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분석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판을 바꾸도록 돕는 학문이자 기술입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읽는 관점은 새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사적 진실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서술적 진실로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분석을 받는 사람은 분석가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자유롭고 새롭게 살고 미래를 꿈꿉니다. 판을 바꾸는 힘은 무의식 속에서 삶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갈등구조를 변형하는 작업에서 나옵니다.” (p. 7)






얼마 전 저자의 이전 저서 <프로이트의 의자>를 재미있게 읽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글 속에서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래서 저자의 신간 소식을 듣고 기뻤다. 나도 모르게 나를 이끌어 가고 있는 무의식을 읽어내어 인생의 판을 바꾼다는 소개글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내가 내 마음 깊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들이 나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궁금함 가득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지난번 <프로이트의 의자>가 정신분석학에 대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주는 책이었다면, 이번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정신분석학자의 입장에서 위로를 보내는 책 같았다.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글들이었고, 어떤 부분들은 에세이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정신분석학적 개념들을 집어넣고 연관지어 설명해주며 이 책이 심리학 도서임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 ♣ ♣ ♣ ♣






“인생의 판이 달라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가능성이 보입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늦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낯선 곳에서 하는 낯선 경험도 나쁜 일이 아니라면 회피하지 맙시다. 걷다가 과거가 그리워서 뒤돌아보면 넘어집니다.” (p. 32)


퇴직자를 위한 저자의 조언이다. ‘걷다가 과거가 그리워서 뒤돌아보면 넘어집니다.’ 라는 말은 왠지 나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했다.







“자아 기능이 너무 허약하면 성공에 따른 뒷감당이 안 됩니다. 꽤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삽니다. 분명히 해낼 수 있는 도전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해낼 능력이 없다’며 뒷걸음칩니다. 겸손한 것이 아니고 자존감이 낮아 두려운 것입니다. ‘큰 잘못 없이 무사히 마쳤다’라고 하는 퇴임사는 정말 싫습니다. 허망한 자기 방어입니다. ‘무사(無事)히’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고백입니다.” (p. 35)








“그 사람에게 투표하면 자신을 위해 한풀이를 해줄 것이라는 환상이 드나요? 무시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처벌과 배제를 앞세운다면 좋은 지도자 감이 아닙니다. 좋든 싫든 격려하고 도와서 발전 추진력을 높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처벌에 온 힘을 쏟기보다는 자신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지혜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분열보다는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당신이 선택하려는 후보자의 초자아 시계는 바늘이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나요?” (p. 102)


선거와 정신분석을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후보들의 초자아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표현이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해받지 못하면, 오해를 받으면 속상하고 화납니다.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이 약하면 남이 나를 오해한 바를 그대로 받아서 스스로 나를 그렇게 규정하는 어리석음에 빠집니다. 정신분석에서 ‘투사 동일화’로 부르는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에 걸려든 것입니다. 상대가 자신을 방어하려고 자기 성격의 일부를 내게 투사한 것을 덥석 받아서 마치 내 성격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p. 106)








“삶을 재해석하려면 직면해야 합니다. 직면은 긴장을 불러옵니다. 이때 마음이 약해지면 회피하게 됩니다. 직면은 어렵고 회피는 쉽습니다. 내 삶의 가치를 회복하려면 견뎌야 합니다. 피가 통하려면 피가 마르는 경험부터 해야 합니다.” (p. 185)








“확신은 마음의 불편함을 지우기 위한 것입니다. 부분을 알면서 전체를 아는 듯 느끼면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이 늘어날수록 확신에 찬 사람들도 따라 늘어납니다.


확신이 돌같이 굳어지면 소신(所信)이 됩니다. 굳어진 소신을 녹이는 일은 어렵습니다. 녹이려고 하면 자아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자아 정체성은 ‘나는 누구이며 나와 세상의 관계는 어떠한가?’에 관한 자기 나름의 생각입니다.” (p. 196~197)







“흔들리는 삶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내게 물어야 합니다. 쉬운 방법은 부모나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나 그렇게 하는 한 행복은 멀리 있습니다. 남 탓을 하는 투사라는 방어가 힘든 마음을 잠시 달래주기는 합니다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공회전하는 삶은 내 책임입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깨달으면 길이 보입니다.” (p. 230)








“사람은 불편한 말을 들으면 받아들이기보다는 밖으로 내보내려고 합니다. 입에 안 맞는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뱉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같을 때, 최선책은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내 책임인 줄 알아도 남에게 떠넘기면 속이 시원합니다. 뒤집어쓰는 상대는 억울하겠지만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미운 사람에게 그렇게 하면 기쁨은 두 배입니다.


