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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피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흡혈을 했다는 드라큘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이 뱀인 괴물 메두사
피를 위해 제물로 바쳐졌던 사람가 짐승
돈을 벌기 위해 매혈이 이루어졌던 역사.
그리고 오늘날 헌혈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 피를 나누는 일까지.
피에 얽힌 이야기는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있다.
<5리터의 피>
이 책에서 말하는 5리터의 피는 일반적인 성인이 갖는 혈액량을 말한다.
세계 어딘가에서는 3초마다 누군가 낯선 사람의 피를 받고 있다고한다.
176개국 의 헌혈 센터 1만 3,282 곳에서
해마다 1억 1,000만명이 헌혈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고 있고
과학이 발전하고 지식이 늘어났는데도 여전히 피는 두렵기도하다.
ABO식 구분에 따라 자신이 A형, B형, AB형, O형 중 하나임을 알고
레서스 인자에 따라 Rh+, Rh- 형인지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피는 우리에게 신기한 존재이다.
이 책은 이러한 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있다.
피에 얽혀있는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무언가 베일 쏙에 가려져 있던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꺼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서문도 없이 바로 본문으로 진행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고
그래서 이를 통한 결론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432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은
책에 대해 더욱 두려움을 갖게 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짚어가다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된다.
피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움을 깨닫게 된다.
그 중 혈장에 대한 이야기 중 새롭게 알게 된 추악한 사실에 대한 내용을 인용해본다.
영국에서는 혈우병 환자들을 모르모트로 이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실험용 침팬지의 대타로 삼았다. 닐 웰러가 치료받았던 옥스퍼드대학교 혈우병 센터의 혈액 전문의 아서 블룸 교수는 1982년에 다른 혈우병 센터 원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열처리된 신약을 혈우병 환자에게 시험하자고 제안했다. 그 전까지는 침팬지에 시험했지만., 동물 실험은 비용이 많이 들었다. 블룸은 아직 다양한 혈장제제에 노출되지 않은 혈우병 환자에게 인체 실험을 한다면 품질 관리 수준이 올라가고, 비용이 내려가리라고 보았다. _ 책 중에서
돈 때문에 침팬지를 대신해 인간을 실험삼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진행될수록 조금 더 잔인해진다.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 중에서 고른 실험 대상은 대부분 아이들이었다. 이들 누구도 자신이 인체 실험 대상이 된 줄 몰랐다. 블룸에게 치료받던 콜린 스미스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콜린은 7살에 에이즈로 죽었다. 죽기 전 몇 달 동안은 손길이 닿을 때마다 견디기 어려운 통증을 느꼈으므로, 콜린의 부모는 톨린을 들 때 양털 가죽 두 장에 감싸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 제약사 아머가 생산한 팩토레이트라는 제제가 다른 회사 제품들보다 질이 떨어지는 열처리 과정을 거쳤었다. 아머는 팩토레이트를 사용한 사람들 가운데 HIV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1985년에 알았다. 그런데도 그 뒤로 2년 동안 열처리 과정을 바꾸지 않았다. _ 책 중에서
대부분 아이들이었던 실험 대상.
침팬지보다 싸다는 이유로
침팬지보다 값싼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피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이와 같은 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준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있고
피 때문에 일어난 그 많은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새로우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책의 말미에 담겨있는 저자의 글에서 그 답을 추측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피는 우리 몸속에서 금처럼, 우주 먼지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몰이꾼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전자를 편집하고 줄기세포를 키우고 수혈로 삶을 바꾼다지만, 먼 훗날 우리를 되돌아본 사람들은 우리가 이룬 성취가 소의 날숨을 들이마시면 건강해진다는 믿음만큼이나 알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약 400년 전 새뮤얼 피프스가 쓴 대로 "더 건강한 몸에서 빌린 피로 허약한 피를 고치는"데 성공한 것은 이미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다. 피로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아직 다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 _ 책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결국 피에 대해 주목할 수밖에 없다.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5리터의 피
인체에서 가장 귀중하고 신비롭지만
그만큼 위험한 물질.
생명과 죽음을 결정짓는 구원자임과 동시에 파괴자가 되는 피.
인권을 유린하고 자본을 유혹하는 자원인
5리터의 피에 담겨 있는 놀라운 사실들.
붉은 물질이 들려주는 베일에 싸인 이야기들이
<5리터의 피>를 통해 드러나는 시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