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김선수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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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혹은 조카, 제자)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엄마, 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대부분의 어른은 순간 멈칫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머릿속에 ‘미래’, ‘진로’, ‘낙인’ 같은 단어가 한꺼번에 떠오르죠.

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학교 밖”이라는 선택을 둘러싼 두려움과 오해를 걷어내고, 실제 그 길을 걷고 있는 청소년 3명과 대안학교 교사 2명이 솔직하게 들려주는 기록이에요.


1. “배움을 포기한 길”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배움

프롤로그에서 저자들은 먼저 오해를 짚습니다.

학교를 나온 길을 흔히 ‘배움을 포기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교 밖의 삶은 멈춤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배움이 이어지는 자리라고 말해요.

삶이 교실이 되고, 매일 부딪히는 현실과 사람이 교과서가 되는 셈이죠.

이 대목에서 저는

“삶이 교실이 되고, 경험이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공교육 밖에 있다 = 공부를 그만둔 사람’이라는 단순한 도식 대신, 학교 밖을 제3의 교육 공간으로 보는 시선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2. 50개의 질문으로 풀어낸 ‘학교 밖’의 내밀한 속사정

책은 총 50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질문들은 크게 여덟 가지 주제로 묶여 있어요.

    • 1장 대인관계 – 친구, 인간관계, 상처에 대한 이야기들

    • 2장 선생님/학부모 – 부모와 교사의 시선, 지원, 갈등

    • 3장 진로/대학/학업/정보 – 검정고시, 대학, 커리어 고민

    • 4장 대안학교 – 실제 대안학교 생활, 커리큘럼, 분위기

    • 5장 일상/생활 – 학교 밖 청소년의 ‘평범한 하루’

    • 6장 가치관 – 배움, 일, 행복에 대한 각자의 기준

    • 7장 불안감/후회/외부 시선 – 흔들림, 후회, 시선 견디기

    • 8장 모두의 이야기 – 다섯 저자가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은 Q&A지만, 단순한 지식 FAQ가 아닙니다.

제 학교 밖 청소년 세 명과 교사 두 명이 같은 질문에 각자의 언어로 답하면서, 얼마나 다양한 이유와 감정, 가능성이 뒤엉켜 있는 선택인지 보여 줍니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읽고 나면, “학교 밖”이라는 말 뒤에 붙어 있는 사람의 얼굴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3. 이 책이 특히 좋은 이유 ①

“학교 밖 청소년은 그냥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문장

부모와 교사 파트에서 제일 먼저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은 그냥 학교 밖 청소년”

이 문장은, “학교 밖 = 비행 청소년”이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깨뜨립니다. 책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이란 단지 공교육 밖에 소속되어 있다는 의미일 뿐이며, 대안학교 학생, 홈스쿨링, 해외 대학에 다니는 학생 등도 모두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어요.

또, 부모와 어른들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 아이를 특별히 걱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 것

    • 해답을 대신 내려주는 대신, 함께 질문하고 선택을 존중할 것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을 때 아이가 비로소 안정감을 갖고 자기 길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

이 부분만 읽어도, 학교 밖에 있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한 부모에게 큰 기준이 생깁니다.

“얘를 어떻게 다시 학교로 밀어 넣지?”가 아니라

“지금 이 아이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있는지를 어떻게 도와줄까?”로 질문이 바뀌니까요.


4. 이 책이 특히 좋은 이유 ②

‘문제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길을 설계하는 청소년의 얼굴

책을 읽다 보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문제아’로 부르기 어렵습니다.

저자들은 이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배운 것을 바로 삶에 적용하려 애쓰는 실천적이고 능동적인 청소년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불안과 후회, 외로움이 존재합니다.

7장 「불안감/후회/외부 시선」에서는

    •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뎌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 솔직하게 등장해요. 책은 그 불안을 없애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을 끌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어떻게 쌓아 갈 수 있는지, 아주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줍니다.

저자들은 말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름이 부정적인 낙인이 아니라, 가능성과 도전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고요.


5. 이 책이 특히 좋은 이유 ③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사례일 뿐” – 그래서 더 안심되는 책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지점은, 저자들의 ‘거리 두기’입니다.

마지막 장 「모두의 이야기」에서 한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완전한 정답이 아니라, 각자가 겪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며,

“이런 생각도 있구나. 여기서 내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도만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요.

이 태도 덕분에,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도, 부모나 교사로서도 부담이 덜합니다.

“이 책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와 우리 집, 우리 반에 맞게 가져갈 부분만 가져가면 된다”고 느끼게 해 주거든요.

또 다른 저자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지금 이 책을 펼친 것만으로도 이미 남다른 용기를 증명했다는 것

    • “정답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 오늘 한 줄 읽었다면, 내일 한 줄 실천해 보라는 것

그리고 호기심과 가치를 향한 질문이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 줄 거라고 덧붙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나침반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6. 이런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떠올랐던 독자는 이런 분들이에요.

  1. 학교 밖 청소년 본인

    • “나만 이런 고민을 하나?” 싶을 때, 나와 비슷한 또래와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 ‘실패 서사’가 아니라,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여 가는 성장 기록을 보게 됩니다.

  2. 자퇴·대안학교를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

    • 자퇴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보다, “어떤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습니다.

    • ‘학교 밖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와 언어를 배울 수 있어요.

  3.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는 교사·상담사·멘토

    • 책 전반에 “공교육을 나온 교사와 청소년이 함께 쓴 진솔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말과 마음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생생한 언어들이 가득해요.

  4. 그냥 ‘학교 밖’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시민

    • 언론 기사나 통계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기록을 통해 학교 밖을 이해하게 됩니다.

    • “아, 그래서 저 아이가 그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내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7. 읽고 나니, ‘길’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성공담을 자랑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평범한 하루와 소소한 대화, 좌절과 갈등 속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들을 담은 성장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학교 밖이냐 안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 나는 어떤 가치에 따라 선택하고 있는가?

    • 내가 만나는 청소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 주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용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학교 밖을 고민 중인 아이도, 그 곁에서 함께 불안해하는 부모도,

그리고 “학교 밖”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어른들도,

한 번쯤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먼저 찍혀 있는 길을 따라가 보듯,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으로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 책이 든든한 동행이 되어 줄 거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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