‘남 탓’이라는 일상용어를 분석용어로 바꾸면 ‘투사’입니다. 안의 것을 밖으로 던지는 행위입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 욕망을 남에게 화설처럼 ‘쏘아서’ 던짐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합니다.” (p. 247)


‘투사’와 ‘투사동일화’는 내 주변의 관계에서도 주고받았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받으며 서로 오해하고 기분 나빠했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일들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며 그 속에 휘둘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권력을 잡기 전에 한 맺혔던 것이 많을수록 권력자가 되자마자 마음에 담았던 사람들을 솎아내려고 머리를 씁니다. ‘솎아내기’를 쉽게 하는 방법은 ‘흠집 내기’입니다.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근거가 없어 일단 그럴듯한 이야기로 꾸며서 상대를 끌어내린 후에 명분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다가 닮았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정신분석학은 ‘공격자 동일화’로 설명합니다.” (p. 264)







“공격성은 삶의 목표를 성취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수험생의 책상 머리에 붙어 있는 ‘00시험 100일 정복’같은 글귀는 도전의 용기와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사업가는 ‘공격적인 투자’같은 구호에서 추진력을 얻습니다. 내 안에 어떤 공격성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하는지 들여다보면 창의적으로, 합리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립니다.” (p. 282)


공격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불필요한 요소로 보이지만, 그러한 공격성 역시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 ♣ ♣ ♣ ♣



“피분석자와 분석가 사이에서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처럼 독자와 저자 사이에도 책을 중간에 놓고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갑니다.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를 읽고,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순간 책이 독자를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마음이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보다는 읽으면서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책 제목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이 뜻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스스로 숨기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보람되겠습니다.” (p. 307~308)





저자의 전작 <프로이트의 의자> 만큼 큰 만족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저자의 내공과 글솜씨가 상당한 것은 인정한다. (이전 책에서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인정했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시각에서 풀어내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도 다 읽고 보니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내 생각의 근원을 찾을 수 있게 이끌어 주기도 했고, 이어지지 못했던 각각의 사건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심리학 서적 한 권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생물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제1장 및 제3-6장), 그 중간에 과학이란 어떤 것인가도 생각해본다(제2장), 생물학도 과학이므로 그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후 실제 생물, 예를 들면 우리를 포함한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제7-12장), 그 다음으로는 진화나 다양성과 같은 생물의 공통된 성질을 설명하고(제13-15장), 마지막으로 암이나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제16-19장).” (p. 11)









하나의 분자 속에 친수성과 소수성을 모두 가진 양친매성 분자 ‘인지질’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림 속에서 ‘다리에는 물 묻히기 싫은데~’라고 말하는 부분이 넘 귀엽기도 하고, 저 한마디로 인해 다리 부분은 소수기라는 것이 단번에 기억에 저장이 되어 인상깊었다.








“반면 생물의 몸 속에서는 에너지뿐 아니라 물질도 흐른다.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우리의 대변에는 영양을 흡수하고 남은 음식 찌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변의 3분의 1은 소장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이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몸 자체인 세포도 매일 몸속에서 흐름을 통해서 배출된다.” (p. 58)








“그러나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고 있다. 우리의 몸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많은 부분이 교체되기 때문에 10년 전의 여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금 여러분의 몸 대부분은 새로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여러분 그대로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생물이란 참으로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p. 60)


항상 새로워지고 있지만 변함없어 보이는 나.








“미국의 모하비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 중에 무려 1만 1,700년이나 산 크레오소트 덤불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브리슬콘 소나무의 2배 이상을 산 셈이다. 하나의 씨앗에서 발아한 크레오소트 덤불은 주변으로 가지를 뻗거나 뿌리를 내리면서 동심원 모양으로 자란다. 그렇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심의 낡은 줄기는 말라서 죽는다. 실제 식물체 자체는 1,000년도 되지 못해서 말라버리지만 주변으로 새로 뻗어나간 가지와 뿌리는 살아 있다.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살아온 크레오소트 덤불은 중심의 식물체는 죽은, 도넛 모양의 수풀이다. 이것을 발아한 이후 계속 살아온 한 개체의 식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p. 124)








“다시 말해, 물관에 비해서 헛물관은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안정성은 우수하다. 키가 매우 큰 나무는 자라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물을 실어 나르는 파이프도 길어진다. 따라서 키가 큰 나무에게는 성능이 좋은 물관보다 안정성이 높은 헛물관이 적합할 것이다. 이른바 거목이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 겉씨식물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겉씨식물보다 시대적으로 뒤에 나타난 속씨식물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각각에 적합한 환경도 있고, 열악한 환경도 있다. “  (p. 137~138)









“움직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소화기관 양쪽에 구멍이 나 있으므로 어느 쪽으로든 움직여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동물들 중에서도 원래는 원구였던 쪽으로 움직이는 개체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개체들이 나타났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음식은 소화기관의 한쪽에서 들어와서 반대쪽으로 나가게 된다. 이 들어오는 쪽의 구멍을 입이라고 하고, 나가는 쪽의 구멍을 항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서 동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원구가 입이 된 전구동물과 원구가 항문이 된 후구동물이다.


