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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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작가 백영옥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가 제발 소설이길 바랐다"

하지만 이 책은 놀랍게도 에세이이다.
정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1982년 2월 24일 태어난 아이는 5년간 세상에 없었다가 1987년 12월 21일 출생 신고되었다. 최초의 공식 서류에 적힌 네 가지 정보는 무엇을 알려주는 것일까? - 중략 - 서른 살이 되던 해, 어릴 적 살았던 고아원에 전화를 걸었다. "제가 어릴 적에 거기 살았었는데, 찾아가면 저에 대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나요?" _ 책 중에서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삶에 대한 불쌍하다, 기구하다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이 모든 내용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가득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이 책은 고아, 무적자, 입양아, 아동학대 피해자
이 모든 것을 경험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죽을만큼 힘들게 살았던 그 시기에 그녀가 마주했던 서른 권의 책과
그녀의 삶이 한 권의 책에 녹아져서 서술되어있다.

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사회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양어머니가 병원에 가실 때 보호자로 동행하고, 매달 용돈도 보내지만, 우리 아이들을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상복을 입고 상주를 하겠지만, 애도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내 마음이 그렇게 열리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말길. _ 책 중에서

너무 사실적이라서.
아니 사실이라서 사실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눈을 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토록 잔인하게 현실이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의 사진은 '보리차 한 잔'이다. 밥도 내가 차리고 설거지도 내가 다 했던 신혼 시절이었지만, 밥을 다 먹은 남편이 보리차 한 잔을 떠서 말없이 상위에 놓고 방에 들어갔을 때 그 보리차 한 잔이 주는 사소한 따뜻함, 나를 향한 말 없는 배려가 정말 행복했다. 그날 '내가 결혼을 참 잘했구나!' 느꼈다. _ 책 중에서

하지만 책은 막연하게 불편한 진실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인 그녀의 삶에도 봄날은 있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순간들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전해준다.

그래서 그녀의 삶이 더욱 현실로 다가왔다.

나를 드러내는 용기를 내니, 나에게 주어진 네 개의 십자가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길게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처럼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풍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들과 아픔을 나누기 위해 나를 먼저 드러내고,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과 직면하여 거기서부터 다시 성장하고 싶다 _ 책 중에서

책의 저자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녀의 삶이 힘들고 불쌍하니까 위로하고 공감해달라는 말은 아닐 것 같다.
다만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럼에도 우리가 왜 살아가야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소설이길 바랐던 이야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통해 작은 위로를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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