다. 비록 현실의 문제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위한 양질의 문제가 주어진다.

    3, 4장의 경우 온전히 문제로만 구성된 챕터인데 파트마다 별 4개짜리의 수능 난이도 문제가 등장한다. 물론 학생들의 입시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수능 시절 왜 이 문제를 못풀었는지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시금 본 도서로 형성된 나름의 체계와 프레임으로 비춰보며 스스로의 사고 과정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고력을 가시화 하는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즐거움이다.


마지막으로 본 도서를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다음과 같다.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MCMC(Markov chain Monte Carlo)와 강화학습을 심도있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예제들은 마치 퀴즈책을 푸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수식으로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 현실 내 문제들이 제법 숨어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풀어나가다보면 스스로의 사고력에 부족했던 기본기를 채워주는 느낌이 들 것이다.

  • 학생
    그저 문제를 잘 푸는 계산기가 되지 말고, 대학생까지 밖에 약빨이 안통하는 입시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초 과학이 어떻게 현실에 응용이 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부는 점수를 높이는 보람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리와 답을 알고 싶은 스스로의 호기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나는 알파고를 보고 수학을 이래서 배워야하는 거구나 하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 기초과학이 왜 꿈을 이루게 하는지, 혹은 어떻게 돈이 되는지 그 과정을 본 도서를 통해 잘 익혔으면 좋겠다.벤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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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짝 심리학 2 -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병 한빛비즈 교양툰 9
이한나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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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만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한빛비즈 교양툰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최근 리뷰를 올린 퀀텀(quantum)을 예로 들면 양자 역학을 이처럼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은 본 적이 없다. 첫 진입 장벽이 특수상대성 이론인지라 결코 입문이 쉽지 않은데 단 십여 페이지로 깔끔하게 정리해줬던 강렬했던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작년에 본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또한 일품이었다. 특히 6살이었던 아들 녀석에게 깊은 탐구심과 집중력을 선물해 준 책이라는 점에서 감사하다. 호기심은 흥미로 이어지고 발견과 깨달음은 무엇이든 집중하게 만든다.

본 리뷰에서 소개할 “할짝 심리학 2” 또한 이 교양툰 시리즈 중 하나이기에 믿고 볼만한 책이라 여겼다. 그동안 교양툰에서 느꼈던 여러 선례 덕분일까 이번 책 또한 기대가 상당했고 만족감 역시 기대와 일치했다.

요즘 시중에 출간되는 서적을 보면 심리학, 감정, 정신이라는 주제가 대세인 듯 하다. 아마도 직장으로 대표되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시간에 쫓기며 사는 인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을 10권 이상은 읽은 듯 하다.

읽다보면 현재까지 밝혀진 몇가지 공통된 매커니즘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큰 장점중의 하나가 이런 매커니즘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명의 발전속도에 비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최초 인류 대비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 도파민을 대표로 하는 각종 호르몬 등의 화학적 성분 혹은 약물이 인간의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을 들 수 있겠다.

만화의 장점은 역시 재미와 가독성을 들 수 있겠는데 각종 심리학 대중서적에서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단골 소재가 전달력 끝판왕인 만화라는 도구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은 심리학을 어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소중한 기회인 듯하다.

물론 만화의 특성 상 대부분의 지면에 그림, 삽화가 포함되므로 한정된 지면 대비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심리학과 감정 측면에 있어 전공 수준의 학습과 연구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일상에 도움되는 지식을 얻는 것은 이 만화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짝 심리학 2에서 다루는 굵직한 주제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매커니즘이 이해되지는 않았던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사이코패스 등을 다룬다. 더불어 한 때 유명했던 영화 뷰티풀마인드 주인공의 실존인물인 존 내쉬와 같은 천재들이 겪었던 질환도 소개되며, 절단 증후군이나 프레골리 망상과 같은 다소 신기한 질환도 소개된다.