(중략)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소화기관에 음식을 넣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나아가는 쪽에 입이 있다. 그리고 나아가는 쪽을 앞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이것이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앞뒤를 알 수 있는 이유이다. 눈도 아니고 코도 아닌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p. 144)


‘동물에게 앞과 뒤가 있다’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생각해보니 앞과 뒤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식물과는 달리 사람, 개, 물고기 등의 동물은 앞과 뒤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것은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구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동물의 발생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관련지어 설명해준다.






♣ ♣ ♣ ♣ ♣




간략하면서도 어딘가 유머가 섞인 귀여운 그림들을 통해 저자의 설명을 한층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 전에 배웠던, 그렇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잊혀진 생물학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당시에 배우면서도 덜 잡혀 있었던 개념을 이 책을 통해 바로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생물학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참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책 속 내용 중 11장 ‘커다란 단점이 있는 보행 방식’, 12장 ‘인류는 평화로운 생물’, 14장 ‘진화와 진보’가 재미있었다면, 저자의 이전 저서 <잔혹한 진화론>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물’ 과목을 배우는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는 생물학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 학창시절엔 별로 관심이 없다가 뒤늦게 생물학에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ㅣ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p. 7)





시집을 즐겨읽지는 않는다. 시는 어렵고 모호하다는 생각에 시를 읽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다 작년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몇 권을 읽으면서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시에 대한 관심은 늘어도 여전히 멀게만 느껴져,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선뜻 고르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나는 이 책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발견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와 그에 관련된 시인의 생각을 모아 놓은 책인것 같아 관심이 갔다. 사실 시를 읽을 때면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쓴건지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함에 대한 답이 쓰여진 책인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에 대해, 그리고 시인의 마음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볼 수 있길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 ♣ ♣ ♣ ♣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p. 15,  『산산조각』)



“산사의 범종에 금이 가면 종을 칠 때마다 깨어진 종소리가 난다. 그러나 종이 완전히 금이 가고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면, 그 파편 하나하나를 칠 때마다 제각기 맑은 종소리를 낸다. 깨어진 종의 파편이므로 깨어진 종소리가 나리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아니다. 깨어진 종의 파편 하나하나가 제각기 종의 역할을 한다.

내 삶이 하나의 종이라면 그 종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나는 산산조각 난 내 삶의 파편을 소중히 거둔다. 깨어진 종의 파편 파편마다 맑은 종소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p. 20~21)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면서 드는 마음. 그것이 깨어질까 걱정하는 마음.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시 속의 부처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야. 깨어진 종의 파편들은 그대로 또 하나의 종소리를 담고 있는 것을.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p. 55,  『바닥에 대하여』)



“자네가 지금 바닥에 굴러떨어졌는데 만일 바닥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없이 깊은 어둠의 나락과 심연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고 있을 게 아닌가. 그 끝없는 끝이 어디이겠는가. 바로 죽음 아니겠는가. 그런데 잘 생각해보게. 자네가 지금 주저앉아 울고 있는 바닥이 자네를 죽음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게 힘껏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얼마나 감사한가. 바닥은 원망과 부정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감사의 존재야. 자네는 바닥을 그냥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거야.” (p. 59)


바닥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저자는 바닥이 우리를 어둠속으로 가라 앉지 않도록,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받쳐주고 있다고 말한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도 관점을 바꾸면 반환점이 될 수도, 또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사막]


“실은 누구의 인생이든 그 안에는 황량한 사막이 하나씩 존재한다. 다만 두려워 그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곳에는 사랑의 부재, 이해의 부재, 용서의 부재 등 온통 부재의 덩어리가 모래만큼 쌓여 있다. 그 사막을 걸어가봄으로써 비로소 삶의 절대적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그 사막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p. 164)








[종소리]


“나는 지금까지 나를 타종해온 내 인생의 종메를 원망하고 두려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종메는 나로 하여금 아름다운 인생의 종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나를 때려온 것인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분노하고 원망만 하고 살아온 게 아닌지 몹시 두렵다.” (p. 261)








[황순원 선생의 틀니]


“소나기가 내려야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가 뜨지 않으면 하늘은 아름답지 않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해는 더욱 빛난다. 따라서 무지개는 소나기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지개만 보고 소나기는 보지 못한다. 소나기가 왔기 때문에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다. 왜 내 인생에 불행의 소나기, 고통의 소나기가 퍼붓느냐고 원망한다.” (p. 417)


한껏 소나기가 퍼붓다가 그치고 이어서 햇볕이 들 때 무지개가 나타난다. 빗물에 씻긴 맑은 공기 위로 무지개가 떠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지개를 쳐다보게 된다. 같은 공간 속에서 그저 한순간 무지개가 생겼을 뿐인데, 무지개 하나로 세상은 갑자기 밝음과 희망의 이미지로 가득 차는 것만 같다.


