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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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있어서 내 하루는 더 충만해진다

공감이 되는 표현이다.
좋아하는게 있다는 것.
그것으로 내 하루가 충만해진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나와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최소 취향으로 균형 잡힌 일상을 만들어간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생활, 건강, 일, 지성, 감성처럼 삶을 이루는 영역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작가는
최소 규모를
물건보다 경험으로
경험보다 배움과 깨달음으로 얻어가며 충만함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이런 점을 바란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의 확고한 방향, '적게, 바르게'라는 나를 지탱하는 두 가지 중심으로 만든 균형 잡힌 일상을 통해 누군가 자신만의 취향을 매만져보는 시간이 되길. 혹은 관심사가 지나치게 많아 버거운 사람에게는 덜어내는 시간을, 반대로 의욕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살짝 들뜬 만큼의 의욕이 살아나는 부담 없는 경험이 되길 바라본다. _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적게, 바르게'라는 중심으로 만들어간 작가의 균형잡힌 일상을
독자에게 이야기해준다.

언니는 분명 한 쌍으로 사는 게 맞는 물건을 하나씩만 사는 내가 못마땅한 듯했다. 그건 그릇 가게 점원 역시 품던 의문이었다. 홍차 잔을 2인 세트, 4인 세트가 아닌 1인 세트만 사겠다는 나를 지그시 바라볼 때 떠오르던 의아함.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 다인 세트로 파는 물건이 불필요했다. 나의 사고방식으로 홍차 잔이 같은 디자인으로 두 세트 있는 것보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잔이 두 개 있는 편이 기분에 따라 골라 쓸 수 있으니 쓰임이 많다. 그러고 보니 샴페인 잔은 2인 세트였는데 실수로 하나를 깨뜨렸다. 그렇게 샴페인 잔도 하나만 남았고 집에 있는 모든 컵은 홀로 존재하게 되었다. 혼자 남은 컵은 외톨이가 될 틈이 없다. 수시로 일하므로 주인의 손에 닿지 않는 선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컵보다 세상 구경을 자주 한다. 손님이 오면 평소 내가 즐겨 쓰는 조합의 컵과 접시, 포크 등을 하나의 세트처럼 만들어 여러 그릇으로 다과상을 낸다. 통일성은 없지만 조화로움은 있다. 세트였던 컵 하나가 깨졌다고 기회는 이때다, 새 컵 세트를 장만하지 않는 마음가짐. 생활이 기본은 언제나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사용하자'다. _ 책 중에서

에세이답게 작가가 쓰는 글은 쉽게 읽힌다.
일상이지만 그 가운데 철학이 묻어져있음이 느껴진다.
홀로지만 두 몫을 하고 있는 저자의 물건들을 바라보며
2인세트, 4인세트가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생활에서 컴퓨터, 휴대전화, 책과 같은 한 곳을 응시하는 일이 많다 보니 목뿐 아니라 눈빛 또한 피로로 탁해진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고 눈 주변을 꾹꾹 눌러 지압해주는 시간은 5초도 걸리지 않는데, 그 정도의 시간도 할애하지 못할 만큼 무신경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니. 사슴 목을 만들기를 시작으로 눈 지압처럼 사소하게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미니 마사지법을 하나씩 더해가고 있다. 나는 수년간 골반 틀어짐과 허리 건강을 염려해 의식적으로 다리를 꼬지 않는다. 골반을 교정하는 스트레칭을 할 때 통증이 심하지 않은 까닭은 그런 사소한 행동이 가져다준 보답 아닐까. 그동안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체형은 서서히 변했다. 그만큼 개선 또한 아주 느리고 서서히 일어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늦었다는 생각보다 지금 신경 써서 고칠 수 있는 건 고친다. 오늘 미루고 나서 미래의 내게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_ 책 중에서

이 글귀를 읽으면서 속으로 많이 찔렸다.
내 몸에 미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서서히 습관따라 변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나중에 변명하고 싶지 않으니
나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이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최소 취향을 따라 살면서
내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일.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방법을
에세이인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쉬운 글 가운데서
삶의 균형을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가보는 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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