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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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읽을 때가 딱 그렇습니다.

비참함을 이상할 만큼 아름답게, 고독을 이상할 만큼 따뜻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장들.

이 책,*『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그런 문장들을 한데 모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살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살아내고자 했던 한 영혼의 고백을,

문장 하나하나를 통해 천천히 따라가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고요.


인간이라는 ‘병’을 앓는 한 사람의 문장들

출처 입력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여러 작품 속에서 문장들을 발췌해 엮어 놓은 일종의 **“문장 선집 + 해설 + 필사 노트”**입니다.

『인간 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 같은 대표작부터

『여학생』, 『앵두』, 『어머니』, 『셋째 형 이야기』, 『비용의 아내』, 『늙은 하이델베르크』까지,

총 9편의 작품에서 문장을 골라 네 개의 큰 흐름으로 나누어 보여줍니다.

  • Part 1.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 꺾여 버린 마음, 부끄러움, 죄책감, 자기 혐오 같은 감정이 어떻게 문장으로 드러나는지 보여줍니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 사실 이 파트의 문장들은 꺾이지 않기까지 얼마나 많이 흔들려야 했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 Part 2.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 『여학생』, 『직소』, 『달려라 메로스』 속 문장들을 통해

    • 사랑·신뢰·신념 같은 단어가 얼마나 쉽게 상처받고 부서질 수 있는지,

    • 그럼에도 왜 끝까지 믿고자 하는지를 따라가게 만듭니다.

    • 특히 이 파트는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다자이의 고집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 Part 3.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 제목부터 마음이 아픈 장입니다.

    • 가족, 특히 부모와 형제는 나를 만든 사람들이지만,

    • 동시에 평생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존재들이죠.

    • 『앵두』, 『어머니』, 『셋째 형 이야기』에서 골라낸 문장들은

    • 사랑과 원망, 연민과 거리감이 동시에 섞인 가족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 Part 4. 희망은 때로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 된다

    • 『사랑과 미에 대하여』, 『비용의 아내』, 『늙은 하이델베르크』 속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 ‘희망’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 그러나 그 잔인함마저 버리지 못하는 것이 또 인간이라는 사실도요.

    • 여기서는 무너진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다자이 특유의 자조 섞인 유머와 슬픔이 잘 느껴집니다.

각 장은 작품 줄거리를 간단히 짚어 주고,

그 안에서 골라낸 문장들을 보여주며,

현대적인 해설과 함께 필사 공간, 스스로에게 던져 볼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냥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한 줄을 따라 쓰고, 그 옆에 내 생각을 적어 넣게 되는 책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에요.


“비참함을 아름답게, 고독을 따뜻하게” 만드는 다자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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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으며 제일 강하게 느낀 건,

처음에 썼던 이 문장이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은 비참함을 아름답게, 고독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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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난’ 사람들입니다.

나약하고, 비겁하고, 지키지 못하는 약속도 많고, 스스로를 혐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 속 문장들을 읽다 보면

그들이 점점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내 안의 어느 한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 남들처럼 살 수 없다는 열등감,

  • 잘 살고 싶지만 계속 엇나가는 선택들,

  •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여전히 살아 있지?”라는 질문.

이 책은 그런 마음들을 굉장히 구체적인 단어들로 끌어내 줍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아, 나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말로 잘 못 옮겼던 감정들”이

다자이의 문장을 통해 갑자기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자이의 원작을 안 읽어도, 어쩌면 더 잘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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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하나를 더 꼽자면,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각 작품의 줄거리를 친절하게 정리해 준 다음,

그 속에서 중요한 문장들을 꺼내 보여주고,

지금 우리의 언어로 해석해 줍니다.

그래서 『인간 실격』이나 『사양』을 아직 안 읽은 사람도

내용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다자이 오사무의 원작을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먼저 그의 마음을 문장으로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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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생각도 했어요.

문장 → 해설 → 나의 사유라는 흐름을 먼저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원작을 천천히 읽어 보고 싶어졌거든요.

이미 다자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한 문장들을 전혀 다른 조합과 해석 속에서 다시 만나는 재미가 있고,

입문자에게는 ‘다자이 입문서 + 문장집 + 필사 노트’ 역할을 한 번에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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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두 가지였습니다.

  1. ‘고독’을 다른 말로 부를 수 있게 된 것

    • 예전에 느꼈던 외로움, 부끄러움, 자기 혐오 같은 감정들이

    • “내가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인간에게 있는 그늘”이라는 걸

    • 다자이의 문장들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됐어요.

    • 그 순간 고독이 조금은 나를 망치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보호해 준 적도 있는 감정처럼 느껴졌습니다.

  2. “그래도 살아간다”는 문장들에 대한 믿음

    • 이 책 속 다자이는 끝까지 ‘살고 싶지 않다’와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사이를 오가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 그 불안정한 줄다리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 오히려 우리에게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 살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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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자이 오사무 이름만 알고,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망설였던 분

  • 『인간 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문장이 있는 분

  • 요즘 유난히 고독, 무력감, 자기혐오 같은 감정이 자주 떠오르는 분

  • 좋은 문장을 필사하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

  • “사람 마음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쓰는 글”을 만나 보고 싶은 분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그 움직임을 억지로 위로하는 방향이 아니라,

한 번은 꼭 마주해야 했지만 미뤄 두었던 자리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 어두운 자리 한가운데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 줍니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흔들리면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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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의 문장을 좋아하든, 아직 잘 모르든,

한 번쯤 이 책을 펼쳐 보고

당신만의 문장을, 당신만의 고독을 다시 이름 붙여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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