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100도 詩
민병준 엮음 / 니케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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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집 만들기 프로젝트!

자르고 외우고 외운 시를 손글씨로 써보세요

나만의 멋진 시집이 탄생합니다

특별한 날 내 손글씨가 담긴 시집으로

사랑을 고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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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이 표현의 의미가 너무나 궁금했다.

어떻게 시집을 만들어간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이 책을 만나보니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이 너무나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책과 조금 다르다.

잘라야한다.

자를 수 있게 되어 있고, 잘라야만한다.

쉽게 자를 수 있도록 선이 그어져있고

선을 따라 자르다보면 자연스럽게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책의 빈 자리에는

시를 채울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어떤 시를 채워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빈 공간의 옆에는 시까지도 마련해두었다.


독자는 종이를 잘라서

시를 읽고, 외워보고

그 시를 남아 있는 빈 공간에 직접 적어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시집이 완성된다.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작년에 필사 책이 유행이 되었었다.

윤동주 시집뿐만 아니라 여러 명문장을 따라 적어보는 필사집을

서점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필사집은 내가 필사를 한 뒤에도 여전히 기존에 있던 문장들이

책에 남아있다.

그래서 무언가 내가 만든 책이 아니라 따라 쓴 책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것들이 남아 있지 않다.

책의 내용을 채우고 나면

남아 있는 책에는 오롯이 나만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이 책은 저자의 책이 아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의 손 글씨로 만들어진 나만의 책이다.


이런 책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라고한 저자.

사랑 고백까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적으로 나의 삶에 또 다른 고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이곳에 있는 시는

식어 있는 사랑의 온도를 끓어 올리기에 충분한 시들이기 대문이다.

우리나라의 작품 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까지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따스하게 담아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겁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100도 시라고해서 100개의 시를 적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시를 암송하라고 하니까 무언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책에 있는 몇 편의 시를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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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 정호승


오늘도 당신의 밤하늘을 위해

나의 작은 등불을 끄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별들을 위해

나의 작은 촛불을 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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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 헤르만 헤세


나는 꽃이길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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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드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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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모든 시들이 이와 같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읽고 암송할 수 있는 시들로 책이 구성되어있다.



빠름을 추구하다보니 어느 순간 감성이 식어있는 나를 발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을 마음 한 켠에 추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과감히 시집 한 권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과 함께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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