이런 주제들이 평소 궁금했지만 진입 장벽이나 수준이 높아 다가서지 못했던 지식들, 혹은 그럼에도 알고 싶으나 주제가 우울하거나 무거워 왠지 다가서기 꺼려졌던 분이라면 이 책에 가장 적합한 독자가 아닐까 싶다. 만화 속 주인공의 대사들은 하나같이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이며, 책의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 마치 이말년 작가를 상기시키는 병맛(?) 화풍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친숙하고 흥미있게 궁금했던 주제들에 다가갈 수 있다.

도파민 등

특히 위 현상들을 직접 앓고 있다거나 혹은 주위 지인이나 가족들이 앓고 있어 본인이 응대하기 난처로운 상황인 분들께 짧은 시간내에 현실과 이론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 현상들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유익한 부분이 있다. 주위와의 상호작용으로 갑자기 위와 같은 현상들이 발현된다면 응급히 본인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일종의 심리적 예방 주사를 미리 맞을 수 있는 기회이다. 더불어 우리의 정신 세계와 심리의 매커니즘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쉬워져 스스로도 몰랐던 행동과 판단에 대한 해석이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다소 무겁지만 우리의 정신을 알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지식들을 해학적이고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획을 그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점점 배워야 할 것이 많아지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주위 역시 해준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해달라는 사람만 지천인 요즘의 현실에서 지피지기의 전략으로 먼저 나를 충분히 알고, 스스로의 정신을 튼튼히 하며, 상대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런 점에서 본 교양 만화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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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 중독 - 매 순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착각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미정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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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어린 시절 나는 한강의 기적 세대로 일컬어지는 아버지 세대 분들에게서 게으른 것은 나쁜 것이고, 마음의 근심은 먹고 살만 하거나 한가해서 생기는 잡념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청장년들은 게으름에 인색할 것은 물론,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반성하며 게을러지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바쁨에 지칠 때마다 - 정확히는 시간 투자대비 별 효용이 없을 때마다 -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삶의 의미나 행복이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 30여년 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양적완화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도로 심화되었고 자본주의의 커다란 맹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 자체에 커다란 결함이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세상 부의 절반을 상위 1%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품기도 하며 관련 책들을 읽고 세계적인 석학의 고견도 들으며 노동, 시간, 자본에 대해 되짚어 보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2장에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는 30만 년간 40시간씩 일하거나 연간 300일 이상 일하지도 않았다. 4천년 전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축제일은 6개월에 달했으며 그 기간에는 노동을 하지 않았다. 맥락이 유사한 또 다른 도서를 읽다보면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인류가 자본, 노동과 관련하여 투쟁해 온 역사를 읽어보면 노동이 일생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아 그만큼 행복과 건강을 위협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렇게 바빠졌을까?

이 책은 크게 2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우리가 바쁨 중독에 빠지게 된 이유와 현실에 대해 다루며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기본 욕구, 과학기술, 사회, 성차별, 인간의 본성 등을 두루 살피며 시간이 줄어들게 된 직,간접적인 관련 요소들을 폭넓게 훑어볼 기회가 주어진다.

또 다른 하나의 파트에서는 여유를 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무의미한 바쁨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고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노력으로 부터 깨달은 유용한 해결책을 몇가지 제시한다. 일부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시간 지각(Time Perception)과 일정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고전의 진리는 여기서도 통한다. 이 해결책은 시간이 어디서 새어나가고 있는지 자신의 시간 활용을 측정하는데서 시작한다. 저자의 경우 공책 한 권을 준비한 후, 24시간을 30분 단위로 나눠 한시간에 한 번씩 3주에 걸쳐 스스로의 활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인터넷 쇼핑과 SNS 활동으로 1주일에 3시간 이상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는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를 측정함으로써 몰랐던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시간 활용 패턴이 파악되었다면 다음으로 의미있는 작업은 일정표를 만드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개인마다 직업에 따라 시간의 활용 패턴이 다를 것이기에 각자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의미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경우 주말/주중 일정표를 나누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일에는 의미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SNS활동이나 이메일 확인 및 답변과 같은 업무 활동을 전혀하지 않음으로써 평소의 걱정과는 달리 그런 활동이 없어도 일상에 지장이 없음을 깨닫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 비교와 미디어 집착에서 벗어나기
    저자는 위 방법대로 시간을 지각하고 일정표를 수립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원인은 또래 압력(Peer Pressure)에 있었다. 스스로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일정표까지 수립했지만 또래와의 미팅에서 치과 예약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주장과 더불어 얼마나 바쁜지 설득하는 것이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일상의 착각으로 되돌아 왔다.

