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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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처럼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 있을까.
말만큼이나 글은 사람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된 표현의 방법이다.

글로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글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를 높여간다.
글쓰기 특강, 작문 실력 등은
예나지금이나 우리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은 아니다.
글쓰기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워주지도 않는다.
다만 동서양 최고의 문장가들이라고 손 꼽히는 위인들의
글을 읽어보고
그들이 글을 쓰는 핵심적인 전략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인문학적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글쓰기 관점에서는 그들의 문장을 통해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견해를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특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봐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의 글쓰기는 시대적 산물, 즉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_ 9쪽 들어가는 글

작가의 이러한 내용에는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
글은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정답인 사람이냐는 질문에 답이 없듯이
글에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39명의 글쓰기 천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구성은 총 9장으로 되어있다.

1장. 동심의 글쓰기 - 천하의 명문은 반드시 동심에서 나온다.
2장. 소품의 글쓰기 - 반 페니 은화처럼 작고 반짝거리는 글들
3장. 풍자의 글쓰기 - 성인이 되느니 차라리 광대로 살고자 한다.
4장. 기궤첨신의 글쓰기 -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5장. 웅혼의 글쓰기 - 사마천의 문장은 광활한 세상으로부터 나왔다.
6장.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 수천의 존재가 탄생하는 수천 겹의 주름
7장. 일상의 글쓰기 - 수숫대 속 벌레나 노니는 소요유
8장. 자의식의 글쓰기 -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9장. 자득의 글쓰기 - 한 자루의 비를 들고 온 땅의 덤불을 쓸어버리다.

필자가 분류한 9장의 이야기를
온전한 분류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접하기보다는
필자가 분류한 기준에 맞춰서 글을 보면
조금은 쉽게 39명의 글쓰기 천재들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이탁오는 앞서 이덕무가 지적한 것처럼 대개 사람들이 글을 잘 지으려고 쌓는 견문과 지식이나 인위적인 경험과 작용이 오히려 동심을 가리고 해쳐서 최초의 본심, 곧 진실한 마음을 잃게 만든다고 역설한다. 천진함과 순수한 진정은 앞서도 강조했듯이, 많이 보고 듣고 배운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힘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견문과 지식이 쌓이고,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이 깊어지고 넓어져도 동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만약 동심은 잃어버린 책 견문과 지식을 쌓고 이른바 성현의 가르침, 곧 도리와 의리를 알아 말을 하고 글을 짓게 된다면, 그러한 말과 글은 자신의 참된 감정과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옮겨 적은 거짓된 말과 글에 불과할 뿐이다. _ 33쪽 1장 동심의 글쓰기  - 이탁오

동심에 대한 이탁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위적인 경험과 작용이 오히려 동심을 가린다는 말.
글에서 마음이 느껴져야하는데
있어보이는 듯한 표현으로 진짜 내 마음을 숨겨버리는 글들을 볼 때
동심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크레타가 자신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아주 긴급하고 위태로운 시기에 크레타인으로 태어났다는 우연을 통해서, 나는 오래전 어린 시절로 거슬러올라가서부터 이 세상에는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고, 행복보다 더 달콤한 자유라는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크레타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유인의 자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크레타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어떻게 이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_ 8장 자의식의 글쓰기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유를 향한 여정 끝에 만난 그리스인 조르바와 관련된 내용이다.
조금은 낯설 수 있지만 동서양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다보면
내가 글에 대해서 갖고 있지 못하던 많은 관점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경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홍대용과 서하객의 글쓰기가 여행의 견문과 경험을 생생하고 생동감 넘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면, 마르코폴로의 글쓰기는 여행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점은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물론 양자를 절충해 각각의 단점을 넘어선 글쓰기도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대용은 <을병연행록>에서는 주관적인 감성을 앞세워 생생하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의 글쓰기를 취했다면, <연기>에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지식과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_ 342쪽 5장 웅혼의 글쓰기 - 마르코폴로

이 책은 동서양 모두를 다루고 있다보니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글쓰기를 즉각적으로 비교해보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글을 예시로 들어두고
그 글에 대한 해설을 달아두니
생각의 차이가 어떻게 글에서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들의 글쓰기가 독자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갖게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덕무부터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그들의 삶을 알아가면서 배우는 인문학까지.

글쓰기 동서대전을 통해서는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지식과 기술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쌓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서고금을 초월해 일가를 이룬 문장가들이 모두
그들 자신만의 독보적인 글을 썼던 것처럼
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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