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윤동교 지음 / 레드우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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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일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갖게 된 생각이었다.
정말 이런 날이 나에게 오긴 할까?
내 평생에 이런 날을 경험할 수 있을까?
막상 그런 시간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나의 고민과 생각을 직접 실천해본
윤동교 작가의 책이다.

윤동교 작가는
언젠가부터 사는 것이 지겹고 인간 관계가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서.
무기력과 권태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던 어느 날
딱 한 달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결심하고 훌쩍 제주도로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아, 나는 허송세월이 체질이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작가 소개에만 실려있는 글을 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매력이 터질 지 기대가 되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 놓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어딘가에서 혼자 숨만 쉬다가 왔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하늘에 구름 흘러가는 것이나 구경하며 느릿느릿 커피나 마시고 앉아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지금 이대로 증발되어 우주의 먼지가 됐으면 좋겠다.

작가의 글은 쉽고 재미가 있다.
어쩌면 내 머릿 속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꾸밈도 없고 거침도 없다.
솔직한 마음 가짐 그대로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글이 쉽게 다가온다.
재미있게 읽혀진다.
직장 생활로 혼란스러운 나의 머릿 속을
너무나도 잘 아는 듯한 작가의 글들은
책을 읽는 동안 끊임 없이 공감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이 갖고 있는 큰 매력은
바로 그림이었다.

책은 글 반절 그림 반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삽화가 실려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글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있으면
그림 속의 캐릭터가 마치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림과 글이 이렇게 조화롭게 다가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 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좀 더 적당히 살자. 좀 더 편하게 살자. 까칠해도 괜찮아. 예민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모자라도 괜찮아. 부족해도 괜찮아. 불안해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나를 더 아껴 주자. 나를 더 보듬어 주자.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허용해 주자. 세상의 기준에 맞춰 나를 채찍질하는 대신 나를 더 놓아주자.
나는 누구처럼 살거나 누구처럼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살기로 했다. 세상 그 무엇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살기로 했다. 그렇게 온전히 나답게 살기로 했다.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답을 얻은 차였다.

이 책은 작가가 제주도에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한 달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떠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그 과정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한 달의 시간을 우리에게 차분하게 이야기해준다.

어떻게 여유롭고 고단하게 빈둥거렸는지
맛있게 먹고 신나게 떠들며 빈둥거렸는지
빈둥 거리는 와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버라이어티하게 빈둥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생로병사 속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빈둥 거림의 끝이 무엇인지

작가의 빈둥거림은
그냥 책을 통해 읽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편해졌다.

한 달은 아니어도
책을 읽는 짧은 시간동안
가볍게 빈둥빈둥 거리면서 책을 읽을 수 있기에
더욱 작가의 마음과 행동이 공감되었다.

돌아보면 하루하루를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았다. 순간순간의 감정에 몸을 맡기고 거침없이 살았다. 타인과 거리를 두고 누가 뭐라든 나로서 살았다.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따르지 않고 내 마음을 따라갔다. 나 자신을 세상 최우선으로 두고 나를 다독이고 보듬으며 정말 나 하고픈 대로 살았다. 한 달 동안 진심을 다해 나와 마주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작가가 돌아온 일상이었다.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왔다가 다시 마주한 일상.

그 일상의 느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예전과 변함없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무언가 달라졌다. 현실도, 환경도, 감정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그 모든 것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은 바로 나였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도로 떠난 9년차 유부녀의 작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나 찾는 이 없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대리 만족 에세이와 같은 이 책은

책을 읽는 동안만큼이라도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지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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