    저자의 조언과는 별도로 이 대목에서 난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나름의 방법을 스스로 고안하고 설득하였음에도 이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성패 여부는 습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어쨌든 저자는 미디어의 삶에는 상대방의 최선의 상태와 업적만이 올라오기에 비 현실적인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무의미한 바쁨 속에 빠뜨리지 않도록 경계를 권하고 있다.

  • 휴식과 삶의 균형
    과도한 근무는 일반적으로 6 ~ 10 %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작 그 정도의 성취를 위해 많은 이들이 건강과 행복을 내주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저자 역시 하루에 4시간까지만 집중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해 볼 때 그 이상의 시간 투입은 효과없이 버려지는 시간이 아닐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뇌의 디폴트 모드와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 날
    휴식은 뇌의 정신 건강과 창조적 신경 상태를 도와준다. 뇌에 일을 지시하지 않으면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NN) 상태로 전환이 되는데 이 때 다음과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

    • 과거 사건을 불러들여 맥락속에서 살펴보고 도덕적으로 평가한다.
    • 미래에 대한 상상
    •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자신의 감정과 결정을 성찰 이는 창의적 사고와 혁신의 원천이 되며, 기억과 감정의 퍼즐 조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따라서 여가와 휴식은 선택적인 존재가 아니라 필수적인 존재임을 상기해야 한다. 더불어 업무 이메일 중독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월요일 하루를 연락하지 않는 날로 지정했다.

    “저는 하루에 2-3번만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급한 일의 경우 전화하세요. 그런데 정말 급한 일인가요?”

    다음과 같은 문구 하나만으로 실제 월요일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쩌면 우리는 해보지도 않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하루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착각속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 시대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마치 선험 혹은 진리와도 같은 숙명에 의문을 던진다. 전제 조건의 진리 여부를 파악하고자 인류 전 역사를 살펴보고, 노동-자본-산업-문화-심리학을 살펴보며 인간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지식을 토대로 스스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스스로 재 정립한 삶과 시간의 가치관이 현실이 될 수 있게끔 저자가 먼저 시행했던 조언을 참고하여 실전적인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때로는 프레임을 바꿔보고, 때로는 과감해지는 방법으로 현실을 바꾸고자 시도할 수 있기에 한 번이라도 시간에 쫓겨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에게는 필독서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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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 어른을 위한 단단한 마음 수업
한덕현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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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장애 상담 건수가 올해 상반기 1만 8,931건으로 지난해 1만 3,067건에 비해 44.8% 늘어났다. 지난해는 한 달 평균 1,089명이었지만 올해는 3,155명으로 사실상 3배 증가했다([중앙일보] 2020년 9월 30일 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불안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위 기사는 시기적으로 코로나라는 중대 변수가 작용을 했을 것이기에 예년 증가세에 비해 두드러짐이 있겠지만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봐도 불안 증세에 대한 상담 건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세월이 흐르며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책임감이 늘기 때문이라는 막연한 원인을 떠올리며 그러려니, 그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간은 줄어드는데 되려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은 늘어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렇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하고 있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문가 본인 또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인지, 왜 그렇게 불안해지는 것인지 몰랐던 매커니즘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책에 따르면 불안이라는 용어는 정신분석학의 무의식과 진실 추구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이다. 정신분석학의 핵심은 무의식에 있는 바 무의식에게는 무의식이 기억하는 사실이 진실이 된다. 진실이 왜곡되거나 숨겨질 때 조차 무의식은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 무의식의 주인인 사람은 이 신호를 불안으로 감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수백년간의 연구 결과로 부터 도출된 진실에 가까운 지식이겠지만 실제로도 우리를 돌이켜봐도 상당 부분 수긍이 간다. 우리는 불안할 때 막연히 초조해하기만 하지 본능적으로 무엇이 불안한 것인지? 왜 불안한 것인지? 분석적인 모드로 돌입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무의식 세계의 왜곡된 진실때문에 의식보다는 본능과 감정에 불안을 맡기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철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불안에 대한 무지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본 도서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있는데 바로 이 내용이 1부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기내에서 불안한 마음이 커질 것 같으면 억지로 참지 말고 승무원을 불러 응급키트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만으로 훨씬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 불안이 실재가 아님을 확인하는 절차만으로 일시적인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스스로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불안 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정은 어떻게 분화되는지 안정적으로 사는데도 불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감정이 발생하는 매커니즘을 파악하며 불안에 대한 무지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1부에서는 불안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배움으로써 막연했던 실체를 명확히 바라보게 되며 상황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얻을 수 있다.


