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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평점 :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려면 잘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분명 모르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단어들.
때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척"하기 때문에 (실제로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앞에서는 당당하게 나도 아는 "척"하다가 뒤 늦게 찾아보는 단어들.
<생존교양> 책은 바로 이런 단어들을 모아두었다.
책의 저자는 정치, 경제, 문학 용어 등에 대해서 많이 알고 일반화된 용어들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들은 알기 어려운 용어 150개를 선정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목차를 보면서 든 생각은
뭐야. 이거 내가 거의 아는 단어들인데?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고 하나하나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이 알던 내용이 아니구나였다는 현실 자각과 함께
착각 속에 빠져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책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한 페이지에 하나의 단어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면 때로는 길어지고 짧아지는게 당연할 것인데
이 책은 분량을 기가막히게 한 페이지로 딱 맞춰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그냥 꾸준히
재미가 끊길 때까지 읽고
다시 또 읽기에 편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목차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먼저는 나만 몰랐을 것 같은 파트이다.
이 부분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몰랐지라는 생각이 드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나리자, 미켈란젤로, 메디치, 부르주아, 군주, 멘토, 속죄양, 루비콘강, 디데이 등등
분명 다 아는 단어들인데
읽다보니 이게 이런 뜻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중 "군주"는 내가 알고 있던 뜻과는 전혀 달라서 낯설게 다가온 단어였다.
군주를 뜻하는 '로드'는 고대 영어 '빵을 구해오는 사람'에서 유래했다. 군주의 아내는 '반죽하여 방을 만드는 사람'으로 '레이디'의 어원이 되었다. 빵을 구해오는 군주가 백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지 못하면 군주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수많은 혁명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빵은 지금의 의미로 경제다. 그 빵이 많고 적음에 따라 수많은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_ 책 중에서
군주 = 빵을 구해오는 사람
성인 군자인줄만 알았는데, 쌩뚱맞게 빵에 대한 이야기였다니.
누구보다도 군주를 잘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두번째는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 있는 단어들은 반절은 알고 반절은 모르는 단어들이었다.
첫 파티 단어들읜 거의 다 아는 단어들이었다면
이곳은 확실히 낯선 단어들이 많이 있었다.
출사표, 역린, 쇼비니즘, 유리천장, 단두대, 화이트, 밴드왜건, 블랙스완 등.
그 중 약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공포의 모략이라는 마타도어라는 단어를 보면서는
마녀사냥 그리고 일본 간토 대지진으로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단어 설명이 단순하게 사전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로 교양을 쌓게 만들어주는구나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폭넓게 시야를 넓혀주는 부분이 좋았다.
마지막 세번째 파트는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단어들이었다.
이 파트에 있는 단어들은 굳이 내가 알아야해?라는 단어들이 많이 있었다.
패러다임 시프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개념미술, 반달리즘, 오컴의 면도날, 편작, 메멘토 모리 등
사실 몰라도 크게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 파트에서 기억이 남는 단어는 '밈'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단어인데 이 단어의 유래는 조금 낯선 곳이었다.
밈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약 45년 전에 이른다. 시작은 심지어 학술 용어였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슨이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창조한 단어다. 도킨스는 인간의 육체를 매개로 생물학적 자신을 오랫동안 보존, 전파하려는 본능을 지닌 존재가 유전자라면, 인간의 관념, 지식, 정신 등을 보존, 전파하려는 존재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자가 바로 밈이다. 즉, 밈은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다. 도킨스는 "밈은 넓은 의미에서 모방이라고 볼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두뇌에서 두뇌로 건너뛰면서 자신을 번식시킨다"라고 했다. 그래서 밈이라는 이름을 그리스어로 모방을 의미하는 '미메메'에서 따왔다. _ 책 중에서
가벼운 말인 줄 알았는데, 이기적 유전자까지 나올 줄이야.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억에 남는 단어였다.
이 책은 페이지지마다 '지적 유레카'가 절로 나오는 걸 카피로 삼았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아! 아하!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는 했다.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게 아니었구나하는 점과 함께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생존교양>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무기.
하루 한 페이지 구성으로 짧지만 질 높은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으면서 깊이 있게 배움을 더해가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