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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
그해 여름, 아버지와 나는 사랑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후,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와 나의 대화라곤 단 세 마디를 넘어서는 법이 없었다.
"네 생각에, 라싱이 올해 챔피언이 될 것 같니?"
아니면,
"수학 성적, 최고더구나! 너 정말 상트랄 입학시험 볼 생각 없는거냐?"
그런 말을 하면서 아버지는 나를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정불화가 끊임없이 요란하게 계속되던 가운데,
아버지는 내가 엄마 편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암시했지만, 나는 못 알아듣는 체하려고 무진 애를 쓰곤했다.
"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그 주제가 사랑이라니.
프랑스 소설은 보통의 소설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무엇인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프랑스 영화를 일반 로맨스 영화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고나할까.
프랑스 소설은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적인 소설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현존하는 프랑스 소설가 중 최고로 손꼽히는 에릭 오르세나.
그의 소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았지만,
사실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에 대한 대화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
어느 날이었던가, 나는 재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이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았다.
내 남동생은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재혼. 그리고 아버지가 집을 나간.
무슨 소설이 이렇게 시작될까라는 생각이 드는 시작이지만.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게 되어야했어야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나는 심기가 불편했음에도, 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당시에 아버지는 그 미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그때 난 막 내 안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그 계획에 대해
아버지께 말씀드릴 시간이 미처 없었다.
오로지 아버지만을 위한 책.
오로지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오로지 아버지가 좋아하는 몽파르나스 대로변의 서점 진열장에
내 책이 걸려서 그 앞을 지나는 아버지가 그 제목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헤드 레이스'란 제목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
사랑에 대한 아들과 아버지의 심도 깊은 대화.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프랑스 남자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정서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소설을 읽는 동안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을 만들어 준 소설.
<프랑스 남자의 사랑>
사랑이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지구 반대편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