2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2부의 장점은 사람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케이스를 다룬다는 점에 있다. 직장과 목표에 대한 불안 외에도 결혼 생활과 친구 관계 심지어 실수를 두려워 하는 유형이나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는 방법까지 국소적인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익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낙관적인 성향을 타고 났기에 이 중 80%는 거의 경험하지 못한 불안들이다. 물론 읽는 독자에 따라 80%가 해당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당히 폭넓은 유형을 다루고 있어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실제 사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각 장의 조언은 실제 상담 사례를 예시로 들고 있기에 빠른 이해가 가능하며 읽으며 직접적인 처치 방법 외에도 간접적으로 상황에 대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불안의 실체에 대해 확인해보고 유형별로 조치 방법을 알고 나면 책을 덮을때 즈음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어렴풋했던 불안의 실제가 고작 허상이었다는 것에 위안이 생기기도 하고 무의식이 멋대로 정의한 실체를 재정의하고 무의식을 다독거려줌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감 또한 상승한다.

평소 불안에 휩싸여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동안 몰랐던 것들 그리고 몰랐던 것들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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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3 - 파이썬으로 직접 구현하며 배우는 딥러닝 프레임워크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3
사이토 고키 지음, 개앞맵시 옮김 / 한빛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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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발간되었다. 밑바닥 시리즈는 딥러닝을 연구, 학습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하는 딥러닝 입문서이다.

개인적으로 알파고 등장 이후 2017년 처음으로 구매한 딥러닝 서적이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인데, 이 책 덕분에 역전파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지금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책이다. 그때는 시리즈로 계속 나올줄 몰랐는데 결국 3권까지 나왔다.

이번 도서 3권은 어떤 밑바닥을 구현하게 될까? 그것은 바로 DeZero라는 이름을 가진 딥러닝 프레임워크 이다.밑바닥시리즈

텐서플로우나 파이토치 같은 훌륭한 딥러닝 프레임워크가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프레임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다음 2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


  • SOTA 연구 및 개발 협업 연구 리터러시 능력
    최신 AI 기술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일수록 SOTA급 논문을 빠르게 이해하고 코드로 구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 결과를 구현체로 만드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paperswithcode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최전선에 위치한 기술인 만큼 타인의 연구 결과를 빠르게 해석하여 구현하고자하는 서비스에 빠르게 녹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혹은 리터러시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또한 스스로의 연구를 코드로 구현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연구의 이해 수준 자체를 높일 수 있음과 동시에 다른이와의 의사소통을 향상시킬 수 있고 객관화 할 수 있다.

