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세계사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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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이처럼 다채로울 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뺏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빼앗기기 싫어하는 자가 만들어낸 역사는
생각보다 치밀하고 구체적이었으며 지독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세금들을 내고 있다.
내가 오늘 가볍게 마신 커피 한 잔에도 엄청난 세금들이 부과되어있다.
그렇게 꾸준히 세금을 내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어떻게든 더 돌려받기 위해 연말정산을 열심히 하고
그렇게 꾸준히 세금을 내기 때문에
삶의 여러 부분에서 많은 혜택들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금의 세계사>는 이러한 세금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세계사라고 해서 그저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책 내용은 그렇지만도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단순히 시대 순으로 바라보는 역사에서 벗어나있다.
세계사라고 책 이름에 적혀있는데 연도를 굳이 신경쓰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게
이 책이 갖고 있는 매우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화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있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역사를 다각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가 쉽다.
그저 원인과 결론으로만 둘러싸인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세금에 대해 이토록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삶에서 멀리할 수 없는 세금인데 오늘날뿐만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이 세금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렇게 다채롭고 다양한지 몰랐다.
세금의 세계사는 그 다양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부분들을 잠시 소개해보고자한다.

링컨이 남북전쟁에 참전한 가장 큰 이유는 연방 수호였다. 그러나 북부가 존재하려면 남부에서 벌어들이는 관세수입이 필수적이었다. "북부는 남부 사람들이 대부분의 관세를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불공평한 정책으로 이 수입이 주로 북부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라고 <뉴올리언스 데일리 크레센트> 신문은 비판했다. "그들은 남부가 자신들과 같은 편에 있어야 약탈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물을 뽑아먹었고 이제 더 짭짤한 수확을 막 거두려는 찰나에 남부가 탈퇴하겠다니 화가 나는 것이다." 북쪽은 남쪽이 필요했지만 남쪽은 북쪽이 필요하지 않았다. _ 책 중에서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링컨과 관련된 여러 정치사 중 남북 전쟁은 빼먹을 수 없는 이야기거리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미국의 남북 전쟁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학습했지만
정작 세금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남북 전쟁이 세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내용은 매우 신선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남북전쟁은 단지 관세수입을 잃는 것 이상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독립한 주들이 유럽과 직접 자유무역을 한다면 제조업, 선박업 그리고 특히 금융업 같은 북부의 산업이 미 대륙과 유럽 간의 무역 사이클에서 제외되는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보스턴 헤럴드>는 이 사태가 북부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북부 연방은 이를 좌시할 수 없었다. 북부 전체의 경제 모델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링컨에게 평화로운 분리 독립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_ 책 중에서

남북 전쟁은 다른 나라의 내전이나 대규모 반란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그 본질에 세금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바라본 남북 전쟁은
이전에 내가 바라보고 알고 있던 미국의 남북전쟁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암호화 덕분에 대기업이나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인터넷상에서 소통하고 웹브라우징 및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정보와 사람을 통제하고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암호화는 너무나 쉽지만 해독은 극히 어렵다. "달걀과 같아요. 깨기는 쉽지만 껍질 속으로 다시 집어넣기는 매우 어렵죠"라고 IT분야 작가인 제이미 바트렛은 말한다. 또 다른 사이퍼펑크인 줄리언 이산지는 "세상은 암호화의 가치를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것은 국가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며 향후에 공정하면서도 비열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화폐에 대한 국가의 독점권 및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도전이다. _ 책 중에서

책은 세금의 세계사라고 해서 단순히 과거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바라봐야할 세금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금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 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 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 _ 책 중에서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세금을 바라봐야할 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책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세금의 다양한 역사와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았다면
이제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세금을 꿈꿔야하는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금에 대해 공부하고 세금과 관련되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고
그로 인해 우리가 미래에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다.

<세금의 세계사>
징수와 강탈의 줄다리기로 이어지고 있는 이 금전의 역사에는
단순한 징수와 강탈이 아니라 많은 이슈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세금이 어떻게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는 지와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 왜곡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세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 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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