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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책 제목이 와 닿았다.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행복해진다는 건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행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할 수도 있고
행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행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 그 자체.
그 자체가 귀찮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작가의 이런 마음은 책의 첫 페이지에 드러난다.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그 바다를 건너는 누군가에게.
한 줄쯤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번역가로 일하는 작가.
돈 못버는 일이니 번역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너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작가가 전해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번역가인 작가의 삶을 통해
나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당신이 지금 인맥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도
당신을 인맥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인맥이란 양쪽이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성립되는 말.
일방적으로 기대기만 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민폐 덩이리일 뿐이다.
인맥에 대한 글귀.
인맥인가 팔로맥인가라는 제목에 써 있는 이 글귀는
작가가 어느 유명 토익강사의 텔레비전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목과 함께 다가오는 생각.
인맥인가 팔로맥인가.
좋아요나 눌러주는 팔로맥인데 인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에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맥이나 팔로맥이나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맥의 수나 팔로어 수가 그 사람의 완성도는 아니니, 이 숫자의 많고 적음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제일 구려 보이는 사람은 인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인맥이 넓다고 떠들어 대는 사람이다.
공감이 안 될 수 없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 관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서술한다.
조금 길이가 있지만 그대로 인용해본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좋은 관계 나쁜 관계가 있을 뿐이다.
흔히 관계가 파괴된 후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지만
관계가 나빠진 것이지 사람이 나빠진 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자신이 없다.
학교 다닐 때는 화장실 같이 갈 친구
도시락 같이 먹을 친구
그런 친구 관계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점점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이 없다.
그래서 귀차니스트인 나는 쉬이 관계를 끊는다.
이러다 세상과도 관계를 끊을 기세다.
일상과 관련된 소소한 언어이지만
가만 읽어보면 재미있게 다가온다.
정말 세상과 관계를 끊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귀차니스트인 작가의 마음에 공감도 되면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귀찮지만 행복해볼까>는 이런 책이다.
권남희 번역가의 언어의 투명한 마디마디를 짚는 작업 공간을 그려보면서
그 가운데 느껴지는 재미있는 문장들이 하나하나 다가오는 책이다.
인맥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보면서 인맥, 관계를 생각해볼 때
책에서 나왔던 문구 하나를 더 인용해본다.
유태인은 싸우고 돌아서서 "너랑 다시 안 볼거야!"하고 집으로 들어오며 문을 "쾅!" 닫는 게 아니라, 한쪽 발을 살짝 끼우고 닫는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