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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ㅣ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평점 :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 질문을 제시한다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사람을 말할 것이다.
칼 마르크스.
20세기는 칼 마르크스가 제안한 그의 철학적 세계관을 테스트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단순하게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할 것이 아니라
한 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칼 마르크스는 그렇게 좋게 평가되지 않는다.
공산주의, 빨갱이 등 이념적인 사상으로 인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칼 마르크스는
좋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책의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나보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
첫째, 이념 편향적으로만 소비되어 온 마르크스의 이미지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모습으로 소개하고 싶었다.
둘째, 좀 더 읽기 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 책에는 마르크스에 대한 기사와 임금노동과 자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1부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 등의 매체에 실린 기사들이고
2부는 <임금 노동과 자본>이라는 소책자로 묶여 출간된 적이 있는 연재 기사에 대한 내용이다.
방대한 기사 중에서 작가는
가급적 사건 사고에 대한 논평 기사는 피하고
마르크스의 장기적, 보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 칼 마르크스.
이 책은 저널리스트로서 보여지는 그의 진면모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많은 기사 중에 '기아라는 형벌'에 대한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본다.
이 기사는 1853년 3월 15일, 뉴욕 데일리 트리뷴 매체에 실린 기사이다.
유럽 대륙에서는 교수형, 총살형, 추방형 등이 유행인 듯하다. 하지만 사형집행인도 실제 살아있는 존재라 언제든 사형당할 수 있는 존재인 데다가, 그들의 행위는 문명 세계 전체의 양심에도 기록되는 중이다.
동시에 영국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폭군이 시민들에게 형벌을 내리고 있다. 때로는 가장 잔혹한 형태의 죽음을 선고하기도 한다. 폭군은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땅에서 온 민족과 계층 전부를 들어낸다. 이 작업은 매일 소리 없이 이어진다. 불타는 칼로 에덴 동산에서 아담을 몰아낸 천사처럼 말이다. 여기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폭군의 행위는 '강제 추방'을 의미하고, 그가 선고하는 잔혹한 형벌은 '굶겨 죽이기'이다.
이번 달에도 런던에서는 기아 사망 사건이 또 여러 건 발생했다. 먼저 기억나는 사건은 런던 섀드웰 콜레인 지역에서 사망한 43세 메리 앤 산드리 사건이다. 부검을 도운 의사 토마스 핀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원인은 굶주림과 추위 때문이었다. 메리 앤 사드리는 얄팍한 짚더미 위에서 아무 것도 덮지 않은 채 발견됐다. 방에서 가구나 난방, 음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주검 옆에는 어린아이 다섯 명이 맨바닥에 앉아 추위와 배고픔에 울부짖고 있었다. _ 책 중에서
이 책은 기사에서 보여지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기사에 대한 강평이나 평론은 없다.
독자는 기사를 읽으면서 저널리스트로서 칼 마르크스가 어떠한 사람인지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가 사상가로서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 지
기사문을 읽다보면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자본은 노동만 먹고 사는 게 아니다. 자본은 고귀하고 잔혹한 주인처럼 자신의 황천길에 자기 노예들의 송장을 끌고 간다. 공황이 닥치면 비명횡사할 노동자들의 헤카톰베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본이 급속히 성장하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훨씬 더 빨리 심해진다. 즉, 노동자 계급의 일자리와 생활유지 수단은 이와 비례해 더 빨리 줄어든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고려한대도 임금노동에 있어 가장 유리한 환경은 자본이 급속히 성장하는 것이다. _ 책 중에서
시대가 변했다.
과거에는 마르크스에 대한 편향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칼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최대한 공정하게 펼쳐내기 위해 노력한다.
칼 마르크스.
저널리스트인 그가 이야기하는 숭고한 지금 여기의 '정의'
사회 보편적 가치와 팩트에 근거한 비판으로
사상가이기 전에 저널리스트였던 그의 진면모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