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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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나도 물건은 남는다.
재난 전문가가 기록한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

<유류품 이야기>는 바로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사람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사람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마주하다보면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내 삶을 다시금 바로잡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때가 월말이었는데, 그 남자의 권총을 바라보면서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급날인데 월급 받기 바로 전날에 이 멍청이의 총에 맞아 죽겠구나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가 생각만큼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 바로 그때였다. 어떤 일이 있어나면 그것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한다. 나는 어리석은 것도 괴롭고, 불의도 괴로웠다. 하지만 죽음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_ 책 중에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 계속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일을 해야만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면 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순응하더라도 말이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는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물에서 노를 저으며 배를 탄다. 나는 선천적으로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힘든 일을 겪었을 때면 그런 식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과 엔도르핀이 나에게는 행복의 묘약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방식이다. 사람의 주머니를 뒤져 개인 소지품을 찾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간단하다. 자기 주머니를 뒤져보라. 그럼 그 기분을 알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극이 언제 닥칠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_ 책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비극이 언제 닥칠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래서 책의 저자는 가장 힘든 부분이 결코 죽은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주어진 날이 결코 내일도 동일하게 주어진다는 보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명단이 없을 때는 예외다. 911테러 같은 테러 공격이나 우리가 작업했던 저먼윙스 9525편의 추락 사고 등이 그런 경우다. 이 비행기는 2015년에 바르셀로나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가다가 프랑스 알프스에서 추락했다. 이런 사건들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나 살인자의 유해가 피해자의 유해와 뒤섞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 9525편은 부조종사였던 안드레아스 루비츠가 일부러 비행기를 산에 처박았다. 27세였던 루비츠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싸워온 것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날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_ 책 중에서

책의 저자는 재난 전문가이다.
각종 재난을 마주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책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뉴스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흥미로우면서도
더 가슴 절절하게 이야기가 다가온다.
어쩌면 이 책이 아니면 평생 알 수 없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금 내 삶을 바라보게 된다.

<유류품 이야기>
이 책은 재난 속에서 남겨진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힘든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재난과 참사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중요한 건 회복이다.

최악의 참사 그 한복판에서 삶을 수습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삶에서 희망을 보고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책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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