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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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바다에 멈추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오는 사람도, 우리를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배는 그저,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었다. _ 책 중에서

영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바다 한 가운데서의 고립
그것도 남극에서.

현실성 떨어지는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제 상황이다.
다시 켜보고 또 다시 켜보아도 아무 신호도 잡지 못하는 휴대폰과
전화도 인터넷도 없이 그저 바다 위에서 세상의 문을 두드리던 알바트로스 호.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여행
그리고 이어지는 입항거절과 국경폐쇄, 공항 폐쇄
그 가운데 함께한 292명의 승선자 중 마지막으로 하선한 두명의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은 처음 남극을 향한 여행부터 시작한다.
새클턴 항로를 따라 진행되는 남극 여행 이야기를 눈 앞에 펼쳐낸다.

남극으로 향하는 크루즈는 대부분 아르헨티나의 도시 우수아이아나 그곳에서 멀지 않은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한다. 두 곳 모두 남미 대륙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들이다. 지도를 펼쳐 남극 대륙을 살펴보면 남극행 크루즈가 왜 이곳에서 출발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남극까지의 거리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에서 북쪽을 향해 뻗어 나온 남극반도와 남미의 끝자락이 남극으로 가는 크루즈들에게는 최단거리이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들은 일반적으로 2~3일이면 남극대륙에 도착할 수가 있어서, 이곳이 남극으로 향하는 관문인 셈이다. _ 책 중에서

책은 크루즈를 타고 남극을 여행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내준다.
항구 도시의 풍경과 모습은 어떠한지와
남극을 향하기 위한 크루즈는 어떠하며 그곳에서 만나는 바다는 어떠한 지도 이야기해준다.

책에는 굉장히 많은 사진 자료들이 담겨져있다.
거의 한 페이를 건너 뛰면 바로 사진이 나올 정도로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여행을 따라가는 과정을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다.

그러다 마주한 고립 상황.
코로나로 인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의 배는 해당하는 날짜에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를 출항하여. 푸에르토 마드린에 귀항하기로 이미 2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우수아이아를 떠난 이후 어떤 외부 사람과도 접촉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를 출발하여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다 온 것도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를 떠난 후 다른 나라의 출입국을 통과하지도 않았고 남극에 들렀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오는 배였다. 그런데 입항 거절이라니. 도대체 세상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_ 책 중에서

그리고 시작된 고립.
하나둘 떠나갈 때도 책의 저자는 마지막까지 있었다.

지금 비록 저 바깥세상이 아수라장이라고 해도,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물위에서 떠돌며 격리 생활하는 신세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그래서 오늘은 함께했던 기쁨보다 헤어짐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지고, 풍요가 주었던 만족보다 결핍이 주는 고통이 더 쓰라리게 다가왔다. _ 책 중에서

그 순간 마주했을 저자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마지막.
겨우 비행기 표를 구하고 배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 과정들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남극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그리고 다시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이 있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그 모든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두렵고 불안했을 날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순간들을 책에 너무 고스란히 하나하나 세밀하게 기록해주었다.
잊혀지고 싶은 순간일 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기억과 절망의 순간들까지도 모두 고스란히 책을 통해 이야기해주었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상황이 가져온 비극적인 상황
그리고 남극해 고립이라는 상황 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들
시대가 만들어 낸 갑작스럽고도 악몽과 같은 시간들에 대한 소중한 기록들을
하나하나 담고 있는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여행 에세이를 함께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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