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평점 :
책 제목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웰컴 투 삽질 여행.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고 즐겨하는 여행이
삽질이라니.....
책의 저자는 지리 덕후로 불리운다.
지도 위를 걸으며 세상을 수집하는 여행자인 저자는
지도가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과 지리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전 세계 24개국 100여 개가 훌쩍 넘는 도시를 여행할 만큼 지리를 사랑하고
몇 안되는 특기 중 하나가 세계지안도 외우기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는 제목부터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웰컴 투 삽질 여행>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다.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어느 한 지역을 여행하고 쓴 에세이가 아니라
여러 곳을 그리고 두루두루 다닌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공간에서 여행을 통해 저자가 무엇을 느꼈는 지
조금 더 솔직하게는 어떻게 삽질을 했는 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에세이이다.
그 후 몇 번의 체험 끝에 깨달았다. 도쿄와 오사카 구간은 야간버스 이용에 딱 좋은 거리임을, 버스에 올라타 1~2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서서히 잠이 들고, 밤잠을 실컷 자다가 내리기 1시간 전에 불을 켜주면 기상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이보다 이동 시간이 짧아지면 야간 이동의 의미가 없어진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억지로 깨야 하거나, 일찍 내려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새벽 시간에 도착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_ 책 중에서
예를 들면 이러한 이야기들이었다.
정말 경험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찐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몇 번의 체험이라는 말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 지.
표현 그대로 삽질을 얼마나 했는 지 알 수 있다.
야간 이동에 대한 꿀팁을 얻는 것과 그 느낌이 얼마나 생생한 지 얻을 수 있는 건 덤인 듯 싶다.
오와쿠다니 분화구 앞에 도착했을 때는 역시나, 어이가 없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정말 이곳에 와보고 싶었는데, 왜 여기에 왔는데도 아무것도 보지를 못하니! 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보려 했지만, 뭐가 보여야 나아가지. 유황가스를 뿜는 활화산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걷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다. 학교 돈으로 왔으니 증빙 사진은 찍어야 한다. 우리 7명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오와쿠다니 간판 앞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증빙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눈으로는 빗물이 들이치고 입은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을 먹느라 혼났다. _ 책 중에서
그 지역을 여행할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얼마든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찐 경험 이야기는 사실 쉽게 듣기가 어렵다.
누가 고생하고 자신이 여행에서 삽질한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웃으면서 말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꼭 편안한 친구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본인이 가이드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니는 걸까? 호주사람 앞에서 뚱땡이 아줌마 소리 한번 해보시고, 중국사람 앞에서도 중국놈 어쩌고 한번 해보시지 그러세요. 본인 앞에서 못할 소리라면 다른 자리에서도 하면 안 된다. 특히 그것이 공석이라면, 조상신이 내려와 이런 소리를 해도 듣기 싫을 판에 돈 내고 저 멀리 해외여행까지 와서 이딴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한다니 _ 책 중에서
가이드에 대한 신랄한 이야기도 에시이의 재미를 더해준다.
여행 중에 어떠한 느낌이 들었는지
그냥 무작정 좋았다가 아니라 무조건 재밌다가 아니라
짜증난 것은 짜증난 것이고 열받는 건 열받는 것이다라는 솔직한 이야기가
여행 에세이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밤이 되고 별이 반짝였다. 언니가 물 위에 눕는 법까지 가르쳐주겠다고 했지만, 이날의 학습 할당량이 모두 끝났는지 물에는 뜨지 못했다. 그는 나의 등을 받쳐줄 테니 누워서 별이나 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해봤는데 무서워서 별을 본 기억은 없고, 그대로 가라앉아 물 먹은 기억만 있다. 물에 뜨는 스킬은 훗날 몰타에서 만난 친구에게 배웠다. 파도조차 잠잠한 지중해 위에 누워 햇빛을 받는 기분은 그 어떤 수영보다 짜릿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까지다. 지금도 수영다운 수영은 못 한다. _ 책 중에서
물론 이와 같이 여행을 통해 즐겁고 좋았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마냥 삽질만 한다고 삽질에 대한 이야기만
구구절절 불평불만을 털어놓듯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이라고 다르지 않은 일이다.
여행길에 따라오는 삽질이 두려워서 언제나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삽질이 들어올 가능성을 모두 막아두면 여행은 그 재미 또한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삽질을 통해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참된 자유함.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웰컴 투 삽질 여행>을 통해
하늘 길이 막혀있어도 여행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