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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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끝난 들판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듯
그동안의 글을 모으고 정리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어디로 가는가?
이 물음을 들고, 앞으로도 질문의 경로를 바꾸는 학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10여년간 쓴 글들을 모아서 펴 낸 <체수유병집>
시경 대전에 있는 '저기에도 남은 볏단이 있고, 여기에도 흘린 이삭이 있다'는 구절에서
책의 제목을 따왔다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한편의 글마다 작가의 생각과 표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와있다.

책은 성격에 따라 4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삶의 단상과 문화에 대한 생각이 기록되어있다.

나눔은 내가 나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다. 베푸는 것은 내 쪽이 아니고, 내가 베푼다고 생각한 그쪽이다. 내가 그들에게 준 것보다 그들이 내게 준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까 대차대조표를 따져본다면, 베푸는 쪽도 받는 쪽도 애초에 밑지는 일이 없는 남는 장사가 바로 나눔이다. 나눔의 정신 속에 젊음은 성숙해진다. 베품 속에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그의 눈매는 깊어지고, 그의 가슴은 더 따뜻해진다. _ 57쪽에서

2부는 연암과 다산, 저자가 사랑하는 두 지성에 대해 쓴 글들이 모여져있다.

고전은 시간의 손길을 타지 않는다. <열하일기> 속의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삶이 바른가? 어느 길로 가야하나? 세상은 무엇으로 돌아가는가? 바른 판단은 가능한가? 정의는 과연 정의로운가? 도처에서 그가 불쑥불쑥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생생하고, 현장은 그에 맞춰 시간의 흐름마저 딱 멈춘 듯하다. 내 생각에는 그는 아직도 베이징의 어느 뒷골목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어슬렁거릴 것만 같다. 나는 다음번에 그곳에 가더라도 다른 것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박지원의 자취만 반가울 것이다. 도대체 그깟 <열하일기>가 뭐기에 싫증도 나지 않고 그 주변만 맴돌게 하는가? 누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딴 소리 말고 <열하일기>를 한번 찬찬히 읽어보라고 말하겠다. _84쪽에서

3부는 옛 일로 지금을 비춰본 짧은 글 모음집이다.

이원익의 좌우명은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견주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한다"였다. 그의 수많은 일화에는 모든 이의 한결같은 존경이 담겨 있다. 오늘에는 어째서 이런 큰 어른 만나보기가 힘든가 _ 146쪽에서

4부는 변화의 시대, 인문학의 쓸모와 공부 방법에 대해 쓴 조금 긴 호흡의 글들이다.

인문학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저건 뭐지? 왜 그렇지? 어떻게 할까? 질문은 의심과 의문에서 나온다. 저렇게 해서 될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의심만 하고 있으면 오리무중에 빠진다. 질문을 제대로 해야 의문이 풀린다. 논문도 질문이 제대로 서야 문제가 풀린다. 제대로 된 질문이 없으면, 남이 안 한 것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포기하고, 남이 많이 한 것은 해볼 도리가 없어서 주저않는다. 질문만 제대로 서면 남이 많이 할수록 할 것 투성이가 되고, 남이 안 한 것은 신이 나서 더 할 말이 많게 된다. 어떤 것이나 전인미답의 신천지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뭘 궁금해하는지를 똑바로 아는 것이 먼저다. _ 218쪽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다. 그 나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섬광 같은 사유, 내면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체수유병집>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책 속에서 정말 만나야하는 사람.
바로 나 자신을 말이다.

독자들도 만났으면 좋겠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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