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작가는 일본 서점가에 품귀 현상을 일으킨
익명의 F라고 한다.
11월에 태어났고,  A형이고 머리카락이 까맣다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이 작가는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으며
일본 SNS를 뒤집어놓은 사람이라고 한다.

도대체 작가의 어떤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만든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작가의 글을 읽어 보았다.

우선 목차를 보면 크게 4분류로 되어있다.

하나. 연애 강의, 혹은 비연애 강의
둘. 우등생 여러분, 불량 학생 여러분
셋. 외롭다고 말해
넷. 연애를 뛰어 넘어, 밤을 뛰어넘어, 영원을 뛰어넘어

목차에서 제목만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제목부터 독자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목차만 보아도 그냥 가슴이 져머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목차는 작가의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에세이인만큼
작가의 글을 그대로 읽어보는게 이 책을 이해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길지만, 작가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하여간 사람은 이유를 좋아하는 생물이다. 무엇이 됐든 누가 됐든 이유를 원한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 관심사를 물어보는 자리에서 "왜 그걸 좋아하세요?" 취직이나 이직을 할 때 면접 자리에서 "왜 이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셨어요?" 아니면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왜 그 사람이랑 사귀기로 한거야?"라는 질문을 던지는 상황만 봐도 그렇다.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호기심이 있었기에 인류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걸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가끔씩 저급한 폭력과도 같이 우리를 엄습해온다. 이런 유의 질문에 나는 매번 머리를 감싸게 된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일수록 더 그렇다. 물론 적당히 둘러댈 이유라면 얼마든지 있다.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거나 다정한 점이 좋았다고 대꾸하면 편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런 흔한 이유는 또 다른 '생긴 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더 다정한 사람'이라는, 다시 말해 그 특징을 충분히 갖춘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을 그런 대체 가능한 사람에게 끌린 적은 결단코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좋아"가 아니다. 문득 좋아진 것이다.

그렇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좋아졌다. 온갖 말들과 수사로는 꾸며낼 수 없으니까 좋아진 것이다. 이미 누군가에게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고,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터무니없는 고독을 맛보게 해줬기 때문에 좋아졌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좋아진 거다.

그러니까 이제 좋아하는 데에 이유는 필요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된다. 왜 그것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면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으려나? 하지만 그래도 된다.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몰라도 된다. 그 어느 누구와도 서로 잘 모르는 채로, 입 다물고 그냥 사랑하고 싶다.

_ "그래서" 좋아진 게 아니다 중에서

작가의 문체가 잘 나타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게 글을 쓰고 있다.

독자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그냥 나도 모르게 작가의 글에 빠져들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걸 남에게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속이 시원한 사람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안한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그렇다. 불안한거다.
_264쪽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되는 연인 중에서

작가의 글은 모두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어쩌면 낮에보다 밤에 읽는 것이 더 좋다.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밤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복잡한 머릿 속을 조금은 단정하게 할 수 있으며
하루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할 수도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언젠가 좋지도 싫지도 않은 마을에서
좋지도 싫지도 않은 얘기를.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말.

그런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은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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