    연구 리터러시외에도 실제 서비스를 구현할 때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부분이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팀 내 수준 높은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민폐 코드를 작성한다거나, 미래에 예기치 못한 오류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코드를 주입한다면 향후 서비스 품질과 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본 도서를 통해 딥러닝 프레임워크 내부 구현 매커니즘을 확실히 이해한다면 실 서비스 개발에 있어 수준높은 협업을 통한 서비스 구현은 물론 다른 연구 결과를 빠르고 쉽게 분석하여 좋은 인사이트를 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프로젝트 설계-구현 능력 향상
    딥러닝 분야 외에도 이 책에는 파이썬을 활용한 대규모 프로젝트 설계 기법을 다루고 있다. 변수와 함수를 굳이 Variable, Function이라는 클래스로 추상화하여 출발하는데서 객체지향에 숨은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Define-by-Run(동적 계산 그래프), 고차미분, Computational Graphs를 직접 구현하며 왜 개발자들이 텐서플로우 1.x 버전보다 파이토치에 열광했는지, 텐서플로우 2.x의 출현이 필연적이었는지 깨닫는 것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텐서플로는 버전 1.x에서 채택한 독자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Domain Specific Language (DSL)을 사용한 정적 계산 그래프 기능을 보며 잘못된 설계가 가져오는 여파를 대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나마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동적 Define-by-Run 방식(텐서플로우의 경우 Eager Execution이라 지칭) 매커니즘과 자동 미분의 매커니즘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설계 기법을 배울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서비스를 구현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메타 설계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핵심 클래스들의 관계도

    자동 미분, 계층 컬렉션, 데이터셋, 옵티마이저 각각의 Layer와 클래스를 분리하는 관점이나 파이썬을 Pythonic하게 활용하는 방법부터 GPU 활용 및 속도, 메모리 성능 개선 측면에서도 배울 것이 많기에 굳이 딥러닝이 아니더라도 어떤 서비스를 설계 및 구현하는데 필요한 프로젝트 능력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다.


본 도서를 읽으며 느꼈던 위 2가지 장점 외에도 단 한 권의 책으로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단 2개의 클래스 Variable, Function의 추상화에서 출발하여 역전파, Define-by-Run(동적 계산 그래프), 고차미분, Computational Graphs, Layer 및 Optimizer 등의 확장성을 부여하며 60단계 과정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덧 CNN, RNN, LSTM 모델을 지원하는 딥러닝 프레임워크 DeZero를 만들 수 있게된다.

특히 어떤 식도 미분 가능하게 모듈화한 설계가 인상적이었으며, 5개고지 60단계별로 구현한 결과를 시점별로 실행하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쉬운 이해가 가능했다.

스스로 역전파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3고지에서 역전파의 역전파를 구현하면서 구석에 남아있는 무지의 영역을 확실히 깨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책의 구성과 전달력 또한 일품이다. 독자 의식의 흐름을 꿰뚫기라도 한 듯 궁금한 질문이 생길때마다 저자의 답변이 등장한다.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저자의 뛰어난 예측 공감각력(?)에 감탄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고수들의 내공을 이보다 쉽고 편하게 배우긴 어려울 것 같다. 전편 명성 그대로 독자 의식을 꿰뚫 듯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친절한 설명이 등장한다.

설계에 녹아있는 철학은 기술을 넘어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Layer, Optimizer, DataLoader 등 앞서 설명한 설계 철학 외에도 구체적으로 계산 그래프의 위상이 어떤 형태일지라도 역전파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부분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DeZero를 만든 후 paperswithcode 사이트를 비롯 연구 결과의 코드 구현체가 전보다 쉽게 읽혀 매우 신기했다. 연구의 철학이나 아이디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시야를 얻은 것 같아 특히 만족스러웠다.

Eager Execution, Computational Graphs를 직접 구현하며 TensorFlow2.0 등장 등의 트렌드를 알 수 있었고, 자주 사용하지 않던 프레임워크에 대한 자신감 또한 큰 수확이었다.

텐서플로우 1.x에서 누구나 느꼈던 불편함과 어색함이었던 PlaceHolder, Session분기, Define-and-Run 방식에서 비롯된 계산 그래프 수행의 비효율성 등이 왜 발생했는지 그래서 올바른 설계가 왜 중요한지 나아가 파격적인 문법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텐서플로우 2.x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을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외 파이썬을 파이썬답게 활용하는 방법부터 GPU 활용 및 속도, 메모리 성능 개선 측면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읽는 내내 머리속에 계속 느낌표가 떠오르는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ML/DL 엔지니어분들은 물론 IT 서비스를 설계, 구현하는 분들께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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