예전의 나는 나의 삶이 좋은 것, 기쁜 것, 즐겁고 행복한 것들로만 가득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좋아 보이는 타인의 삶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고민, 걱정이 있다. 하늘의 무지개도 소나기가 퍼부어야만 나타나는 것이다. 나의 삶에 불평을 가질 때 이 글이 생각날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이 불만족스럽다면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내리는 비는 언젠가는 그칠 것이고, 흐렸던 날들에 대한 위로의 무지개가 뜰지도 모를 일이다.






♣ ♣ ♣ ♣ ♣





‘시알못’인 나에게는 시에 담겨 있었던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실내식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 - 양장
베로니카 피어리스 지음, 신혜규 외 옮김 / 리스컴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까지 식물 저승사자였던 나는 다시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안에서 식물들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것이 큰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나의 눈에 콕 박힐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찾고 있던 것들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겨 있을 거란 기대감에 너무나 읽고 싶었고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비쥬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딱딱하지 않게 눈에 잘 들어오면서도 자꾸만 들여다 보고싶도록 디자인 되어있었다. 예쁜 디자인 덕분에 책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책은 ‘식물 기르기 기초’ 와 ‘실내식물 돌보기’ 의 두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식물 기르기 기초’ 에서는 구입시 체크할 것들, 물주는 방법, 분갈이 하는 방법, 해충 및 질병 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내 식물 돌보기’ 에서는 각 식물별 돌봄 포인트를 한 장 내의 분량 안에서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식물 배치시 고려할 조건, 물주기와 햇빛의 양에 대해 알려주고, 각 식물별로 생길 수 있는 문제 상황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간략히 제시한다.




책 속 식물들 중 우리집 식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에 대해 답을 찾으려 더욱 열심히 보았다. 대체로는 알아듣기 쉽고 유익한 내용이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조금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파리지옥]


아이가 식충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우리 집에서는 파리지옥, 퍼포리아, 그리고 네펜데스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파리지옥의 잎 가장자리가 자꾸 검게 변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찾아보니 갑작스럽게 햇볕을 보게 되면서 생겨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몬스테라]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와 오블리쿠아를 키우고 있어서 이 부분도 열심히 보았다. 오블리쿠아는 알아서 잘 크고 있지만, 델리시오사는 아직 아기 식물이어서 언제쯤 갈라진 잎을 보여주려나 궁금해하며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몬스테라는 봄과 여름에 영양제를 준다고 하니, 계속해서 갈라진 잎이 나오지 않는다면 영양제 투여를 고려해보아야겠다.








[칼랑코에]


순둥이 칼랑코에와 그의 사촌 칼란디바에 대해서도 나온다. 칼랑코에는 홑꽃, 칼란디바는 겹꽃을 피우는 식물로 키우는 방식은 같다. 다육식물이어서 물도 자주 안 줘도 되고 햇빛만 잘 보여주면 키우기 쉽다. 꽃도 여러 번 필 수 있고, 한 번 피면 매우 오래가니 꽃을 좋아하는 초보가드너들이 키우기에 좋은 식물이다.







<실내식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은 실내에서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초보 가드너들을 위한 책이다. 이미 식물 키우기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쌓여있는 사람들에게는 내용이 좀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예쁜 디자인의 초보 가드너용 도서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실내 식물 기르기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즈의 마법사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2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민지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가 다 아는 그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 바람에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낯선 곳에 떨어진다. 그곳은 먼치킨 나라로, 마녀와 마법사가 살고 있는 환상의 세계 같은 곳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에 살고 있는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곳을 향해 먼 길을 떠난다. 도로시는 오즈를 만나러 가는 길 중간 중간에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각자 오즈를 만나 뇌, 심장, 용기를 얻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여행길에 동참한다. 그들에게는 중간 중간 위험이 닥치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위기를 극복해낸다. 함께 어려움을 겪어내며 그들은 이전보다 조금씩 더 성장해간다.


뇌가 없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지혜롭게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지만 위험 앞에서도 나아가는 힘을 가진 사자. 그들이 원하는 뇌, 심장, 용기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 이미 있었다. 내가 그것을 가졌다고 여기는 믿음이 그것을 실제로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오즈의 마법이었다. 도로시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힘은 본인에게 이미 있었으나, 그것을 모르고 오랜시간 모험을 하며 찾아헤맸다. 도로시에게는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으로 집을 잃게되는 어렵고 힘든 문제가 주어졌지만, 그 문제가 주어진 날 이미 그 문제의 답 또한 함께 주어졌던 것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비밀을 찾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즐겁게 책을 읽어나갔다. 예쁜 삽화들이 가득한 인디고 고전 시리즈가 계속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예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